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권 21책. 한글 필사본. 1786년(정조 10)부터 1796년에 이르기까지 전주이씨(全州李氏) 덕천군파(德泉君派) 22대 이영순(李永淳)의 부인인 정경부인 온양정씨(溫陽鄭氏)와 자부, 손부 등에 의해 필사된 것이다.
이 사실은 이 책의 첨기(添記)·필사기, 배접지의 고문서 작성 시기 및 이면백(李勉伯)의 문집 『대연유고(岱淵遺稿)』에 들어 있는 「행호조판서이공묘갈명(行戶曹判書李公墓碣銘)」과 『전주이씨덕천군파보 全州李氏德川君派譜』 등을 통하여 확인된다.
① 온양정씨 정경부인은 『옥원재합기연』 제1∼11권을 병오년(1786) 2월부터 정미년(1787) 3월까지 변생원의 고모의 도움을 받아 필사하되 대부분은 직접 베꼈고, 제12∼21권과 『옥원전해』 제1∼4권은 경술년(1790) 5월부터 신해년(1791) 7월까지 ‘뎡동셔상방’에서 셋째며느리 반남박씨(潘南朴氏), 셋째아들[勉兢]의 맏며느리 해평윤씨(海平尹氏), 맏아들[勉恒]의 맏며느리 기계유씨(杞溪兪氏)와 함께 베꼈다. 『옥원전해』 제5권은 병진년(1796) 3월 1일부터 3일까지 기계유씨에게 필사하도록 하였다.
② 서울대본은 온양정씨의 증손자부 해평윤씨에 의해 정미년(1847) 2월 일부 개장되었다. 온양정씨의 필사를 도운 사람은 장남 면항(勉恒)의 큰며느리 기계유씨, 삼남 면긍(勉兢)의 큰며느리 해평윤씨 등이다.
이본으로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낙선재본소설 「옥원중회연(玉鴛重會緣)」이 있다. 이는 21권 21책 분량의 한글 장편소설로, 1권에서 5권까지가 없어진 낙질이다. 「옥원중회연」과 「옥원재합기연」을 비교해 보면, 분권(分卷) 방식은 달라도 내용에는 차이가 없다.
그러나 세부 서술에 있어 약간 차이가 있고, 「옥원중회연」에는 잘못 필사된 부분이 상당히 많다. 따라서 서울대본 「옥원재합기연」이 낙선재본 「옥원중회연」보다 선행본이거나 저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온양정씨 필사본 「옥원재합기연」의 원작자는 규방 여성으로, 「옥원재합기연」의 방작(傍作)인 「십봉기연」 외에 「비시명감」·「신옥기린」·「명행록」도 지었다고 한다. 따라서 한글 장편소설은 세책점에 의해 전문적으로 양산된 것뿐만 아니라 규중 여성에 의해 창작된 것도 상당수 있을 듯하다.
온양정씨 필사본 「옥원재합기연」 권14와 권15 각각의 표지 안쪽에는 민간에서 유통되었음직한 소설의 목록이 실려 있다. 즉, 권14에는 명행녹·비시명감·완월·옥원재합·십봉긔연·신옥긔린·뉴효공·뉴시삼대록·니시셰대록·현봉쌍의록·벽허담관졔언녹·옥환긔봉·옥닌몽·현씨냥웅·명쥬긔봉·하각노별녹·임시삼대록·소현셩녹·손방연의·쌍녈옥쇼봉·도앵행·취미삼션녹·취해록·녀와션 등의 서명이, 권15에는 개벽연의·타녹연의·셔쥬연의·녈국지·초한연의·동한연의·당진연의·삼국지·남송연의·북송연의·오대됴사연의·남계연의·쇼현셩녹·옥소긔봉·셕듕옥·소시명행녹·뉴시삼대록·님하뎡문녹·옥인몽·셔유긔·튱의슈호지·셩탄슈호지·구운몽·남졍긔 등의 서명이 있다.
「옥원재합기연」은 신법당(新法黨)과 구법당(舊法黨)의 대립이 있었던 북송의 신종(神宗)·철종(哲宗) 때를 무대로 하여, 구법당의 인물인 소세경(蘇世卿, 자 君平)과 신법당을 추종하는 부친을 둔 이현영(李賢英) 사이의 이합(離合)을 다룬 애정소설이다. 제목은 소세경과 이현영의 혼약 신물인 옥(玉) 원앙(鴛鴦)의 이합(離合)이 두 사람의 이합을 상징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 소설의 본 주제는 두 가지로, ① 옥원(玉鴛)이 이산했다 자웅이 합침에 따라 소세경과 이현영이 이산했다가 재합한다는 것과, ② 소세경의 부친인 소송(자 자용)이 신의를 지켜, 자신을 모해하려 한 벗 이원의(자 단복)의 딸 이현영을 거두어 자부로 삼고, 천진한 본성대로 활연이 자의한다는 것이다.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① 소세경과 이현영은 부모 주혼(主婚)의 혼약을 하여, 세경의 모친이 옥원앙 한 쌍을 빙물로 준다. 그러나 세경의 모친이 별세하고 소공이 여혜경의 신법 실시에 반대하다가 유배를 가자, 장원 이원의는 혼약을 파기한다.
