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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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 · 색채 · 재질 · 차원 · 비례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조형요소(또는 시각요소) 가운데에서 의도적으로 몇 가지를 선택하여 어떤 주어진 목적에 맞게 구성하는 창조활동.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 요약

디자인은 여러 조형 요소 중에서 몇 가지를 선택하여 목적에 맞게 구성하는 창조 활동이다. 디자인을 제조 산업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영국에서부터이다. 우리나라의 디자인은 1960년대 초부터 크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현재 디자인은 전체 산업에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인프라로 인식되고 있다. 디자인은 개인의 취향이나 정서적 표현, 실용적 영역을 넘어선다. 시대정신을 융합한 환경의 효용적·미적 가치나 사회적 가치까지 고려한다. 환경 위기 속에서 미래의 디자인은 자연과 문화의 조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목차
정의
형태 · 색채 · 재질 · 차원 · 비례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조형요소(또는 시각요소) 가운데에서 의도적으로 몇 가지를 선택하여 어떤 주어진 목적에 맞게 구성하는 창조활동.
내용

‘설계하다’, ‘안(案)을 세우다’, ‘계획하다’, ‘밑그림을 그리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디자인은 이러한 디자인 행위개념 외에 스케치 · 시안 · 계획 · 모형 등 디자인 과정의 결과를 가리키기도 하며, 디자인의 도움으로 생산된 제품의 전체 모양이나 형태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디자인이 생활에 널리 쓰이고, 제조산업의 발전에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1830년대(19세기) 영국에서부터이다.

당시 영국 섬유제품의 품질은 다른 나라의 섬유제품보다 우수하였지만 수출이 신장되지 않아 국회 특별위원회가 구성되어 그 원인을 조사했다. 그 결과 섬유제품의 무늬를 개선함으로써 수출을 신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당시의 산업인과 예술가들은 섬유제품의 무늬를 회화적 디자인(pictorial design)이라고 불렀다.

초기산업시대의 산업인들과 미술가들은 산업제품에 미술적인 요소를 잘 응용하면 수출경쟁력이 높아지고 품질 또한 높아진다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박물관미술관을 설립하고 디자인 학교를 세우는 등 디자인을 국가 산업발전에 기여하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였다.

그러나 산업이 발전하면서 동일한 문제가 섬유제품 이외의 산업분야에도 확대됨에 따라 회화적 디자인은 산업디자인(industrial design) 개념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 산업혁명을 성취한 영국에서 비롯된 산업디자인의 문제는 프랑스 · 독일 등 다른 나라에서도 동일하게 당면하게 되었는데, 영국에서 비롯된 이 개념을 프랑스는 장식미술(L‘Art decoratif), 독일은 조형(formgebung, gestaltung), 덴마크는 조형(formgivning), 일본은 도안(圖案) · 의장(意匠) 등의 용어로 번역하여 사용하였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부터 의장 · 도안이라는 용어가 그대로 전래되어 아직도 디자인을 도안 또는 의장이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북한의 경우, 1994년 북한의 국가산업미술전에 출품된 작품을 보면 자전거 · 신발 · 의상 · 넥타이 등의 모양을 화판 위에 그림물감으로 사실적으로 그린 것을 자전거형태 도안, 문화용품 도안, 상표, 포장 도안이라는 용어로 표기했다.

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미술적인 요소를 산업에 응용한다는 초기의 응용미술 개념에 대해서 비판이 일어났고 디자인의 존재가치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디자인은 산업시대 이후 근대사회가 형성시킨 근대적인 개념으로서 근대 산업화한 모든 나라에서 동일한 특성으로 형성되어 발전해 왔기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가 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자국어로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디자인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국제 통용어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디자인은 인간의 기본적인 행동양태에 따라 제품디자인 · 시각전달디자인 · 환경디자인으로 나눌 수 있다. 제품디자인은 인간의 생산활동에 필요한 도구와 생활제품을 기능적이고 미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것으로서 크게는 공업디자인과 공예 등이 여기에 속한다. 제품디자인은 필요에 따라 의상디자인 · 가구디자인 · 자동차디자인 등으로 더 세분되기도 한다.

시각전달디자인은 의사전달 활동에 필요한 디자인으로서 각종 전달매체를 활용해서 정보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그래픽디자인 · 광고디자인 · 출판디자인 · 영상디자인 · 멀티미디어디자인 등이 여기에 속한다.

