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운동 측면을 강조하여, 흔히 민중불교운동이라 부르기도 한다.
또한 사회의 모순 구조를 변혁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그로부터 기인한 민중들의 종속적인 삶을 변혁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민중이 스스로 자신의 삶과 역사 발전의 주인임을 자각하여 그들 스스로 사회 변혁을 통해 해방된 사회를 건설하고자 하는 집단적 인간 해방운동이 민중불교운동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민중불교의 뿌리는 석가모니 당대의 초기 불교 정신에서 비롯된다. 불교는 단지 인간뿐만 아니라 일체 만물이 본래 평등하다는 석가모니의 자각에서 시작되었다.
따라서 한없는 중생(衆生)을 모두 다 구제하겠다는 맹세를 실천하는 노력이 곧 중생불교이며, 이것이 곧 민중불교의 이념으로 승화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 민중불교가 조직적인 운동으로 구체화된 것은 1980년대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1984년에 형성된 민중불교운동연합, 1986년에 결성된 정토구현전국승가회, 1988년에 창립된 민족자주통일불교운동연합회. 1993년에 성립된 전국불교운동연합 등을 통해서, 민중불교는 불교사회운동으로 그 토대를 확고히 다지게 되었다.
민중불교 운동의 성격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전통적인 기존의 불교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이다.
특히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불교가 가지고 있는 이념 또는 교리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주로 실천적 측면의 것이다. 민중의 억압된 삶이 곧 고통이라 할 때, 그것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불교의 이상이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이 민중불교 운동의 중점을 이룬다.
둘째, 정치·경제·사회 등 각 방면의 모순 구조를 변혁시킴으로써 민중이 직면하고 있는 고통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실천 방법으로는 계급투쟁 색채가 매우 강하다.
셋째, 교리에 대한 해석 방법은 전통 교판(敎判)의 틀에 따르지 않으며, 사회 과학의 지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면 고(苦)의 원인은 인간의 내재적 욕망이나 무명(無明)에 의한 것으로 보지 않고, 외부적인 사회 구조의 모순에서 기인한다고 보며, 해결 방법 또한 모순 구조의 해결에 중점을 두고 있다.
넷째, 이와 같은 이념에 동조하는 사람은 유대감을 바탕으로 일종의 결사적(結社的)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민중불교운동자들은 선진적 자각 의식이 매우 강하며, 그렇지 못한 대중이나 개인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점 등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민중불교운동의 결과는 네 가지의 성과로 요약된다.
첫째, 기성 불교에 대한 나태와 무기력을 비판함과 동시에, 사회 구원을 위한 운동을 실천적으로 전개함으로써, 불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둘째, 1980년대 중반의 암울한 상황에서 불교권 내에 민주화 열기를 넓게 확산시킴으로써 우리 사회의 민주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셋째, 불교교리를 사회 과학적 시각으로 해석함으로써, 불교교리가 학문적인 논리 체계에 그치지 않으며, 인간 해방을 위한 구원의 체계라는 점도 재인식시켰다는 점이다. 넷째, 불교 교단 내에서 불교 자주화운동을 주도함으로써 불교의 민주적 역량을 회복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운동에서 나타난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은, 투쟁 과정에서 야기된 폭력화 현상, 거부감을 주는 계급투쟁적 성격, 일부 교리에 대해서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야기되는 왜곡의 우려, 불교운동으로서의 주체성이 약하고 일반 사회운동에 종속되는 듯한 태도, 운동 주역들의 기성 불교에 대한 우월감과 지나친 지사적(志士的) 엘리트의식, 운동 세력들 간의 불협화 등등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민중불교가 문제시 된 것은 주로 그 이념 측면보다는 운동 측면의 경우가 많았다. 대승불교도 그 시초에는 새로운 불교운동이었다고 평가되는 것과 같이, 민중불교의 출발점도 여기에 둔다면, 그 자체가 부정되어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여러 가지 문제점들도 민중불교에 대한 의식의 제고 및 폭 넓은 공감대 확보와 더불어 해소될 것이다. 민중불교의 기본 논리는 대승 운동가들의 이타적 자세를 현시점에서 현상황의 타개를 위해 실현한다는 것이다.
부처님이 행하고 제시한 자비와 구제의 자세를 당면한 시대와 사회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어느 시대나 불교인의 공동 관심사이다. 그러므로 민중불교가 이타(利他)의 실천 자세를 견지한다는 점에서는 의의를 인정할 만하다.
근년에 이르러, 민중불교 운동이 더욱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점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예컨대 환경 운동을 비롯하여, 사회복지 분야, 즉 어린이, 청소년, 노인, 장애인 등을 위한 복지 활동과, 사회의 요청이나 시대 상황에 따른 다양한 변화에 응하여 장묘(葬墓) 문화의 개선운동도 펼치고 있으며, 인권 문제나 정치 분야 등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이와 같이 민중불교는 불교 사회운동의 지평을 시민운동과 연계시킴으로써 더욱 광범위한 불교 포교의 새 장을 구축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