세로 93㎝, 가로 57.3㎝. 1988년 경상북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경상북도 영주시 안정면 용상리 안씨 종손가 소장.
이 영정은 소수서원에 전하는 안향 초상(국보, 1962년 지정)을 옮겨 그린 것으로 전체 형식이 같다. 상반부 여백에 적혀있는 찬문(贊文)은 생략되어 있다.
전체적인 윤곽 · 표정 · 색채가 원본과 거의 비슷하나 모자의 높이가 조금 낮으며 얼굴이 옆으로 더 넓적하게 표현되었고, 의습선(衣褶線) 사이의 간격도 넓어 전반적으로 옆으로 퍼진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곧은 깃의 홍포에 평정건(平頂巾)을 착용하고 왼편을 향하고 있는 우안구분면의 초상화이다. 가슴부분까지 그린 반신상으로, 그 양식이 소수서원에 전해오는 안향 초상(국보, 1962년 지정)과 거의 비슷하다. 소수서원본에는 화폭의 위쪽으로 화면의 반을 차지하면서 그림에 대한 글과 내력을 적은 글을 적어 두었는데, 여기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붉은 기운이 감도는 얼굴은 윤곽이나 눈 · 코 · 입의 표현을 주로 선으로 처리하였다. 의복은 붉은 바탕에 굵기가 고른 검은 선으로 간략하게 묘사하였다.
박승임(朴承任, 1517∼1586)의 『소고집(嘯皐集)』에 의하면 1559년(명종 14) 소수서원(紹修書院)에 봉안되어 있던 안향상이 오래되어 훼손이 심하여지자 당시 화원 이불해(李不害)로 하여금 모사케 했다고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에도 유사한 도상의 이모본(移模本)이 있다. 안향 초상은 이모본이기는 하나 원형을 비교적 잘 유지하고 있어 고려 말 조선 초 초상화를 고찰하는데 참고가 된다. 안향에 의해 도입된 주자학이 조선 전기를 지나면서 사상의 주류로 정리됨에 따라, 한 인물을 받들고 기리기 위해 초상화가 이모되고 형용이 전승되는 양상이 조선후기까지 이어졌다.
지금 소수서원의 회헌영정이 이것으로 생각되고 있는데 종손가 소장의 회헌개모영정은 조선시대 후기에 소수서원본을 모본(母本)으로하여 비교적 충실하게 이모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