환경디자인은 인간의 거주장소에 필요한 공간을 효율적으로 형성하기 위한 디자인으로서 건축 · 실내디자인 · 국토디자인 등 거주환경에 대한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근본적으로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삶을 담는 그릇, 다시 말해서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건과 정보와 환경의 형상을 조형적으로 규명하고 창조하는 분야로서, 이것을 기능적이고 미적으로 창조하는 것을 그 이상으로 한다.

그러나 요즈음 환경디자인은 환경친화적인 디자인, 이른바 그린디자인(green design)을 말한다. 이와 같은 디자인 영역의 분류와 정의는 너무 원리적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디자인 문제를 인식하는 데에 도움을 주지 못할지도 모른다.

역사적으로 디자인은 산업생산과 판매증진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기업의 생산활동과 시장유통을 중심으로 디자인이 분류된다. 기업이 제품(상품)을 디자인하고, 생산해서(제품 또는 상품디자인), 포장 · 광고하며(시각전달디자인, 그래픽디자인 또는 커뮤니케이션디자인), 소비자들이 상품을 편리하게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상점과 같은 공간(인테리어디자인)을 마련하는 등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조형적으로 해결하는 일을 중심으로 분류된다.

컴퓨터 기술과 정보화 사회의 발전에 따라 인간과 기계의 대화를 원할하게 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인터액티브 디자인(interactive design)과 같은 새로운 디자인 영역도 나타난다.

디자인의 영역을 이와 같이 분류한다 해도 각 영역의 일들은 너무 복잡해서 각 분야의 전문 디자이너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규모가 간단한 것은 개인 디자이너의 능력만으로 해결되지만, 규모가 크고 복잡한 디자인은 한 사람의 디자이너에 의해서 간단히 해결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각 분야의 디자이너들이나 관련 전문가들과 협력해서 디자인한다. 그러나 실제 디자인의 문제를 해결할 때에는 어떤 관점에서 디자인 하느냐에 따라 어떤 영역의 디자이너가 핵심 디자이너가 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오늘날 커뮤니케이션 · 생활용구 · 환경 등 디자인의 대상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날로 달라지고 있다. 기업의 단순한 생산제품 · 포장 · 광고 · 전시 · 진열 등의 차원을 넘어 의 · 식 · 주 · 정보 · 교통 · 여가 · 스포츠 · 건강 · 노후생활 · 환경 등과 같은 복잡한 생활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디자인은 디자이너 개인의 취향이나 정서적 표현의 문제이기 이전에 모든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과 정보, 그리고 환경의 효용적인 가치와 미적 가치, 나아가 사회적 가치를 더 고려하는 조형창조 활동이기 때문에 자본주의 산업경제사회의 맥락에서 보면 효용성 · 기술성 · 기능성 · 재화적 가치 · 경제성 · 봉사성, 그리고 미적 특성을 고려해서 형상화해야 한다.

① 부가장식으로서 디자인: 17∼18세기 이후 서양에서는 무역이 크게 확대되어 제조상품의 표면장식을 혁신하고 개선함으로써 판매를 증진하고, 무역을 촉진할 수 있었다.

따라서 장식 또는 장식미술은 마치 오늘날 국제무역에서 디자인이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는 것처럼 제조산업 분야에서는 아주 중요한 연구대상이었다. 장식은 주로 · 식물 · 동물 · 등과 같은 자연물을 양식화한 것과 세계 여러 나라의 고대유물에 나타난 장식을 말한다.

이러한 장식은 곧 미적인 것이며 좋은 취향이라고 생각하여 장식이 필요없는 기계에까지 응용되었다. 영국의 산업혁명에서 비롯된 면직물의 대량생산과 표면장식(무늬디자인, pictorial design)은 판매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며,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주요한 수단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② 기능적 표준형태로서 디자인: 초기 기계시대부터 디자인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이래 거의 1세기 동안 통용되었던 표면장식으로서의 디자인 개념은 1910∼20년대부터 독일에서 혁신적으로 변화기 시작했다. 디자인은 제품의 부가장식이 아니고, 제품 그 자체의 조형적 특성을 규명하고 창조하는 일로 발전했다.

오늘날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제품은 근대 기계기술에 의해서 생산될 정도로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표면장식은 더 이상 이러한 일상 생활제품을 효율적으로 대량생산하고, 그것을 민주적으로 공급하는 데에 적합하지 않게 되었다. 이리하여 모든 분야에서 실용성 · 효용성 · 기능성 · 합리성을 탐색하는 합리화 운동이 생겼다.

