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필사본. 김동욱(金東旭) 소장본(현 단국대학교 율곡기념도서관 소장)과 박순호(朴順浩) 소장본이 있다. 김동욱 소장본은 표제에 ‘권장군젼·양신랑젼’으로 기록되어 있어 ‘양신랑전(兩新郎傳)’이라고도 한다.
단권 36장으로, 마지막 2장의 일부가 손상되어 정확히 판독할 수 없다. 박순호 소장본은 뒤에 「지션전」·「쟝화홍련젼」이 붙어 있다.
명문의 후예인 이한은 조정의 충신으로 당나라에까지 가서 공명을 빛내고 귀국한 뒤 죽었다. 왕은 애통해 하며 직접 제문을 지어 장례를 치러 주었다. 이한이 죽은 뒤 왕은 그의 아들 이정을 황해도 도찰사에 명했는데, 잘 다스리자 왕은 그를 장차 크게 쓰려고 마음먹었다.
한편, 이정은 나라의 은혜를 입어 영화가 극진함을 깨닫고, 여러 번 상소하여 벼슬에서 물러났다. 이정은 나이 오십이 되도록 아들이 없이 다만 이자혜라는 외동딸만 두고 있었다.
이자혜는 어려서부터 시사(詩詞)에 능하였고, 귀한 용모에 현덕(賢德)을 겸비하였다. 이정의 친척들은 양자를 얻어 대(代)를 잇기를 권하였으나, 이정은 이자혜가 범상한 아들보다 못하지 않으므로 사위로 대를 맡기겠다고 하였다.
하루는 친구 김의가 찾아와 남양에 사는 우장군 권홍의 아들 권훈이 비상하므로 그를 사위로 삼으라고 권하였다. 양가의 합의로 혼례를 서둘러 준비하였다. 얼마 뒤 이정의 친구 황안이 남양의 권훈은 가풍이 좋지 못하여 불초방탕하고 간교하다고 하였다.
이정은 당황하여, 자기를 속인 김의와 절교하기로 작정하며, 권홍과의 혼사를 무르고, 대신 황안이 청하는 홍참의 아들 홍연을 사위로 삼기로 정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김의는 황안이 혼사를 방해함을 알고, 이정에게 권가의 가문과 권훈의 비상함을 친히 가보고 혼인을 무르기를 권했으나, 그는 김의 때문에 외동딸의 평생을 망칠 뻔하였음만 탓하였다.
혼인날이 되자 홍연과 권훈의 두 신랑이 도착했다. 사연을 알아보니, 퇴혼서(退婚書)를 전하러 갔던 노복이 중도에서 병이 들어 미처 소식을 전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권훈의 작은아버지 권구는 퇴혼 사실을 알고는 한 딸에 두 신랑을 모이게 함은 사람의 일이 아니라며 분함을 참지 못하고, 그냥 돌아가기를 주장했다. 그러나 권훈은 이를 듣지 않고 하룻밤을 쉬어 가겠다고 우겼다.
권훈의 꿈에 한 도사가 나타나 자신은 천하의 부부 인연을 맺는 도사라고 하며, 권훈은 이정의 사위이므로 청의(靑衣)를 만나 일을 꾀하라고 하였다. 꿈을 깬 권훈은 두 신랑을 구경하러 나온 무리 중에 청의를 입은 동자(여정)가 있으므로 그를 불러 자신의 편지를 신부에게 전하게 하였다.
신부는 편지를 본 뒤 장롱에 숨겨 두었는데, 이 장면을 본 여정이 이를 권훈에게 알렸다. 권훈은 여정을 통하여 신부의 침실을 알아둔 뒤, 몰래 찾아 들어가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고, 벽상에 걸린 칼로 자결하려 하였다. 신부가 만류하고 그 밤을 이야기로 지샜다.
이튿날 권훈이 신부방에 있었음을 안 이정 부부는 이는 하늘이 정한 운수라고 하며, 권훈을 신랑으로 맞아 혼례를 올렸다. 권훈이 귀가하여 부모에게 사연을 고하였다. 권훈 부부는 5남 2녀를 낳고, 팔십이 되도록 오복을 갖추고 화목하게 잘 살았다.
이 작품은 주인공의 출생과 혼사 인연, 혼약의 성립과 파혼, 혼사 인연의 실현과 그 뒤의 행복이란 세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사건은 혼사의 갈등과 극복을 축으로 하여, 세도가 이정의 어리석음과 권훈의 명석함이 대립을 이루며 전개된다. 이를 통하여, 이정을 중심으로 선한 중매인 김의와 악한 중매인 황안, 첫째 신랑 후보인 권훈의 혼사 성취와 둘째 신랑 후보인 홍연의 혼사 좌절 등의 대립을 형성하고 있다.
이 작품의 특징은 이러한 대립 양상을 통하여, 조선시대 사회의 병폐와 한 가정의 혼사결정의 과정에 나타난 모순을 주인공의 혼사실현과정을 통해 재치있게 대립시키고 해소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부분적인 장면에서 골계적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권장군전」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군담적 소재나 영웅의 일대기는 없고, 다만 주인공의 혼사담이 중심이 된 규방소설이다. 또, 이 작품은 혼미하고 간악한 인물의 패배와 용기있고 지혜로운 인물의 승리라는 긍정적 윤리의식의 고취를 내세운 전통적 주제를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