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필사본. 필사자 미상. 명대 역사소설 『동한통속연의』를 번역한 책이다. 사조(謝詔)가 편찬한 대업당간본(大業堂刊本) 『동한십이제통속연의(東漢十二帝通俗演義)』(10권 146회)가 가장 이른 판본이다. 명말(明末)에 나온 『검소각비평동서한통속연의(劍嘯閣批評東西漢通俗演義)』의 『동한연의전(東漢演義傳)』은 146회본을 125회로 줄인 것으로 간행 이후 ‘동한연의’를 대표하는 판본이 되었다. 국내의 각 대학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판본은 대부분 검소각비평본 계열이다. 조선시대 관련 기록들에 의거하면 유입 시기는 1600년대 이전으로 추정된다. 한글본에 관한 기록으로는 완산 이씨(完山李氏)의 『중국소설회모본(中國小說繪模本)』과 온양 정씨의 『옥원재합기연』 표지 안쪽의 목록, 『대축관서목(大畜館書目)』 및 연경당(延慶堂) 『언문책목록(諺文冊目錄)』 등에 서명이 보인다.
한글본은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에 있는 6권 6책이 완정한 필사본이다. 제1권과 제2권에 광무(光武) 7년 계묘년에 필사하였다는 기록이 있어 1903년임을 알 수 있다. 이 외에 아단문고에 2책본이 있다.
『동한연의』는 서한(西漢, 前漢) 말 왕망(王莽)이 왕위를 찬탈하여 신(新)을 건립하는 것에서부터 후한(後漢, 東漢)의 헌제(獻帝)에 이르기까지 약 190년간의 사건을 기술하고 있다. 세부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왕망은 전한의 평제(平帝)를 독살하고 왕위에 올라 국호를 신으로 바꾼다. 왕망 말년에 전한 경제(景帝)의 후손인 유린(劉繗)이 군사를 모아 난을 일으켜 왕망을 시해하려다 실패한다. 이후 유린의 동생 유수(劉秀)는 한(漢) 왕실을 재건하기 위해 노력한다. 유수는 수차례의 전쟁 끝에 왕망을 살해한다. 그리고 전한의 마지막 황제인 경시제(更始帝) 유현(劉玄)을 폐한다.
유수는 후한을 건국하여 광무제(光武帝)로 왕위에 오른다. 광무제는 도적떼 적미의 군대를 평정하고 정봉(鄭奉)의 반란도 제압한다. 또한 외효(隗囂)를 정벌하여 천수(天水)와 용서(龍西)를 한나라로 귀속시키고 촉(蜀)을 정벌한다. 광무제는 33년간 통치하고 이후 명제(明帝)가 즉위한다. 그리고 차례로 장제(章帝), 화제(和帝), 상제(殤帝), 안제(安帝), 순제(順帝), 충제(衝帝), 질제(質帝), 환제(桓帝), 영제(靈帝)를 거쳐 헌제에 이르러 황실은 날로 쇠미해진다.
『동한연의』는 『서한연의』와 함께 이른 시기에 조선에 전래되어 역사연의소설 및 장편소설에 영향을 끼치며 많은 독자층을 형성한 작품이다. 동한 시기의 열두 황제 중에서도 광무제의 사적이 매우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은 비록 20세기 초에 필사되었지만 현재 전하는 유일한 완역본이라는 점에서 자료적 가치가 있다. 전체를 번역하였지만 생략과 축약이 많고, 원전에 없는 내용을 추가, 부연한 것도 있다. 또한 한글 회목이 원전과 다른 부분이 많아 정확한 번역 대본을 추정하기가 어렵다.
원전과 다른 부분이 있어 번역자가 주관적 시각을 바탕으로 일부 내용을 삭제하거나 변개하였을 가능성과 다른 중국 판본을 저본으로 하여 번역되었을 가능성 등을 추론할 수 있다. 『동한연의』와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우리나라 창작 소설로 『옥환기봉』이 있는데, 중국 역사의 수용을 찾아볼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