과거의 대부분의 물건은 표면에 장식이 부가된 것이거나 또는 물건 그 자체가 장식으로 가꾸어진 것이었지만, 생산방법과 생활양식이 변함에 따라 이러한 제품들은 더 이상 대량생산하는 데에 능률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데에도 합리적이고 기능적이지 못했다.

따라서 디자인은 무엇보다도 생산의 능률을 높이고 생활 속에 사용하는 데에 기능적이며 합리적인 어떤 표준형태를 창조하는 것이어야 했다.

제품은 장식이 없으며, 재료와 구조를 정직하게 나타낸 형태로 구성되어야 하며, 이것을 표준화함으로써 바람직한 제품의 질을 능률적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고, 또 민주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제품의 형태란 장식이 완전히 제거된 형태로서 그 자체는 아주 구조적이고 순수하며 기하학적이고 기능적이며, 추상적인 특성을 갖는 것이다. 이때 이후 이러한 특성은 대부분의 산업생산제품의 형태를 지배했다.

1차 세계대전을 전후해서 장식이 없는 기능주의 디자인을 성공적으로 성취했던 독일의 산업제품은 세계적으로 크게 영향을 끼쳤는데, 이것을 디자인 역사 가운데에서 ‘모더니즘 디자인’이라고 말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공업 생산제품에서 볼 수 있는 기능적이고 장식이 전혀 없는 세련되고 간결한 추상적인 미적 형태는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③ 양식(스타일)으로서 디자인: 장식 없는 디자인은 실용적이고 기능적이기는 하지만 너무 검소하고 원리적이며, 진지하고 심지어 금욕적이기까지 한 것이어서 모든 사람들은 무미건조한 것에 곧 싫증을 느꼈다.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기능과 효용성을 강조하는 기능주의 디자인(또는 모더니즘 디자인)은 근대 생활양식을 지배했으나, 1929년 미국 뉴욕 증권시장의 붕괴로 비롯된 불경기 상황 속에서는 생산하는 데에 능률적인 디자인보다는 시장에서 더 잘 팔릴 수 있는 디자인이 요구되었다.

이러한 경제불황은 기능주의 디자인의 개념을 변화시키는 동인이 되었다. 형태는 기능으로부터 유래한다는 순수기능주의 디자인 이론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았다. 그 대신 시장에서 잘 팔릴 수 있도록 제품의 총체적인 양식을 바꾸는 일이 디자인의 중요한 가치규범이 되었다. 굿-디자인(good-design)은 이러한 맥락에서 생긴 개념이다.

이제 디자인(형태)은 기능으로부터 유래한다기보다는 판매로부터 유래하며, 소비주의 시대의 판매촉진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었다. 1910∼20년대 디자인을 기능주의 모더니즘, 합리주의 모더니즘이라고 부르며, 1930년대 이후 미국의 디자인을 상업주의 모더니즘이라고 부른다.

경제불황의 상황에서 자생적으로 발달한 새로운 상업디자인의 개념은 판매와 관련되는 모든 디자인(광고, 제품 디자인)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제품의 양식을 연구하는 공업디자인(industrial design)이라는 전문직업은 1930년대부터 미국의 미술가들과 엔지니어들에 의해서 생겼다. 이들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디자인의 문제를 해결해 주어 이 때의 기업들이 불경기를 극복하는 데에 크게 기여하였다.

이때부터 제품은 디자인에 의해서 팔린다는 사실이 실제로 증명되었으며, 디자이너들에게는 많은 일거리가 생겨 디자인은 새로운 전문직업(디자인 회사)으로 그 위치가 확고해졌다.

디자인은 이제 소비자의 심리, 효용성, 미적 특성, 시대정신 등을 융합한, 보기에도 좋고 편리하며 사용자의 마음에 들어 시장에서 잘 팔리는 제품의 총체적 양식, 이른바 굿-디자인을 창조하는 일이 되었다.

④ 사회적 기술로서 디자인: 다국적 기업의 등장, 국제 무역환경의 변화, 1960년대 이후 젊은 소비자 세대의 등장, 기술발전에 따른 생활양식의 변화 등으로 해서 이제 디자인을 단순한 스타일의 문제로만 보기에는 생활 그 자체가 너무 복잡하고 다양해졌다.

