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보물로 지정되었고 고흥능가사강희37년명동종(高興楞伽寺康熙三十七年銘銅鍾)으로 불린다. 높이 157㎝, 무게 900kg의 범종의 세부를 보면 용뉴(龍紐: 종 꼭대기 부분의 장식)는 쌍룡으로 정상에 여의주를 물고 있으며, 음관[甬筒]을 두지 않고 그 자리에 조그마한 구멍을 뚫어 음관을 대신하고 있다. 범종의 상부가 좁고 아래로 가면서 점차 넓게 벌어지는 형태로, 외형은 ‘여수 흥국사 동종(보물, 2008년 지정)’과 유사하다.
종신(鐘身)에 ‘康熙三十七年戊寅三月日 興陽八影山楞伽寺…畵工 折衛將軍金愛立 通政金貴千李味南姜玉善 鑄鐵秩若和萬龍(강희삼십칠년 무인삼월일 흥양 팔영산 능가사…화공 절위장군김애립 통정 김귀천 이미남 강옥선 주철질 약화 만룡)’라는 주종명(銘)이 있어 조선 후기의 주종장(鑄鐘匠)인 김애립(金愛立)이 1698년(숙종24, 강희37)에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종신(鐘身) 윗면에는 이중의 연화문을 장식하고 그 밑으로 범자대(梵字帶)를 둘렀다. 종신 4면에는 두 줄의 띠를 두른 장방형의 유곽(乳廓)을 배치하고 그 안에 9개의 유두를 돌출시켰다.
연곽대 사이사이에 보살입상과 문호형(門戶形 : 문짝 모양)을 유려하게 부조하여 장식하였고, 문호형안에는 ‘主上殿下萬萬歲(주상전하만만세)’라는 전패(殿牌 : 임금을 상징하는 ‘殿’자를 새긴 패)를 새겨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였다. 종신의 중앙에는 주역에서 나타내는 건곤(乾坤)의 8괘가 있는데, 조선시대 범종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양식이다.
용뉴의 웅건한 표현과 단정한 보살입상, 정교한 세부문양 등에서 김애립의 완숙한 기량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으며 17세기를 대표하는 범종으로 뛰어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