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주보월빙 ()

고전산문
작품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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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명주보월빙」은 작자·연대 미상의 고전소설이다. 윤씨·하씨·정씨 세 가문의 남녀 주인공이 용이 주고 간 명주와 보월패를 매개 삼아 혼인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 가문 인물들의 혼사 장애, 가정 내의 갈등, 정치적·외부적 갈등을 복잡하게 엮어 놓은 장편 가문소설이다.

정의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서지사항 및 이본

국문 필사본(筆寫本).

100권 100책. 100권 중 1권(권 78)이 유실(遺失)되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소장되어 있다.

이본(異本)으로 축약본인 36권 36책 박순호 소장본과 낙질본(落帙本)인 1권 1책 한국학중앙연구원 소장본이 있다.

「명주보월빙」은 「윤하정삼문취록(尹河鄭三門聚錄)」 · 「엄씨효문청행록(嚴氏孝門淸行錄)」과 더불어 3부 연작(連作)을 이루고 있는 장편 가문소설이다. 이들의 분량은 모두 235책에 달하여 세계 소설사상 그 유례(類例)를 찾기 힘들다.

홍희복(洪羲福)의 「제일기언(第一奇諺)」에 작품 제명(題名)이 언급된 것으로 보아 1835년 이전에 창작되었을 것이다. 또한 20세기 초의 향목동 세책집에서 이 작품을 소장했다는 기록이 있어 20세기 초까지 널리 향유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내용

송나라 진종(眞宗) 연간(年間)에 이부상서(吏部尙書) 윤현과 태중태부 윤수는 형제지간이다. 윤현은 정실부인(正室夫人) 황씨의 소생이고, 윤수는 부실부인 위씨의 소생이다. 윤현의 부인 조씨는 현숙(賢淑)하나 윤수의 부인 유씨는 어질지 못하여 위씨와 함께 조씨를 몹시 미워한다.

윤현이 친구인 어사태부 하진 · 대사도(大司徒) 정연과 함께 강 위에서 뱃놀이하던 중에, 갑자기 용이 나타나 윤현 앞에는 명주 4개를 토해 놓고, 진과 정연 앞에는 보월패를 각각 1줄씩 토해 놓는다. 그러고 나서 용은 세 사람을 향하여 3번 머리를 숙이고 사라진다. 세 사람은 아들과 딸을 낳으면 서로 혼인시키기로 하고, 명주와 보월패를 이에 대한 예물(禮物)로 삼기로 한다. 이윽고 세 사람의 부인들이 아이를 낳자, 윤현의 딸 윤명아는 정연의 아들 정천흥과 약혼하고, 윤수의 차녀 윤현아는 하진의 4남 하원광과 약혼한다.

이때, 금국(金國)이 배반할 뜻이 있다는 것을 안 황제는 윤현을 정사(正使)로, 정연을 부사(副使)로 삼아 금국으로 보낸다. 윤현이 떠나자 위씨와 유씨는 조씨와 윤명아의 밥에 독약을 넣어 죽이려고 하였으나, 조씨와 윤명아는 윤현이 주고 간 해독 환약을 먹고 살아난다. 윤현과 정연이 금국으로 들어가자, 금국왕은 정연을 가두어 윤현의 항복을 받아 내려 하였다. 그러나 윤현은 끝내 굴복하지 않고 자결(自決)한다. 금국왕은 윤현의 충절(忠節)에 감동하여 정연을 풀어주며 윤현의 시신을 본국으로 운반하도록 한 후 항복한다.

이때, 조씨는 쌍둥이 형제를 낳는다. 형 윤광천은 영웅의 기상(氣像)을 가지고 태어나고, 동생 윤희천은 군자(君子)의 기풍(氣風)을 가지고 태어났다. 윤수는 윤희천을 양자(養子)로 삼았다. 이들 형제가 자라자, 정연은 윤광천을, 하진은 윤희천을 사위로 삼는다. 하진은 4형제를 두었으나, 간신(奸臣)의 참소로 역적(逆賊)으로 몰린 3형제는 참형(斬刑)을 당하고 막내 하원광만이 겨우 죽음을 면한다.

윤명아와 정천흥의 혼인날이 다가오자, 위씨와 유씨는 윤명아를 납치하고자 시도한다. 윤명아는 이를 눈치채고 피신하였다가, 장원 급제(壯元及第)하고 돌아오는 정천흥을 만나 집으로 돌아와 혼례를 올린다. 정천흥이 동평위사 양절광의 딸 양난염을 재취하니, 윤명아는 양난염과 자매처럼 의좋게 지낸다.