모든 생활제품은 각각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제조업자 · 엔지니어 · 디자이너 · 기업인 · 사용자 등 그 어느 한 사람에 의해 결정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오늘날과 같은 복잡한 사회구조 안에서 새로운 것을 창출해 낸다는 것은 여러 가지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디자인이 디자이너의 능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치열한 시장경쟁 속에서 제조업이 생산하는 모든 제품을 소비자의 요구에 맞게 디자인하는 일 자체가 종합적인 활동이며, 고도의 사회적 기술이기 때문에 디자이너 혼자만의 직관과 경험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디자인을 미술 분야만의 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로 인식된다. 전통적인 미술교육 속의 디자인 교육이 변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디자인은 이제 모든 분야의 지혜를 모아 서로 협동해서 접근하지 않으면 바람직한 결과를 성취할 수 없는 일종의 종합적인 사회적 기술이다. 1960년대부터 과학적인 디자인 방법론이 대두된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이다.

20세기 초 이상주의적이고 엘리트적인 모더니즘 디자인 개념은 1960년대부터 대중적인 취향의 폽 디자인(pop-design)으로 대체되었으며, 고전적이고 원리적인 디자인 이념의 시대는 사라지고 디자인 방법을 강조하는 시대로 변했다.

⑤ 경영전략으로서 디자인: 디자인은 처음부터 현실적으로 사업(비지니스)을 위한 것이었다.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오늘날의 국제시장 경쟁 속에서 기업이 살아남고 앞서가기 위한 중요한 수단의 하나로 디자인을 인식하는 것은 이제 국제적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1982년 영국의 대처(Thatcher.M) 수상이 장관들과 함께 디자인 세미나를 개최한 사실은 바로 디자인의 중요성을 가장 상징적으로 잘 설명한다.

기업은 디자이너의 능력이 기업의 경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으며, 특히 경제 선진국에서는 디자인의 중요성과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해서 디자인 전문잡지 뿐만 아니라 타임TM, 포춘, 월 스트리트 저널 등과 같은 경제지에서까지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오늘날 세계는 더욱 국제경쟁이 치열해지고, 국제무역 환경이 복잡해짐에 따라 세계 여러 나라와 기업은 디자인을 단순히 디자인 부서의 일로만 생각하지 않고 기업의 총체적 경영전략의 하나로 보게 되었다.

이리하여 디자인은 다른 모든 비즈니스와 동일한 활동으로 인식되었으며, 디자인도 마케팅 · 경제성 · 생산 등과 같이 경영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디자인을 효과적으로 성취하기 위해서는 생산제품으로부터 커뮤니케이션과 환경 등에 이르기까지 기업경영 활동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되었다.

오늘날 환경보호운동과 함께 디자인이 상업주의의 이윤추구를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며, 인간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세계는 아직도 자국의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강력한 수단으로 디자인을 인식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모더니즘 디자인은 1960년대의 대중문화로부터, 그리고 1980년대부터는 포스트 모더니즘에 의해서 도전받아 그 모습이 변하고 있지만, 그것이 디자인과 관련하는 한 아직도 국제시장의 치열한 판매경쟁에서 승리하는 데에 필요불가결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디자인은 이제 사치도 아니고 예술활동도 아니며, 예술가 개인의 자기표현 수단도 아니다. 디자인은 이제 수천억원 이상의 디자인 산업으로 성장했다.

⑥ 기호로서 디자인: 일상 생활제품도 순수한 커뮤니케이션(소통)을 위한 수단인 시각적 기호(visual sign)처럼,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제품의 성능과 기능 이외의 어떤 의미나 상징을 내포하고 있다.

디자인은 그것이 유통되는 사회의 특수한 맥락에 따라 특유한 기호를 갖는다. 동일한 종류의 상품이라도 디자인과 그것을 사용하는 공간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의미와 상징적 가치를 전달한다.

제품 · 패션 · 건물 등은 말이나 글, 문자와 동일한 메시지는 아니지만, 성능과 기능성, 편의성 등 사용목적 이외의 어떤 이미지 · 의미 · 상징을 전달하는 차원을 갖고 있다.

합리주의 모더니즘 디자인은 기능과 물리적 특성(편의성)을 아주 강조했으나, 포스트모더니즘 이후의 디자인은 기능이나 편의성뿐만 아니라 제품의 의미 · 상징 · 은유 등을 전달하는 것을 더 강조했다.

