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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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바닥을 판판하게 고르거나 곡식을 긁어모으는 데 쓰는 연장.
물품
  • 용도경작용
  • 재질나무 | 풀/볏짚
집필 및 수정
  • 집필 1995년
  • 김광언 (인하대학교, 문화인류학)
  • 최종수정 2026년 0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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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번지는 논바닥을 판판하게 고르거나 곡식을 긁어모으는 데 쓰는 연장이다.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형태는 일정하지 않다. 보통 긴 네모꼴의 널빤지에 써렛발에 맞도록 작은 구멍을 뚫거나, 나뭇조각으로 잡아매거나, 써렛발에 비끄러맨다. 널빤지로 된 번지는 사람이 어깨에 메어 끌고 나가기도 하고 두 사람이 마주 서서 손으로 쥐고 훑어 나가기도 한다. 못자리를 판판하게 고르거나 써레질한 논을 두 벌 손질할 때 쓰며, 곡식을 한 곳에 긁어모을 때도 이용한다. 평안남도의 마른논에서는 살번지·매번지·밀번지·발번지·통번지와 같은 특이한 형태의 번지를 썼다.

키워드

정의

논바닥을 판판하게 고르거나 곡식을 긁어모으는 데 쓰는 연장.

내용

≪농사직설 農事直說≫에는 ‘판로(板撈):鄕名은 飜地’로, ≪해동농서≫에는 ‘평판(平板)’으로, ≪훈몽자회≫에는 ‘번디’로 표기되어 있다. 지역에 따라 ‘번데기 왕판’(전라남도 영광·보성), ‘미래’(전라남도 영광), ‘번디’(강원도 강릉)라고 부른다.

번지의 형태는 일정하지 않다. 보통 긴 네모꼴의 널빤지에 써렛발에 맞도록 작은 구멍 두 개를 뚫거나(인천광역시 덕적도), 작은 나뭇조각 둘을 덧대어 턱을 만들고 여기에 써렛발을 대고 써레 손잡이에 잡아매거나(충청북도 제천시 봉양읍, 강원도 강릉), 써렛발에 비끄러맨다(인천광역시 덕적도). 강원도 강릉의 번지널은 매우 큰 편이다(35×400㎝).

널빤지로 된 번지는 사람이 어깨에 메어 끌고 나가기도 하고 두 사람이 마주서서 손으로 쥐고 훑어나가기도 한다. 그러나 경기도 반월에서는 널을 쓰지 않고 써렛발 끝에서 2∼3㎝쯤 위로 새끼줄을 두서너 겹으로 발과 발 사이에 감아서 쓴다.

경상남도 창녕의 써레는 나래처럼 널빤지 두 쪽을 이어 댔으며, 뒤 양쪽에 기둥을 박고 그 위에 손잡이를 가로 붙였다. 기둥에는 각각 끈을 매어, 가래질 할 때처럼 두 사람이 옆에 서서 당긴다.

자리를 내기 위하여 좁은 면적을 고를 때는 잔 나뭇가지를 촘촘하게 발처럼 엮은 것에 끈을 달고, 사람이 한 발을 이에 얹어 놓고 밟아서 판판하게 고른 뒤에 다시 한 발씩 물러나는 간단한 번지를 쓰기도 한다.

이와 같은 번지는 못자리를 판판하게 고르거나 써레질한 논을 두 벌 손질할 때 쓰며, 떨어 놓은 곡식을 한 곳에 긁어모을 때도 이용한다. 소가 끄는 번지로는 남자 한 사람이 하루 2,500여 평의 논을 고를 수 있다.

한편, 평안남도의 건답지대에서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살번지·매번지·밀번지·발번지·통번지와 같은 특이한 형태의 것을 썼다. 이들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① 살번지:써레와 비슷하나 이가 셋뿐이며 가운데의 것은 지역에 따라 조금 길거나 짧아진다. 씨를 뿌리고 거름을 준 뒤에 이것을 소에 매어 밀고 나간다. 양쪽의 이가 더 긴 경우에는 옆의 흙을 떠밀어서 씨를 덮으며 가운데로 밀려 들어온 덩어리진 흙을 가운데 이가 잘게 부순다. 살번지질을 하면 씨 위에 덮이는 흙이 두터워져서 싹이 트는 데 필요한 습기를 보존해 주는 구실을 한다. 한 사람이 하루에 3,000평쯤 다룰 수 있다.

