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군 영동읍 설계리에 전승하는 농요.
산간(山間)에 위치한 전형적 농촌인 설계리는 구수동 · 눈어치 · 어미실(魚尾室)의 3개 자연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설계리농요는 모노래와 초벌 논맴소리 및 두벌 논맴소리로 구성된다. 모찌고 모심을 때는 무후렴의 경상도 모노래를 선소리꾼과 모꾼들이 교창(交唱)한다.
호미로 초벌매기를 할 때는 ‘잘한다’류의 긴소리를 부르는데, 받음구(손정무 창)는 “어러허구 저허러구 하하네, 에헤이야 산이가 저허러구 하네”이다. 메김구의 예를 들면 “우리야 일꾼들 다 모였구나, 에헤이야 산이가 저러구하네”처럼 후반은 고정부분으로서 받음구의 후반부를 소리한다.
논의 물을 빼내고 호미로 엎어둔 지심을 손으로 뒤엎고 훔치면서 부르는 두벌 논맴소리는 잘한다류의 잦은논맴소리로서, 그 받음구는 “어러구 저러호 하네”이며, 메김소리와 받음소리가 각각 3분박 4박 1마디 씩이다.
모노래는 인접한 김천시 · 상주시를 통하여 경상도 출처의 노래가 전파된 것으로, 군계를 이루는 무주군 · 금산시 · 옥천군 일대에도 경상도 모노래를 부르면서 모를 심는다.
설계리농요의 논맴소리는 ‘잘한다’류이다. ‘잘한다’류엔 ‘소호니’형(型)과 ‘잘하네’형 및 잦은소리인 ‘저러구한다’형이 있는바, ‘잘한다’류의 원형은 ‘소호니’형으로서 그 중심지역은 상선지방(상주시와 선산군)으로 판단된다.
‘잘한다’류의 민요권은 대개가 상주 인근의 경상도 모노래권(圈)이다. 영동군에도 이들 세 가지 형이 모두 전해 오지만 설계리의 그것은 ‘잘하네’형과 ‘저러구한다’형에 속한다. 영동설계리농요의 초벌 논맴소리는 ‘잘하네’형 중에서도 영동군 · 보은군 · 옥천군 등지의 남부 충북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영동 설계리농요는 1975년도의 전국 민속경연대회에 출품하여 대통령상을 수상하였다. 1996년 충청북도 무형문화재(현, 무형유산)로 지정되었다. 모노래의 선소리꾼인 서정숙(徐貞淑)이 예능보유자로 인정받았다. 논맴소리의 메김소리는 설계리 사람 손양기가 담당하다가 그후 초벌소리를 손양기의 아들인 손정무가, 두벌소리는 설계리 사람 서병종이 메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