디자인을 눈으로 읽는다는 것은 일반 언어처럼 정확하게 객관적으로 읽을 수는 없지만 어떤 이미지를 전달하는 기호로서 읽힌다. 이것을 미적 기호라고 말한다.

사람이 어떤 제품을 소유하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사회적 신분이나 성격, 품위 등의 차이가 나타나며, 경제적 · 사회적 · 문화적 맥락에서 개인의 취향이나 경제적 수준에 따라 여러 가지 제품(디자인)을 선택한다.

예를 들면 값비싼 자동차를 소유한다는 것은 단순히 운송수단뿐만 아니라 소유자의 사회적 신분이나 명예를 나타내는 역할을 한다. 이것을 사회적 기호라고도 말한다.

특히 광고는 인위적으로 특정한 계층(보통 귀족적, 품위, 최고급 등과 같은 상투적인 광고 문안으로 암시)에 일치하도록 다양한 시각기호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사회적 기호는 의도적으로 허위나 거짓, 심지어 범죄로 악용될 수도 있다.

신문지상에 자주 보도되는 범죄들, 예를 들면 가짜 대학생, 가짜 귀부인 등은 그들이 입고 있는 의상이나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 물건들이 비유적으로 어떤 특정 계층을 나타내는 기호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기호가 은유나 비유에 의한 이미지를 전달할 때 가장 사회적이다. 디자인은 사물을 의미하고 형성하며, 제품의 의미는 디자인의 의미를 형성하고, 그 자체는 알기 쉽고 명료하게 그 자체의 목적을 표현하고 대변하는 상품이 된다. 기호로서 디자인은 인간과 디자인의 상호관계를 더욱 잘 실현시킴으로써 사용자의 만족감을 증대시킨다.

⑦ 그린 디자인(green design): 1973년 중동전쟁으로 비롯된 세계 석유위기는 한정된 지구자원에 대한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으며, 이러한 인식으로부터 소비지향적인 굿-디자인의 개념 대신에 에너지 절약형 디자인과 같은 대체 디자인(alternative design) 개념이 등장했다. 이때 이후 지구자원 · 생태환경은 디자인 사고의 중요한 관심이 되었다.

그린 디자인은 지구 온난화 현상, 오존층 파괴, 산업폐기물, 핵폐기물, 환경호르몬 유발물질 등 극단적인 자연파괴로부터 인류의 생존을 보호하기 위한 범세계적인 환경운동에서 비롯된 디자인 인식이다. 이제 그린정책을 갖지 않는 것은 사회적 · 도덕적으로 무책임한 것으로 인식되는 시대가 되었다.

앞으로 환경문제는 디자인의 새로운 전제가 될 것이다. 환경문제가 해결된 제품이 아니면 글로벌 마케트에서 판매될 수도 없고, 심지어 수입규제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자이너들도 단순한 종이 재활용이나 폐품이용의 차원이 아닌 근본적인 그린 디자인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디자인은 1960년대 초부터 크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1946년 서울대학교와 사립대학에 응용미술학과가 생겨 우리나라 디자인 교육의 바탕을 마련했다.

그러나 당시의 산업구조와 사회인식이 현대적인 의미의 디자인을 형성시킬 있는 바탕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1949년에 조직된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의 공예부를 중심으로 공예가들의 활동이 더 활발하였다. 적어도 1960년대 이전까지는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되지 않았고, 응용미술 · 공예미술이라는 개념으로 이해되었다.

① 1950년대: 1949년 국전(공예부)과 같은 공모전이 있기 전에도 생활제품은 수공업 규모로 무명의 공예가와 장인들에 의해서 생산되어 왔으며, 또한 공업 분야에도 공산품이 생산되어 생활에 유통되었다. 광복 후 이러한 생활제품의 생산에 관계할 공예가들의 양성과 공예의 진흥을 고려하여 만든 것이 국전의 공예부라고 말할 수 있다.

국전 공예부가 처음 생겼을 때에는 공예가와 응용미술가라는 두 개의 이질적인 성격의 응용미술가들이 공존했는데, 전자는 전통적인 공예의 성격이었으며, 후자는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서구적인 조형교육을 받은 응용미술가의 성격이었다.

또 전자는 일본의 식민지 문화정책 아래에서도 조선미술전람회(약칭 鮮展)를 통하여 전통공예의 맥을 이어온 김진갑(金鎭甲)을 비롯한 전승주의 공예가들이 국전에 관계했던 것을 말하며, 후자는 일본 동경유학생 출신 이순석(李順石)을 중심으로 서울대학 중심의 응용미술가들의 활동을 말한다.