② 매번지:형태는 살번지와 비슷하나 가운데 이가 없고 두 개의 이 바닥 사이에 짧은 막대(이를 ‘칼’이라고 함)를 붙인 것이 다르다. 칼(너비 2.4㎝, 두께 1.8㎝, 길이 30.3㎝)은 질이 단단한 나무로 만든다. 매번지는 따로 만들지 않고 살번지의 가운데 이를 빼고 붙여 쓰기도 한다.

매번지는 살번지질을 한 뒤에 손으로 눌러 가며 이랑 위로 끌어 나가는데, 이때 흙이 다져져서 흙 속의 수분이 오래 보존된다. 또 칼 위로 흘러 넘어간 흙도 덮여서 수분의 증발을 막는다. 따라서 씨를 뿌리고 싹이 틀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아 건조해지면 매번지질을 거듭해서 흙을 덮어 준다.

③ 밀번지:밀번지의 형태는 극젱이와 비슷하다. 성애는 Y자 모양으로 벌어져 있으며 술 끝에는 날 대신 넓적한 통칼(길이 30.3㎝, 너비 18.18㎝, 두께 3㎝)이 달려 있다.

이것은 싹이 터서 그 끝이 땅 위로 솟아나올 때 둔덕에 대고 끌고 나간다. 이렇게 하면 둔덕의 흙을 1㎝쯤 깎아 나가기 때문에 싹 자체에는 좋지 않지만, 미처 나오지 못한 싹에는 위의 흙을 걷어내 주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햇빛을 받으면 기온이 상승하여 싹이 더 잘 자라게 된다.

번지질에 의해서 잡초가 죽는 것은 물론이다. 밀번지는 매번지의 이 두 개를 새끼로 감거나 이 사이에 널빤지를 대어 사용하기도 한다.

④ 발번지:발번지의 성에와 술은 매후치와 비슷하나 바닥 모양이 다르다. 이에는 나무판 두 개를 10㎝ 간격으로 나란히 놓고 이 위에 짧은 막대 5개를 12㎝마다 붙인 뒤에 널을 두 개의 나무판 사이에 끼워 넣어 바닥으로 삼는다. 논에 물이 차기 전에 소에 매어 둔덕 위로 끌고 다니면 이랑 사이의 흙덩이가 깨지고 잡풀도 제거된다.

⑤ 통번지:‘통거’라고도 한다. 형태는 후치와 비슷하나 바닥의 좌우 양측에 널빤지(두께 10㎝, 너비 13.62㎝, 길이 24.24㎝)가 달린 것이 다를 뿐이다. 통번지는 진흙처럼 질척거리는 땅에 볍씨를 뿌린 뒤 논에 물이 차 있지 않을 때, 그리고 애벌논을 맨 뒤에 많이 쓴다.

또, 비가 내린 직후 흙이 습해서 흙덩이를 부스러뜨리기 쉽거나 땅에서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막으려 할 때 이랑 사이의 골로 끌고 다닌다.

이렇게 하면 골에 있던 흙덩이가 바닥 안쪽으로 휩쓸려 들어가기 때문에 좌우 양 이랑에서 자라는 벼에는 아무런 해를 주지 않는다. 이때 잡초를 제거하는 데도 커다란 효과를 아울러 거둘 수 있다. 그리고 메마르다가 비가 내렸을 때 이것을 사용하면 수분의 증발을 억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평안남도 평원군 일대에서 이와 같은 번지들을 특히 많이 사용하였다.

참고문헌

  • - 『한국의 농기구』(김광언, 문화재관리국, 1969)

  • - 『한국농기구고』(김광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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