이상서는 여혜경과 공모하여 세경을 죽이려 하는데, 세경은 우여곡절 끝에 백연이란 가명으로 여장하여 이현영의 비자로 들어간다. 이상서가 여혜경의 구혼을 받아들이자 부녀간에는 갈등이 심화된다. 백연(세경)은 옥원을 빼내 집을 나온다. 마침 여혜경의 아들이 죽자 이상서는 승상 왕안석과 혼약을 한다.
② 이현영은 몸을 빼어 가다가 부친의 적소를 찾아가던 세경과 만나고, 백연(세경)이 남자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강물에 투신한다. 세경은 옥원과 제문을 싸서 강물에 띄우고는 사경을 헤매다가 부친 소공에 의해 구조된다.
이현영은 왕승상의 구조를 받고 부녀의 의리를 맺게 되고, 왕승상은 백수노옹에게서 받은 옥원 한 짝을 이현영에게 주려 하나 현영은 받지 않는다. 뒤에 왕승상의 직고로 소공이 해배되고, 옥원앙을 맞추어 본다.
이현영은 왕승상 가문이 전에 혼약하였던 관계임을 알고 자진하나, 구출되어 외가에서 지내면서 본가에는 죽은 것으로 해둔다. 현영은 시아버지와 의부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소세경이 자기 부친을 원수로 대하는 것을 알고는 결연을 거부한다.
③ 시부모와 남편의 노력에도 이현영이 냉담하게 굴자, 소세경은 수학을 떠나 6년을 보낸다. 장원급제한 소세경이 사위임을 안 이상서는 속죄의 뜻을 표하기도 하고 욕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사위가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자, 심지어 자객을 보내기까지 한다.
④ 이원의가 역귀창을 얻어 사경을 헤매자 이현영은 남편인 소세양을 더욱 원망한다. 그러나 죽음에 이른 이원의를 소세양이 의술로 회생시킴으로써 옹서간에 화해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상서의 아들 이현윤이 지극한 효성을 발휘한다.
⑤ 이현윤과 경빙희 소저 사이에 혼담이 있게 되지만, 경상서는 이원의를 시랑같이 여겨 혼사를 반대한다. 그러던 중 경공 가족이 상경하다가 경소저 모녀가 도적에게 납치되는 일이 발생하는데, 이 때 이현윤이 그들을 구출하여 남매의 의리를 맺는다.
황상의 주혼지가 이르러 오자 경소저는 충격으로 전신불수가 된다. 이 때 소세경이 신약과 의술로 경소저를 완쾌시켜 3년 만에 이현윤과 경소저가 완합(完合)하게 된다. 소세경 부부는 회혼례를 올리고 옥원의 재합을 확인한다.
이 소설의 구조상 특이한 점은 남녀 주인공을 서로 갈등하는 두 집안의 인물들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소설과 비슷한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로는 청대 소설 「인봉소」가 있다. 이는 낙선재본소설 「인봉소」로 번역되었는데, 시대 상황과 남녀 주인공을 얽어두는 방식이 「옥원재합기연」과 전혀 다르다.
곧, 「인봉소」에서는 남녀 주인공의 갈등이 없고 신구법당의 대립은 배경 상황에 그치지만, 「옥원재합기연」에서는 남녀 주인공이 두 사람의 부친의 파당 대립과 관련하여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단, 「옥원재합기연」의 전개에 있어서는 본 주제보다도 관련 인물의 후일담이 훨씬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특히 후반부는 소세경의 입공담, 이현윤(이현영의 동생, 윤필)과 경소저의 결연담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소설의 후반부에는 「옥원전해」라는 후속편이 있다고 고지되어 있다. 한편, 낙선재본 「옥원중회연」은 그 후속편을 찾을 수 없으나, 「옥원전해」는 서울대학교도서관에 별도로 소장되어 있다.
서울대도서관 소장의 「옥원재합기연」과 「옥원전해」는 같은 시기에 같은 필사자들에 의해 필사된 것이다. 또한 「옥원재합기연」에는 후속편으로 「옥원전해」 외에 「십봉기연」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으나, 「십봉기연」의 소재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