그러나 전자의 전승주의적 공예가들이나 후자의 절충주의적 응용미술가들에서 비롯된 우리의 공예와 응용미술이 현대적인 의미의 디자인에 도달하기까지에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고 평가할 수 있다.

② 1960년대: 1960년대에 이르러 산업분야는 제3공화국의 공업근대화 정책에 힘입어 전에는 볼 수 없던 석유화학계열 공산품(플라스틱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게 되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응용미술 · 공예미술이라는 용어 이외에 공업미술이라는 용어가 빈번히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1959년에는 금성사(金星社, LG그룹의 전신)에 공업의장실(工業意匠室)이 생기면서 공업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다.

이러한 1960년대의 사회분위기 속에서 1965년 9월 청와대 수출확대회의에 의해 ‘수출상품의 디자인과 포장을 종합적으로 연구 개발하여 품위 · 미려 · 위생 · 안전성 · 생산성을 향상시킴으로써 국가시책인 산업발전과 수출증대에 기여한다’ 는 목적으로 한국공예디자인연구소(소장 이순석)가 서울대학교 부설연구소로 설립되었고, 1966년 대한민국상공미술전람회(상공미전, 현재의 대한민국산업디자인전)가 조직되었다.

특히 1960년대의 경제개발 정책에 힘입어 중등교육과정 속의 미술교육도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하게 되었는데, 지금까지의 그리기 중심의 미술교육보다 만들기 중심의 조형교육을 강조하였다. 이 후 중등교육과정 속에 미술교과 내용의 50%가 디자인 내용으로 구성되게 되었다.

③ 1970년대: 상공미전과 같은 공모전을 통해 디자인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높아지게 되었다. 상공미전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전문 디자이너들이 각 산업분야에서 그들의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시대이기도 하다. 1966년 제1회 상공미전부터 연속 3회 특선을 한 디자이너들이 1969년에는 공식적으로 추천작가가 됨으로써 본격적인 디자인 전문가가 탄생하였다.

1970년대는 기업의 생산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광고산업이 크게 발전했는데, 이와 관련해서 기업광고와 기업 이미지 통일을 위한 디자인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1976년 ‘조영제(趙英濟) 데코마스(decomas/design coordination as management strategy) 사례전’은 1980년대에 번창하기 시작한 우리나라 CI디자인 산업의 효시가 되었다.

1977년에는 상공미전이 대한민국 산업디자인전으로 개칭됨에 따라 디자인이라는 용어는 실제로 그 적법성을 갖게 되었으며, 폭넓게 일상화되었다.

④ 1980년대: 1980년대는 컬러 텔레비전 방송 시대가 시작되었다. 전문분야 뿐만 아니라 산업체와 사회에서 먼저 디자인을 요구하는 시대가 되었다.

생산 기업체도 제품을 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 기술혁신을 도모하는 한편, 우리나라 제품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데에 디자인 요인이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고, 기업이 디자인 공모전을 주최함으로써 디자인의 진흥을 주도하는 시대가 되었다.

1980년대 디자인계의 뚜렷한 특징은 첨단 산업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그 이전에는 거의 불가능했던 디자인 전문 회사들이 등장했으며, 경제성장과 호황기에 힘입어 대학의 디자인 관련 전공학과의 인기가 날로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특히 1988년 서울올림픽대회와 관련하여 1982년 서울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안에 디자인전문위원회를 두고, 올림픽 앰블렘 · 포스터 · 유니폼 · 환경장식 등에 많은 디자이너들이 참여하게 되어 디자인 측면에서도 훌륭한 올림픽을 치를 수 있었다.

특히 88서울올림픽은 사회 모든 분야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잘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에 이르러 바야흐로 전문디자인 직업 시대가 되었다.

⑤ 1990년대: 1990년초부터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으며, 컴퓨터디자인 시대가 시작되었다. 각 신문은 디자인에 대한 원색 특집을 꾸몄고, 텔레비전 방송도 디자인 기획 프로그램을 방영했으며, PC통신에도 디자인 관련 기사들이 자주 뜨는 등 디자인은 더욱 익숙한 생활용어가 되었다.

