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 필사본으로 우화소설(寓話小說)의 하나이다. 표제는 ‘까치젼’으로 되어 있고, 「장치젼」과 함께 1책으로 합본되어 있다. 김영한(金英漢)이 소장하고 있다.
작품의 배경이 황해도 안악군으로 되어 있고, 조롱태(새 이름) 등의 함경도 사투리가 자주 나오는 것으로 보아 지은이는 북한 지방 사람인 듯하다.
말미에 '정유 10월 12일 필셔 우남창하'로만 되어 있어 연대를 자세히 알 길은 없으나, 내용으로 미루어 보아 18세기 후반 영 · 정조 대의 작품으로 추정할 수 있다.
작품의 처음은 “각설 천지만물 생길 적에 모충 삼백과 우족 삼천이 있으니, 그 가운데 한 우족의 성은 까요 명은 치라.”로 시작한다. 까치가 나무 끝에 높이 보금자리를 짓고 낙성연(落成宴)을 베풀어 즐길 적에 학두루미 · 까마귀 · 꾀꼬리 등 온갖 날짐승들을 초청한다.
그런데 초청을 받지 못한 비둘기가 불만을 품고, 까치를 찾아가 다투다가 까치를 죽이게 된다. 이에 과부가 된 암까치가 군수에게 고변하여 낙성연에 모였던 날짐승들의 증언을 듣게 된다. 그러나 비둘기의 뇌물을 받은 두꺼비는 까치가 다투다가 절로 떨어져 죽었다고 위증을 하여 비둘기는 혐의가 풀려 석방된다.
까치의 장례를 치르고 삼년상이 지난 후, 할미새가 고면(顧眄)을 한다. 암행어사가 된 난춘[鸞鳥]이 사실을 바로잡아, 뇌물을 먹고 거짓 증언한 두꺼비를 정배시키고, 암까치로 하여금 살해자인 비둘기에게 보복을 하게 한다. 그 뒤 암까치는 남편의 영혼과 교접하여 1남 1녀를 얻고 많은 자손들을 거느리며, 부귀를 누리며 살게 된다.
이 작품의 소설 구성법은 고전 소설의 일반적 공식을 따르고 있다. 암행어사가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범인을 척결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악한 비둘기에게 원수를 갚고 죽은 까치 낭군을 만나 자손을 잇는 구성법은 동물 세계의 정의와 사랑을 인간 사회에 빗대어 풍자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당시의 탐관오리와 토호(土豪)들이 결탁하여 선량한 백성들을 죽이고 착취하는 사회상을 그린 세태 풍자 소설이자 조선 후기의 실상을 의인의 기법을 활용해 비판하고 풍자한 우화소설이다.
이 작품에서는 30여 종의 조류들이 각기 관직을 가지고 등장하는데, 이들의 성격이 저마다 적절하게 의인화되어 있다. 우선, 까치와 비둘기가 선악의 대조적 인물로 성격화되어 있다. 비둘기는 까치집을 약탈하기 위해 까치를 살해하고도 그 책임을 회피한다. 그리고 주쉬(主倅) 보라매는 관속과 결탁하여 시비를 분간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임금이다. 권력의 그늘에서 뇌물을 즐기는 책방 구진, 비둘기 처가 사촌이라 아양떠는 앵무새 등이 잘 성격화되어 있다.
조류 우화소설은 중국 둔황[敦煌] 지역의 「연자부(燕子賦)」를 비롯하여 동아시아 전반에서 유행했던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본 작품과 더불어 「황새결송」 등이 조류 우화소설로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