한편, 유씨는 차녀 윤현아를 명문대가(名門大家)에 시집보내기 위해 하원광과의 약혼을 파기한다. 이에 윤현아는 절개를 굽히지 않으려고 윤광천과 윤희천 형제의 도움을 받아 강정으로 피신하여 몸을 숨긴다. 그 뒤, 아버지인 윤수가 상경 직전에 귀가한다. 추밀사가 된 윤수는 촉군으로 가서 윤현아를 하원광과 혼인시킨다. 이때 운남왕이 역모(逆謀)를 꾀하여 반란을 일으키자, 정천흥이 자진해서 출전(出戰)하여 운남왕의 항복을 받는다. 그는 회군(回軍)하던 중 친구인 경 학사 집에 들렀다가, 그의 누이 경숙혜를 보고 첫눈에 반하여 셋째 부인으로 맞이한다. 이후 정천흥은 윤명아 · 양난염 · 이수빙 · 경숙혜 4부인을 취하고 또 문양공주를 취해 부마(駙馬)가 된다. 이어서 운남의 공주 목운영도 취한다. 과거에 장원 급제한 윤광천은 정혜주 외에 진성염 · 유교아 · 남희주 · 화빙화를 취했다.

한편, 윤씨 집안의 위씨와 유씨는 또다시 음모(陰謀)를 꾸며 조씨를 살해하고자 하나, 조씨는 정혜주의 지략(智略)으로 위험을 피한다. 정씨 집안 중에서도 문양공주는 윤명아 · 양난염과 나머지 정천흥 부인의 아들들을 수장(水葬)시키는 등 극악무도(極惡無道)한 행위를 자행(恣行)한다. 그러나 다행히 그들은 도사(道士) 혜원 등에 의해 구출된다.

이때, 하원광이 장원 급제하고 대원수(大元帥)가 되어, 30만 대군을 이끌고 반역을 꾀한 초왕을 평정(平定)했다. 이로 인해 천하에 하원광의 명망(名望)이 가득했다. 윤씨 집안에서는 유씨가 하영주를 구타한 끝에 궤에 넣어 강물에 넣었는데, 정천흥이 회군하는 도중에 강물에 빠진 하영주를 구출한다. 윤광천은 대원수가 되어 장사왕의 반란을 진압했으나, 간신의 모략(謀略)으로 역적으로 몰려 사형을 당할 지경에 이른다. 그러나 윤광천이 임정각과 정혜주의 도움을 얻어 장사왕을 물리치고 돌아오니, 황제는 윤광천을 남창후로 봉한다. 그 뒤 윤광천이 3년의 임기를 마치고 돌아와 위씨를 극진히 섬기니, 위씨는 비로소 이제까지의 잘못을 뉘우친다. 이로부터 남창후의 위엄과 덕망, 그리고 집안을 다스림이 엄정하니 집안에 평화가 온다.

이때, 동창왕이 반역을 일으키자, 정천흥은 출전하여 동창왕과 반란군을 진압하고 돌아온다. 황제는 정천흥을 제국왕으로 봉한다. 유씨는 전날의 잘못을 뉘우쳤으며, 문양공주도 윤명아의 덕망(德望)에 감화(感化)되어 선량한 사람이 된다. 이로써 윤씨 · 하씨 · 정씨 세 가문의 오랜 화란(禍亂)이 끝나고, 세 가문은 다 같이 부귀공명(富貴功名)을 누린다.

의의 및 평가

이 작품은 윤씨 · 하씨 · 정씨 세 가문의 인물군이 혼사(婚事)를 통하여 서로 결합하면서 새로운 혈족관계(血族關係)를 형성해 가는 과정을 보여 주는 가문소설이다. 따라서 어느 특정 인물이 주인공으로 설정되어 있지 않고, 윤씨 · 하씨 · 정씨 세 집안을 중심으로 하여 수많은 인물군이 등장한다. 등장하는 인물군만큼이나 사건 전개도 단선적(單線的)으로 제시되어 있지 않고, 여러 개의 사건담이 동시에 병렬적(竝列的)으로 제시되어 있다.

주인공급에 해당하는 인물만 해도 20여 명이 된다. 이들의 생애는 각각 ‘분리-고행(苦行)-귀환’이라는 일정한 구조적 원형을 보여주고 있다. 가령, 윤명아와 정혜주의 삶이 보여 주는 일대기적 생애담은 이 작품에 나타나는 여성 수난(受難)의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윤명아는 하늘의 뜻에 따라 지상에 내려온 환생적 존재로서,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하늘에서 정해 준 배필(配匹)과의 혼약(婚約)이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이 하늘의 뜻을 거역(拒逆)하려는 지상 세계의 악한 부류들의 훼방(毁謗)으로 인해, 윤명아의 혼인이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迂餘曲折)과 시련이 거듭된다. 윤명아는 5차례의 분리-고행-귀환이라는 원형적 순환(循環)을 반복한 끝에 비로소 ‘열현비(烈賢妃)’라는 정표(旌表)를 받고 단합(團合)을 이룬다.