또한 기업의 측면에서는 판매를 촉진시키는 필수적인 요소로, 소비자의 측면에서는 상품선택의 결정적 요소로, 국가적으로는 부가가치가 높은 통상산업부 산업정책의 한 요소로, 대학교육에서는 가장 인기있는 학과의 하나로, 신문의 경제면에는 그 어느때보다 자주 등장하는 기사거리가 되었다.

디자인은 이제 그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정부관료, 심지어 정치인에게도 익숙한 용어가 되었다. 기업 경영인 · 학자 · 관료들은 디자인을 기업 경쟁력 · 국가 경쟁력 · 디자인 산업 등으로 확대 해석해서 전체 산업에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인프라로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산업사회의 비판이론에 힘입어 디자인을 산업경제와 관련시키지 않고 인간의 근원적인 조형활동으로서 인류학적 관점에서 확대 해석하려는 이론도 등장한다.

그래서 인간이 만든 모든 물질적인 창조물을 디자인이라고 정의하는 이론도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디자인 개념은 대개 두 가지 관점에서부터 비롯된다.

첫째, 시장지향적 디자인을 반대하는 반디자인 운동에서 비롯된 이론으로서 인간이 창조한 조형물에 대해 상징적이고 의미론적으로 연구하려는 경향이다.

둘째, 윤리주의 방향에서 굿-디자인에 대해 비판함으로써 디자인을 새롭게 연구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산업발전에서 비롯되는 환경문제에 초점을 맞출 때에는 디자인의 발달이 종국으로는 인간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으로 연결되고, 따라서 산업디자인 무용론이라는 극단적인 주장도 나온다.

많은 디자이너들과 이론가들이 정의한 디자인의 개념은 각각 타당한 논리를 갖고 있지만 포괄적이지는 못하다. 이를테면 시각적 외양으로 디자인을 정의한 것도 있고, 기능에 대해서 전혀 언급하지 않거나 또는 성능만 강조하는 정의도 있다.

때로는 사회적 공공이익을 위주로 하는 디자인은 소홀히 하고, 상업적인 것을 중심으로 정의한 것들도 많다. 또 남성 위주의 디자인을 비판하는 페미니스트 디자인 이론도 있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현실적인 산업사회의 생산방법과 시장논리를 전제로 하지 않고 디자인을 정의한다면, 디자인은 인간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형상화하는 창조활동이라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을 뛰어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다시 미술과 디자인의 구별은 무의미해질 것이다.

지난 2세기 동안 기술적 결정주의가 근대사회를 지배했다. 숨쉴틈 없는 과학기술의 진보는 디자인 발전의 전제였다. 지난 수세기 동안 우리의 현실적인 삶을 결정적으로 향상시켜 준 이러한 과학기술의 진보가 오늘날 사회적인 모든 병폐와 생태환경파괴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앞으로의 디자인 논의의 대부분은 사회비평적 시각에서 물질문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들은 디자인 분야의 실증적 조사나 연구에서 비롯되기보다는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다른 학술 분야에서 유행하는 이론을 적용하거나,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후기 산업사회, 정보화 사회로 특징되는 오늘의 사회는 경제적 · 환경적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기술 중심의 진보가 생물학적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디자인에 영향을 줄 것이다.

현재의 디자인 상황은 기존의 것을 재디자인(re-design)하는 차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생태환경의 위기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에콜로지(ecology)와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등가성을 통해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또한 이러한 주장도 타당하다고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실현 가능성은 아직 불명료하다.

앞으로의 디자인은 그것이 어떠한 것이든지 그린 디자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그래서 오늘날 대부분의 디자인 논설은 불가피하게 계몽적이다. 그리고 미래의 디자인의 역할은 자연과 문화의 조화를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주장한다.

또 과도한 경제성장과 그에 수반되는 병폐를 피하기 위해서 부분적으로 저성장 · 무성장 · 안정 상태의 경제, 에코페미니즘, 바이오 테크닉, 생명 중심 테크놀로지의 재발견, 대체디자인, 그린디자인, 버전-업 중심의 디자인 등이 대안으로 제안되기도 한다.

우리의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분야에서도 지금까지 긍정적으로 생각해 왔던 개발지향적인 산업발전에서 비롯된 생태환경의 파괴 때문에 환경문제와 정치문제의 차원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이 지금까지 짧은 기간이나마 굿-디자인의 긍정적인 방향에 크게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산업디자인 150년』(정시화, 미진사, 1991)
『한국의 현대디자인』(정시화, 열화당,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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