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언 ()

고전산문
작품
1835∼1848년에 홍희복(洪羲福)이 청나라 이여진(李汝珍)의 『경화연(鏡花緣)』을 번역 · 필사한 책.
이칭
이칭
경화연(鏡花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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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1835∼1848년에 홍희복(洪羲福)이 청나라 이여진(李汝珍)의 『경화연(鏡花緣)』을 번역 · 필사한 책.
구성 및 형식

한글필사본. 번역·필사자 홍희복(1794∼1859). 20권 18책. 청대 이여진(1763∼1830)이 지은 『경화연』(100회)을 번역한 책이다. 원전 『경화연』은 1825년 전후에 완성하여 1828년에 출간되었다.

번역본 『제일기언』은 본래 20책이나 권9와 권12가 유실되어 총 18책이 남아 있다. 제78회까지만 번역되었으며, 빠진 부분은 제37∼40회, 제48∼49회이다. 책의 표제는 ‘제일기언(第一奇諺)’이며, 작은 글씨로 ‘경화신번 운경초본(鏡花新翻 雲耕草本)’이라 쓰여 있다. ‘경화연’을 새로 옮긴 번역물이란 뜻이며, 운경(雲耕)은 홍희복의 아호이다. 매 권마다 필사 기록이 있는데, 제1∼제6권은 1835년(을미년), 제7∼제8권은 2년 후인 1838년(무술년), 제10권은 1839년(신축년), 제11∼제16권은 1847년(정미년), 제17∼제20권은 1848년(무신년)에 완성되었다. 「서문」에는 당대 소설의 창작과 독서 경향, 『경화연』을 번역 작품으로 선택한 이유 및 자신의 번역 의도를 밝히고 있다. 현재 한글필사본의 소장처는 알 수가 없다. 중국 목판본과 석인본이 규장각,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및 각 대학 도서관에 전한다.

내용

『제일기언』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화신(花神)들은 겨울에 꽃을 피우라는 당나라 무측천(武測天)의 칙령을 받고 수행하다가 절기를 어긴 죄로 옥황상제에게 벌을 받아 인간세계로 귀향 오게 된다. 화신의 수장인 백화선자(百花仙子)는 당오(唐敖)의 집에 당규신(唐閨臣)이란 딸로 태어난다. 당오는 과거에 급제하지만 반란을 일으킨 서경업(徐慶業)과 의형제를 맺은 사실이 고발되어 관직을 박탈당한다. 당오는 처남 임지양(林之洋)과 함께 해외를 유람하며 수십여 개 나라의 기묘한 모습들을 관람하고 소봉래산(小蓬萊山)에 들어가 신선이 된다.

이에 당규신은 아버지를 찾아 나서고 소봉래산에 이르러 읍홍정비(泣紅亭碑)에 새겨진, 인간으로 환생한 화신들의 명단과 사적을 보게 된다. 당규신은 이들을 적어서 돌아온다. 한편, 읍홍정비에 기재된 화신들은 무측천이 실시한 여시(女試)에 합격한다. 합격한 재녀(才女)들을 위해 열린 연회에 참석하여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고 거문고를 연주하며 각종 놀이를 즐기며 재주를 자랑한다. 당규신은 아버지를 찾아 산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

서경업 등 반신(反臣)의 아들들은 군사를 일으켜 무측천을 패망시킨다. 그러나 중종(中宗)이 다시 무측천을 추대하여 ‘측천대성황제(則天大聖皇帝)’로 등극시킨다. 무측천은 다시 여과(女科)를 개설하고 지난 과거에 합격한 재녀들을 불러들여 홍문연(弘文宴)을 연다.

의의와 평가

대부분의 중국 소설 번역본은 누구에 의해 어느 때 번역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제일기언』은 번역자와 번역 연도를 확실히 알 수 있어 의미가 있다. 또한 서문에 조선시대에 유행한 『삼국지』 『서유기』 『수호지』 등의 중국소설과 『유씨삼대록(劉氏三代錄)』 『완월회맹연(玩月會盟宴)』 『명주보월빙(明珠寶月聘)』 등 장편대하소설 목록이 제시되어 있어 당시에 유통된 소설들을 확인할 수 있다.

『제일기언』은 원작을 그대로 번역하지 않아 번역에 대한 번역자의 인식, 나아가 소설에 대한 인식을 보여 주는 점이 특징이다. 홍희복은 당시의 소설 문화에 대해 비판적 안목을 가지고 대안이 될 만한 작품으로 『경화연』을 선택하였고, 자국의 언어와 문화에 맞게 번역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뚜렷한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번역 특징은 직역에 가깝게 충실히 번역하면서도 풍속이 다르거나 언어가 다른 부분은 의도적으로 변개하였다. 특히 조선의 풍속이나 문화와 비슷한 부분이 있으면 조선의 예를 첨가하였고, 궁금한 부분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첨가하였다. 19세기 초엽 중국어 번역상의 어휘와 문체적인 특징을 살필 수 있으며, 한글 고어와 신조어가 병용된 현상도 살필 수 있다.

참고문헌

『제일기언』(박재연·정규복, 국학자료원, 2001)
「〈경화연〉의 번역서 〈제일기언〉을 통해 본 홍희복의 번역 인식」(김경미, 『한국고전연구』32, 2015)
「『경화연』과 한글 역본 『제일기언』의 비교 연구」(정호영, 『중국소설논총』26, 2007)
「『경화연』의 여성인식과 『제일기언』의 수용방식 연구」(서경희, 『한국고전여성문학연구』5, 2002)
「문인적 주체의식의 재현─『제일기언』의 번역자인 홍희복을 중심으로」(주숙하, 『중국소설논총』35, 2001)
「제일기언에 대하여」(정규복, 『중국학논총』1,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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