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부터 빌려온 사실과 소설적 진실성을 지니는 허구를 접합하여 역사적 인간의 경험을 보편적 인간의 경험으로 전환하는 문학 양식이다. 이러한 전환에 필요한 작가의 상상력이나 의도를 조절하는 주제는 역사적 사실을 변형, 수정, 가감하는 기준이 된다.
따라서 고정된 소재로서의 역사적 사실이 다양한 모습으로 재현되는 이면에는 늘 작가의 역사관이나 세계관이 매개변수로 존재한다. 대표적인 역사소설로는 <김유신전 金庾信傳> · <최치원전 崔致遠傳> · <임경업전 林慶業傳> 등의 열전(列傳)과 실기류(實記類)소설, 사건을 중심으로 한 <임진록 壬辰錄> · <병자록 丙子錄> 등이 있다.
개화기시대 신채호(申采浩)의 <을지문덕 乙支文德>(1908) · <이태리건국삼걸전 伊太利建國三傑傳>이나 장지연(張志淵)의 <애국부인전 愛國婦人傳>(1907)과 같은 위인전류의 역사전기문학도 있다.
현대문학에서는 역사소설이 1930년대 초기부터 본격적으로 출현하였다. 만주사변으로 일본의 군국주의가 제패하게 되자 세계 정국이 불안과 위기의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국내에서는 민족통일단체인 신간회(新幹會)의 해산, 프로문학파의 검거 등으로 언론 · 문화에 대한 일제의 탄압이 가중되어 민족주의적 저항문학이 복고사상(復古思想)과 고전에 대한 관심으로 쏠리게 되었다.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는 역사소설의 증대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역사적 상황에 기인한다. 일본 식민지치하의 정치적 억압이나 경제적 수탈이 빚은 제한상황적 삶의 양태가 조장한 문학이다.
특히 소설 속에서 사회의 병리적 양상과 부정적 삶의 양식으로부터 탈피하려는 시도는 소설의 다원화 현상을 성립시켰던 것이다.
수평적으로는 목가적인 자연에서 사는 삶이나 흙과의 동화를 예찬하는 농민소설로 연장되었고, 수직적으로는 가족사소설이나 역사소설로 확대되었다. 또 한편으로는 토속소설 · 서정소설 · 심리소설 등으로 시선이 내면화되기에 이르렀다.
이 시대의 대표작으로는 이광수(李光洙)의 <마의태자 麻衣太子> · <단종애사 端宗哀史> · <이순신 李舜臣> · <이차돈(異次頓)의 사(死)> · <원효대사 元曉大師>, 홍명희(洪命熹)의 <임꺽정 林巨正>, 김동인(金東仁)의 <젊은 그들> · <운현궁(雲峴宮)의 봄>, 박종화(朴鍾和)의 <금삼(錦衫)의 피> · <대춘부 待春賦> · <전야 前夜> · <다정불심 多情佛心>이 있다.
또 윤백남(尹白南)의 <대도전 大盜傳> · <흑두건 黑頭巾> · 이태준(李泰俊)의 <황진이 黃眞伊>, 홍효민(洪曉民)의 <인조반정 仁祖反正>, 현진건(玄鎭健)의 <무영탑 無影塔> · <흑치상지 黑齒常之> · <선화공주 善化公主> 등도 이시대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들은 대략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첫째 영웅적 인물을 역사에서 빌려와 그 영웅을 한국민족의 인격체로 파악하는 이념형 역사소설과 둘째는 작가의 현실적 관점을 역사에서 빌려오는 점은 동일하지만 작가의 의도가 추상적 이념에 머물지 않고 의식성과 묘사를 결합함으로써 좀더 구체화하는 의식형 역사소설이 그것이다.
셋째는 시대정신이 한 인물의 성격에 구체적으로 나타나게 됨으로써 당대의 시민의식과 더 이상 영웅이 아닌 주인공의 의식구조와 상관관계를 보이는 중간형 역사소설, 마지막으로 이러한 구분 이전의 이야기체의 형태로 흥미를 주로한 오락성 위주의 야담형 소설로 분류된다. 민족주의에 입각한 민족의식의 고취나 강사적 목적론(講史的目的論)의 경우에는 정사(正史)의 관점을 취한다.
그러나 부정적 현실에서 탈피하려는 도피주의적 성향에서는 야사(野史)의 관점을 취하면서 대중소설과 영합하는 것이 통례이기도 하였다. 이밖에 1960년대 안수길(安壽吉)의 《북간도 北間島》, 1970년대 박경리(朴景利)의 《토지 土地》, 1980년대 황석영(黃晳暎)의 《장길산 張吉山》 등 광복 및 6·25를 소재로 다룬 작품들을 꼽을 수 있다.
근래에 와서는 역사소설이 소재나 의상과 같은 단순히 외면적인 것만으로는 구성될 수 없다는 의식이 있다. 즉,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제가 과거든 현재든 상관없이 ‘역사의식’을 소설의 당위적 전제로 삼고 있어서 역사소설이라는 개념은 이 ‘역사의식’이라는 개념 속에 수용되는 경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