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량이 큰 화합물을 고분자 또는 고분자 화합물이라 부르며, 보통 분자량이 10,000 이상 될 때 고분자라 부른다.
이 같은 화합물을 인류는 지상에 태어날 때부터 사용하였으나, 이처럼 분자량이 큰 화합물의 구조 및 거동에 관한 이해는 1920년대 중반에 시작되었다.
그때까지는 흔히 저분자량 화합물이 콜로이드 형태로 뭉쳐있다고 믿었으나 독일의 슈타우딩거(Staudinger, H.)는 공유결합으로 연결된 고분자가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으며, 천연고무·셀룰로오스·단백질 등이 모두 고분자라고 주장하였다.
그 후 1930년대 들어서면서 슈타우딩거의 고분자설에 이의를 제기하는 과학자들은 없어졌으며, 독일의 마이어(Mayer, K.H.)·마크(Mark, H.), 미국의 캐러더스(Carothers, W.H.) 등이 고분자의 실체를 인정하게 만드는 데 공헌이 컸다.
한편 1933년에는 영국의 ICI사에서 연구하고 있던 포셋(Fawcett, E.W.) 과 깁슨(Gibson, R.O.)이 고압법에 의한 폴리에틸렌 제조법을 발명하였고, 1938년부터는 미국의 듀퐁사가 나일론(캐러더스가 1935년에 발명)을 생산하기 시작하는 등 합성 수지(플라스틱) 및 섬유생산이 본격화되기 시작하였다.
더욱이 1940년 영국의 윈필드(Whinfield, J.R.)가 폴리에스테르를 합성하여 나일론과 함께 합성섬유의 사용이 급성장하게 되었다. 또한 2차 세계대전 후기에 미국에서 1,3-부타디엔(butadiene)을 이용한 합성고무의 개발에 성공하여, 합성고분자의 이용폭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영국 ICI사의 저밀도 폴리에틸렌 제조술의 개발, 독일 지글러(Ziegler, K.)의 지글러 촉매 발견, 이탈리아 나타(Natta, G.)의 이소택틱(isotactic) 폴리프로필렌 합성 등이 1950년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석유화학공업의 꽃을 피우며 합성고분자 공업을 급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지글러와 나타는 1963년에 공동으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였다.
우리 나라에서는 일본 교토제국대학에서 수학 한 바 있는 리승기(李升基)가 1945년 8·15 광복 후 귀국하여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응용화학과를 세우면서 고분자과학을 가르친 것을 처음으로 꼽을 수 있다.
이승기는 교토대학에서 폴리비닐알코올(비날론)의 합성에 관한 논문으로 1939년에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6·25 전쟁 중 월북하였다.
1950년대에 서울공과대학, 1960년대에 인하대학교·경북대학교 등 3개 대학, 그 후 1980년대에는 여러 대학에 고분자공학과가 설립되었다. 현재는 19개 대학에 고분자공학과가 개설되어 있으며, 여러 대학교의 화학과 및 화학공학과에서 고분자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한편 우리 나라에는 1940년대에 페놀 수지, 셀룰로이드 등의 가공업체가 있었으나, 모두 영세업체였으며, 1949년 열경화성 수지 압축 성형량이 연 96t 밖에 되지 않았다.
그 후,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나일론 섬유의 생산 및 가공이 시작되었고, 이어 PVC, 아크릴 섬유, 폴리에스테르 섬유 등이 생산되었다. 특히 1968년부터 시작되어 1973년에 완료된 울산 석유화학단지의 조성은 우리 나라 고분자공업을 눈부시게 발전시킨 동기가 되었다.
더구나,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한국과학기술원(KAIST)·한국화학연구소(KRICT) 등에서 고분자과학 연구가 활발히 전개되어 국내 고분자 연구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였으며, 1976년에는 한국고분자학회(초대 회장 성좌경)가 창립되었다.
이와 함께 1970년대 후반에 여천에 제2 석유화학단지가 조성되었으며, 울산 석유화학단지도 확장되어 대학, 연구소 및 산업체에서 고분자 교육 및 연구, 제품 개발 및 제조업이 크게 성장하였다.
2020년 한국 고분자학회 회원 수는 5,000명이 넘으며, 1년에 2,00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고분자공학과의 재학생이 3,000여명에 이르며, 대학원 재학생도 400명이 넘는다. 화학과, 물리학과, 화학공학과, 재료공학과 등 유관학과에서 공부하는 학생, 교수 등을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고분자 재료는 플라스틱, 섬유, 고무, 접착제 및 코팅재 등으로 넓게 사용되고 있으며, 이들의 소비량이 어느 재료보다도 많아, 현재를 고분자시대라 부른다.
재래 용도에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여러 가지 특수 기능성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분리막, 포토레지스트, 콘택트렌즈, 인공 혈관, 전도성 고분자, 액정 디스플레이(LCD) 기판, 단거리용 광섬유, 고흡습성 고분자, 전기 발광 디스플레이 등이 첨단 기술에서 고분자 재료가 차지한 새로운 용도이다.
의약학용 및 정보저장 기능성 등 고기능성을 지니는 고분자의 합성 및 특성에 관한 연구가 21세기에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 예상된다. 한편, 일회용 고분자 제품에 의한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생분해성 및 광분해성 고분자의 사용이 크게 성장되리라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 많이 사용되고 있는 범용성 플라스틱 섬유 및 고무의 기본 원료를 석유로부터 얻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석유의 고갈은 고분자 과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된다. 현재 일부 연구되고 있는, 박테리아 등을 사용하는 생물학적 고분자 합성 연구도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