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석림 古今釋林≫ 권40 끝에 부록으로 실려 있다. 총 7장으로 수록된 어휘수는 172개이다.
이두 어휘를 그 글자수에 따라 분류하였는데, 1자류에서 9자류까지 있다. 이것은 수적으로 매우 부족한 것으로 그 당시 사용된 이두 어휘의 극히 일부분만 수록되었으며, 그나마도 2자류 총 86어휘 중 특수어휘(행정이나 공문서에 사용되는 어휘, 곧 이문 어휘)가 37개가 된다.
≪고금석림≫ 전체가 한문이나 국어로 풀이되었는데, 여기서는 특수어휘는 한문으로 풀이하고, 나머지는 국어로 그 당시의 독법만 적었으므로 ‘爲遣=ᄒᆞ고’, ‘唯只=오직’ 같은 것은 쉽게 알 수 있으나, ‘粗也=아야라’, ‘敎味白如=이샨맛살ᄯᅡ’ 같은 것은 그 뜻을 알기 어렵다.
풀이된 것을 검토하면 첫째, ‘백(白)’을 모두 ‘올’로 풀이하였다. 몇 어휘는 ‘ㅂ’을 내리읽어 ‘爲白乎矣’를 ‘ᄒᆞ올보듸’로, ‘爲白乎所’를 ‘ᄒᆞ올본바’로 적어 ‘ᄉᆞᆲ’의 흔적을 보일 뿐이다.
그런데 같은 이두 어휘집인 ≪이문 吏文≫ (典律通補 부록)·≪이두편람 吏讀便覽≫·≪이두휘편 吏讀彙編≫(儒胥必知 부록)에는 ‘ᄉᆞᆲ’으로, ≪이두 吏讀≫에는 ‘살∼ᄉᆞᆯ∼ᄉᆞᆲ’으로, ≪이어 吏語≫(宋浚吉이 지은 語錄解 부록)에는 ‘ᄉᆞᆯ∼ᄋᆞᆸ∼ᄉᆞᆲ’으로 적혀 있다.
선어말어미(先語末語尾) ‘ᅀᆞᆸ’계는 이미 그 기능이나 형태가 무너져 ‘삽→사오, 압→아오, 잡→자오’로 바뀌었는데, ‘올’로 적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둘째, 구개음화현상의 반영을 보면 여러 이두서 가운데 ≪이두편람≫에는 구개음화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데, <나려이두>에서는 심한 혼기(混記)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喩,喩乃’는 ‘디나, ᄶᅵ나’로 ‘不喩’는 ‘아닌지’로 혼기하였으며, ‘節’을 ‘디위, 지위’로 혼기하고 있다.
‘重記, 侤音’은 ‘듕지, 다딤’으로 적고 있으나 ‘的實, 卜定, 卜役’은 ‘젹실, 지뎡, 지역’으로 적었다. ≪이두방언 吏讀方言≫(李圭景의 五洲衍文長箋散藁 권48 語錄辨證說 부록)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나, 그 밖의 ≪이두휘편≫이나 ≪이두≫·≪이어≫ 등에서는 구개음화현상이 거의 완전하게 나타나고 있다. 위 책들의 간행연대가 확실하지 않음이 문제이나 구개음화의 실현시기 추정에 참고가 될 것이다.
셋째, 잘못된 것이 더러 있다. 예를 들면. ‘始叱’은 ‘비ᄅᆞᆺ’인데 ‘비ᄅᆞᆯ’로, ‘敎事’는 ‘이샨일’인데 ‘이샨’으로, ‘爲如乎’는 ‘ᄒᆞ다온’인데 ‘이ᄃᆞ온’으로 되어 있는 등 세심한 주의를 하지 않은 흔적이 보이고 있다.
9자류가 끝난 뒤에는 최세진(崔世珍)의 ≪훈몽자회 訓蒙字會≫ 범례 중 언문자모(諺文子母) 부분을 싣고 있다. 그러나 편자는 출전을 밝히지 않고 ‘부훈민정음아세종대왕어제(附訓民正音我世宗大王御製)’라고만 제목을 붙이고 바로 이 부분을 실었는데, 몇 개의 오자와 탈자를 내고 있다.
그 가운데 ‘초중종삼성합용작자례’ 다음의 ‘ㄱㅋ下各音爲初聲’에서 ‘初’자를 뺀 것과 ‘ㅇ字之音發爲喉中輕虛之聲而已’에서 ‘喉’자를 ‘唯’자로 쓴 것과 ᄠᅳᆷ과 ㅇ의 차이를 기술하는 부분에서 ᄠᅳᆷ의 자형을 세 군데나 ㅇ로 쓴 것이 눈에 띈다.
<나려이두>는 조사 및 어미 등의 이두연구에 좋은 자료가 되지만, 수적으로 적고 대역한 부분의 표기상 통일성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몇 가지 잘못된 것도 있으므로, 이용할 때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