다음으로 남성 주역군도 ‘영웅의 일대기(一代記)’라는 순환적인 원형을 통하여 그들의 삶을 새롭게 만들고 확충(擴充)해 간다는 점에서 여성의 경우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이들이 보여 주는 삶의 갈등은 혼사 장애담을 통해서만 전개되는 것이 아니다. 각자가 내보이는 일대기적인 삶을 갱신(更新)하는 과정에서 각각 다른 존재론적(存在論的) 함의(含意)를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윤광천 · 윤희천 형제는 천신(天神)의 환생으로, 이들이 보여 주는 삶의 자취는 이미 상제(上帝)의 의도에 따라 예정되어 있었다. 예정된 운명에 따라서 윤광천은 전쟁 영웅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윤희천은 도덕적인 성인(聖人)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명주보월빙」에는 주동 인물(主動人物) 외에도 반동 인물(反動人物)이 다수 등장하여 일정한 역할을 한다. 특히 여성 반동 인물들은 종통(宗統) · 애정 · 성(性) 등 현실적인 욕망으로 나오는 후처(後妻)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사회제도의 모순(矛盾)에 의해 희생되고 소외되었던 여러 처첩(妻妾)과 여인의 모습을 생동감(生動感) 있게 보여 준다. 또한 비종통 계열의 여성 반동 인물들은 의도적으로 사회의 근간인 종법(宗法) 제도(종법제)를 뒤흔들고자 한다.

반면 종통 계열의 남성 인물들은 관의 허가를 받고 가문의 대를 이을 양자를 들이지 않아, 본의 아니게 종법제를 무시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그러나 종법제를 전복(顚覆)시키려 한 비종통 계열의 여성 반동 인물들만이 징벌(懲罰)받고 있어, 종법제를 유지하려는 강고(強固)한 시각을 보여 준다. 이는 장편 가문소설이 향유되던 시기에 발생하던 종통과 입후(立後)의 문제를 현실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이 작품에서 추구하고 있는 세계관 및 작가 의식은 다음과 같이 집약(集約)할 수 있다.

첫째, 남녀 간의 혼사는 하늘이 정하는 것이므로 지상적(地上的) 인간이 거역할 수 없는 절대적인 숙명(宿命)에 속한다.

둘째, 여성들에게 있어서 혼사는 삶의 궁극적(窮極的) 의미이며, 분리-고행-귀환의 순환과 반복을 통하여 그 천정성(天定性)이 확인되고 완성되는 경지(境地)에 이른다.

셋째, 지상적 인간은 이기적(利己的)인 탐욕(貪慾) 때문에 계속 하늘의 뜻에 거역하고 저항해 보지만 결국 패배하게 마련이다. 즉, 순천자(順天者)는 흥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한다.

넷째, 왕후장상(王侯將相)과 같은 상층 인물은 하늘이 내었으며, 이들은 지상에서의 삶이 끝나면 다시 하늘로 복귀한다.

다섯째, 이미 존재해 온 국가 및 사회 체제의 존망(存亡)은 하늘의 뜻에 따라서만 좌우될 뿐이어서, 인위적(人爲的)인 힘과 노력으로 개조(改造)를 시도하는 것은 무모(無謀)한 일이다.

여섯째, 성인(聖人)의 가르침, 특히 도덕적 규범을 그대로 실천하는 삶이 최고의 가치를 지닌 삶이다.

이를 종합해 볼 때, 「명주보월빙」은 매우 보수적(保守的)인 상층(上層) 소설이다. 즉, 선험적(先驗的)인 도덕률(道德律)을 제시하는 성인의 가르침이나 기존 사회 체제의 당위성(當爲性)은 천의(天意) · 천리(天理)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거역한다거나 개조해 보겠다는 욕구는 용납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명주보월빙」은 매우 보수적이고도 완강(頑剛)한 주리론적(主理論的)인 문화 의식에 기반을 둔 작품이다.

참고문헌

원전

최길용·김영숙 교주, 『교감본 명주보월빙』 1~5(학고방, 2014)
최길용 역주, 『현대어본 명주보월빙』 1~10(학고방, 2014)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고대소설대계』 1(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0)

단행본

김기동, 『한국고전소설연구』(교학사, 1981)
최길용, 『조선조 연작소설 연구』(아세아문화사, 1992)

논문

박경숙, 「‘明珠寶月聘’에 나타난 人物形象化의 양상과 의미」(고려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89)
부인식, 「明珠寶月聘의 천상계에 대한 수사적 접근」(제주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87)
이상택, 「「明珠寶月聘」 硏究: 그 構造와 存在論的 特徵」(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81)
이상택, 「「明珠寶月聘」의 작품세계」(『한국학』 4, 한국학중앙연구원, 1981)
장시광, 「<명주보월빙>의 여성 반동인물 연구」(『고소설 연구』 14, 한국고소설학회, 2002)
장시광, 「대하소설의 여성과 법: 종통, 입후를 중심으로」(『한국고전여성문학연구』 19, 한국고전여성문학회, 2009)
관련 미디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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