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이황은 사단과 칠정을 엄연히 다른 것으로 보고, 그 근원을 각각 이와 기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사단은 이가 발한 것이고 칠정은 기가 발한 것이라고 하는 ‘사단이지발(四端理之發), 칠정기지발(七情氣之發)’의 명제를 내놓았다.
이에 대해 기대승(奇大升)이 그렇다면 이기가 각각 일물(一物)을 이루어 서로 다른 이물(二物)이 되는 병폐를 안고 있다고 비판함으로써 유명한 퇴고사칠론변(退高四七論辨)이 전개된다. 그 뒤 이황은 기대승의 의견을 수렴, “사단은 이가 발한 것이나 기가 그 이를 따르고 있고, 칠정은 기가 발한 것이나 이가 그것을 타고 있다(四端理發而氣隨之 七情氣發而理乘之).”고 정정하였다.
결국 이황은 이기불상잡(理氣不相雜)·이기불상리(理氣不相離)라는 이기론의 기본 구조 가운데 이기불상잡의 측면을 강조해 이기호발설(理氣互發說)을 내세우며, 이기불상리의 측면은 이발기수에서의 ‘기수’, 기발이승에서의 ‘이승’이라는 말로써 해결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이이는 “대저 발하는 것은 ‘기’고, 발하게 하는 원인자는 ‘이’다. 기가 아니면 발할 수 없고 이가 아니면 발하도록 할 수가 없다.”고 하였다. 그는 현상계에서 운동, 변화하고 있는 모든 작용은 기의 작용이며 그 운동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원인자는 이라고 하는 주자학의 기본 이론에 충실하면서, 이황과는 달리 이기불상리의 측면을 더욱 강조해 기발이승일도설을 내세운다.
즉, 이와 기는 서로 떨어질 수 없어 흡사 일물과 같기 때문에 그 발용(發用)은 하나뿐이며 호발(互發)은 있을 수 없다고 하는 기본 전제 아래, 이는 최고의 존재 원리이기는 하나 형체도 없고 스스로 운동·변화하지 못하며(理不能發), 형체도 있고 스스로 작용할 수 있는 기만 발한다는 것이 기발이승일도설이다.
사단칠정론에서도 이황은 사단과 칠정을 서로 대립되는 관계로 보아 사단은 이가 발한 것으로 순선(純善)하고 무악(無惡)하며, 칠정은 기가 발한 것으로 경우에 따라 선하기도 하고 악으로 흐르기도 한다고 본다. 이에 반해, 이이는 사단과 칠정은 근본적으로 하나의 정(情)이며 사단도 정인 한 기발(氣發)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이에게 있어 사단이란 칠정 가운데 선한 부분만을 가려 뽑아 말하는 것으로, 사단이 칠정 속에 포함되는 이른바 ‘칠정포사단(七情包四端)’의 논리이다. 이러한 이이의 기발이승일도설은 심성론(心性論)의 ‘칠정포사단’ 논리와 함께 ‘심성정의일로설(心性情意一路說)’·‘인심도심종시설(人心道心終始說)’의 이론적인 배경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