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필사본. 필사자는 현초(玄初) 남세본(南世本, 1810∼1901 이후)이다. 당나라 때 설조가 지은 전기소설을 번역한 책으로, 단국대학교 율곡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무쌍전(無雙傳)’이라고도 하며 『태평광기(太平廣記)』 『태평광기상절(太平廣記詳節)』 『산보문원사귤(刪補文苑楂橘)』 『염이편(艶異篇)』 『당송전기집(唐宋傳奇集)』 등에 수록되어 있다.
표지에 ‘고압아전기(古押衙傳奇)’라 쓰여 있고, 〈배침〉 〈홍선〉 두 작품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표지 제목은 나손(羅孫) 김동욱(金東旭)이 쓴 것이다. 번역 대본은 중국판본이 아니고 조선활자본 『산보문원사귤』의 「古押牙(고압아)」이다. 번역 양상은 직역 위주이나 일부 원문에 없는 내용을 부연 설명하거나 생략하기도 하였다.
책 마지막에 “조카 세본(世本)이 기묘년(1879) 3월 70세에 필사하였다(歲在己卯三月姪世本七十歲書)”는 기록이 있다. 언해문의 오두(鼇頭)에 난해한 어구에 대해 주해를 달았는데, 여기에 필사자와 관련된 글이 2편 적혀 있다. 작은 오라버니가 오동나무를 보고 감탄하며 지었다는 글과 약천(藥泉) 남구만(南九萬)이 1686년(丙寅)에 생질인 백석(白石) 박태유(朴泰維)에게 올린 제문이 그것이다.
『고압아전기』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당나라 때 유진(劉震)의 딸 무쌍(無雙)과 이종사촌인 왕선객(王仙客)은 정혼한 사이였다. 하지만 요령언(姚令言)의 반란으로 유진의 가족은 모두 죽고 무쌍만 살아남아 궁에 들어간다. 무쌍의 소식을 알게 된 왕선객은 고압아를 찾아가 무쌍을 구해 달라 도움을 청한다. 고압아는 영약(靈藥)을 구해 시비(侍婢)를 시켜 궁중으로 들여보낸 뒤, 무쌍을 역당(逆黨)이라 하여 사약을 받게 하여 죽게 만든다. 그 후 무쌍의 시신을 꺼내 영약을 먹여 살리고 두 사람은 부부의 연을 맺는다. 그리고 고압아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 이 사실이 누설 되는 것을 막는다.
『고압아전기』는 현존하는 유일한 번역본이다. 여주인공 무쌍이 아닌 고압아로 제목을 단 것은 협객담을 주제로 부각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고압아는 조선시대 문인들의 한시(漢詩)에서 남녀의 애정을 맺어주는 중매자이거나, 의리를 지키는 협객의 대명사로 회자되었다. 책의 마지막에 적힌 필사 기록과 오두에 적힌 글에 근거하면, 의령 남씨 가문의 돈녕부(敦寧府) 도정(都正)을 지낸 남세본이 노고모를 위해 1879년에 필사한 것으로 의령 남씨 가문에서 유통된 언해 주석본 전기소설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