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경(千手經)』의 한역본은 당나라 가범달마(伽梵達磨)의 번역본 등 10여 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가범달마의 『천수천안관자재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다라니경(千手千眼觀自在菩薩廣大圓滿無礙大悲心陀羅尼經)』이 널리 유통되고 있다.
이 경의 중심을 이루는 천수다라니(千手陀羅尼)는 현존하는 범어 원본과 많은 차이가 있다. 이 다라니의 내용은 관세음보살과 삼보(三寶)에 귀의한 뒤 속히 악업(惡業)을 그치게 하고 탐욕(貪欲) · 진에(瞋恚) · 우치(愚痴)를 움직이는 독(毒)을 소멸하게 하여 각(覺)을 이루게 해 줄 것을 기원하는 것을 골격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뒤를 이어 관세음보살의 형용사나 별명을 몇 가지 나열하여 부르고 있다. 그 가운데는 쉬바신이나 비쉬누신의 별명이나 형용사로 쓰이는 것도 많이 있다. 예컨대 닐라칸타(푸른 목을 가진 자, 쉬바) · 바라하므카(멧돼지 얼굴을 가진 자, 바쉬누) · 싱하므카(사자 얼굴을 가진 자, 비쉬누)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 관음은 연꽃 · 수레바퀴 · 소라 · 곤봉을 가지고 있는데, 이 네 가지는 비쉬누신의 소유물이다. 또한 이 관음은 쉬바신의 호랑이 가죽옷을 입고 있는 등 경전 전체가 강하게 힌두교의 영향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고 있는 『천수경』은 이 천수다라니 앞과 뒤로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 등의 진언과 개경게(開經偈) · 대다라니계청(大陀羅尼啓請) · 사방찬(四方讚) · 도량찬(道場讚) · 참회게(懺悔偈) · 준제주(准提呪) · 여래십대발원문(如來十大發願文) · 사홍서원(四弘誓願) · 귀명삼보(歸命三寶)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는 이 경을 완전히 의식 경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이 경은 중국 송나라의 사명존자(四明尊者)가 널리 유포했고,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중기부터 유통되기 시작하여 조선시대에는 가장 많은 판본을 남기면서 크게 신봉되었다. 또한, 각 진언 위에 수인(手印)을 넣거나 관세음보살의 갖가지 모습을 그린 화천수(畫千手)도 크게 유행하였다. 이 경을 염송함으로써 대오(大悟)하거나 소원을 성취한 승속(僧俗)이 많음에 따라, 우리나라 불교 신앙의 소의경전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불교 의식에는 이 경이 빠짐없이 독송되고 있다.
한국 불교에서 가장 대중적인 독경 경전 중의 하나가 『천수경(千手經)』이다. 『천수경』이 이렇게 대중적인 독경 경전으로서 지위를 차지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천수경』의 참회 사상과 이와 더불어 행해지는 참회 진언 수행법 때문이다. 『천수경』은 진언을 통한 발원과 그러한 발원으로 인하여 삼업(三業)을 멸하여 불도(佛道)를 이루는 타력적 신앙 체계가 현저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러한 진언 발원에서 자비원(慈悲願)과 홍원(弘願) 같은 참회가 강조되며, 중생 스스로 삼학(三學)을 배우고 보리심(菩提心)과 법성신(法成身)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자력적인 측면도 갖추고 있다. 즉 『천수경』의 참회 수행법의 결과는 선(禪) 수행법과 마찬가지로 마음을 깨치는 데 있다.
『천수경』에 나타난 참회 사상의 진정한 의미는 업장 소멸이 곧 깨달음이며, 업장 소멸은 마음을 없앰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천수경』의 참회법은 실체하지 않는 것들에 굳이 집착하거나 스스로 탐착해 묶여 있음을 깨닫고, 마음의 본성을 밝히는 데 있다. 이처럼 『천수경』의 참회 사상은 단순히 죄업을 소멸하는 데 끝나지 않고, 깨달음을 획득하는 데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천수경』은 선어록과 마찬가지로 깨달음의 경전이다. 그러므로 선 수행과 마찬가지로 참회 수행에 있어서도 점수적 참회와 돈오적 참회로 나눌 수 있다. 사참과 이참의 이중적 수행법의 구조에 토대해 본래와 현실, 점수와 돈오를 중도적으로 아우른다는 점에서 『천수경』은 반야와 화엄 그리고 선의 수행법과 그 흐름을 같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