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언어학은 계통이 같은 언어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검토하여 근원이 된 언어와 분화된 제언어의 사적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계통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어떤 언어가 다른 언어와 유사성을 보일 때, 이 언어들이 같은 계통임을 가정하고 비교언어학적 방법에 의해서 그 가정을 증명하려고도 한다. 비교언어학 연구는 언어들 사이의 친근성을 밝히는 것에서 출발하였다. 분화된 언어들 사이에서 음운·형태 면에서 발견되는 대응형은 동일한 기원에서 분화된 것을 전제로 한다. ‘음운대응의 규칙성’은 외면상 유사성이 없는 언어 사이에서 발견되는 대응을 통해 두 언어의 친근성을 입증하는 증거가 된다.
그러나 계통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어떤 언어가 있고 그 언어가 다른 언어와 유사성을 보일 때, 그들 언어가 동계임을 가정하고 비교언어학적 방법에 의해서 그 가정을 증명하려고도 한다.
이 때 그 유사성이 계통적 관계에서 유래한 것이 아님이 밝혀진다면 그 가정이 무효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어는 알타이제어 및 일본어와 여러 면에서 현저한 유사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어는 이들 제언어와 계통적 관계가 있으리라는 작업가정을 설정하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비교연구를 할 수 있다.
비교언어학의 방법은 인구어족의 연구에서 확립되었다. 그 뒤 인구어족에서 확립된 비교방법을 연구하여 친근관계를 확립하는 데 성공한 것이, 인구어족과 여러 조건이 유사한 함-셈(Hamito-Semitici)어족이다.
이렇게 해서 인구어족 연구에서 확립된 비교방법의 타당성이 입증되었다. 그러나 인구어족의 비교방법을 함-셈어족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무리한 점이 있다는 것도 발견되었다.
이렇게 해서 인구어족 이외의 언어의 비교연구에서 몇몇 새로운 견해가 부분적으로 논의된 바 있다. 그러나 인구어족에서 확립된 고전적 비교방법에서 근본적으로 이탈할 수 없고 또 설사 새로운 방법이 부분적으로 발견되었다할지라도 그것은 역시 고전적 비교방법의 토대 위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그러나 인구어족의 비교방법 그 자체에 있어서도 부분적으로 새로운 면이 개척되고 있다. 언어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나 민족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모든 언어의 변천이 어떤 보편적인 고정된 원칙에 따라서 일률적으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방법’은 처음부터 추상적인 것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개개의 경우 항상 연구대상에서 얻어지는 것이다.
분화된 언어들 사이에서 음운 · 형태 면에서 서로 대응하는 것이 발견되면, 이들 대응형은 본디 한 동일한 기원에서 분화된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그 기원적인 원형을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추정을 조어형의 재구(再構)라고 한다. 이때 재구된 원형은, 하위 제언어에서 변화한 것을 가장 합리적으로 서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비교연구의 커다란 과제의 하나가 대응의 발견임은 재론의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응의 발견과 그 정리가 비교연구의 최종적 목표는 아니다. 대응의 발견이 비교연구의 기초가 되는 것은 물론이지만, 대응을 기초로 해서 공통조어를 재구하는 것이 비교언어학의 최대 과제라 하겠다.
비교방법은 이러한 방법에 의해서만 유사 이전의 언어사를 밝힐 수 있다. 대응은 언어사를 꾸밀 수 있는 한 수단이다. 그리고 재구된 조어와 역사시대에 분화된 각 언어간에는 불명의 시간적, 공간적 거리가 존재한다. 이러한 벌려진 거리에 다리를 놓는 것이 비교언어학의 본질적인 과제의 하나이다.
그리고 대응에 의해서 하위제어에 대한 최대 공약수라 할 수 있는 공통조어를 제구하게 되는데, 이 제구된 조어형은 하위 제언어에서의 대응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적 요구를 전제로 한다. 그러므로 재구의 목적은, 하위 제언어의 대응을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또한 조어와 역사시대 사이의 언어사를 꾸미는 한 방법이라 하겠다.
이보다 더 타당성 있는 용어는 ‘음운대응의 규칙성’이다. ‘법칙’이라는 용어는 오해를 일으키기 쉬운 점이 있으나 전통적으로 이 용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공동조어의 음운 X가 A언어에서는 Y로 변화했고 B언어에서는 Z로 변화했다면, 동일한 조건에 있는 한, 한 형태소에서 A언어의 Y가 B언어에서는 항상 Z로 나타난다.(차용어 제외). 이때 A언어의 Y와 B언어의 Z는 대응한다고 하며 Y = Z라는 음운대응의 규칙성 혹은 음운법칙이 설정되었다고 한다.
음운법칙은 비교언어학에서 핵심적인 중요성이 있다. 비교언어학은 대응의 규칙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방법론적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음운면에서 일견 외면적인 유사성이 없는 단어라 할지라도 대응의 규칙성에 의해서 그 원형이 복원되고 그 단어의 역사를 해명하게 된다.
예컨데, 그리스어의 tis(누구?)와 po○os(어떤?) 은 일견하여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인구조어의 *kw-가 그리스어에서 i,e 앞에서는 t, 그밖의 경우에는 p로 나타나는 규칙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 두 단어는 *kwis, *kwoios로 제구되어 동일 어원임을 알게 되고 또한 라틴어 quid(무엇?), quod(무엇?) 등과 비교하게 된다.
그리스어에서 ‘걱정하다’의 의미를 표시하는 어근 dwi-가 있는데 대해서 알메니아어(Armemian)에는 erki-가 있고 또 그리스어에서 ‘오랫동안’을 의미하는 형용사 dwārón이 있는데 대해서 알메니아어에서는 같은 뜻을 가진 erkar가 있다.
이렇게 알메니아어의 어두 erk-가 그리스어 dw-와 대응하는 규칙성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므로 알메니어어의 수사 erku (2)는 그리스어의 du○ (2)와 대응하는 동일 기원임을 알게 된다. 이 예에서와 같이 음운법칙은 어휘대응의 뒷받침이 될 뿐만 아니라 어원을 탐구하는 기준이 된다.
그러므로 음운법칙의 뒷받침이 없는 어휘비교는, 비교대상이 된 어휘가 아무리 외견상의 유사성이 있다 할지라도 같은 어원임을 증명하는 것이 못된다.
그리고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외면상의 유사성보다는, 위의 알메니아어의 경우와 같이, 외면상의 유사성은 없어도 대응의 규칙성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언어간의 친근성을 입증하기 위한 유력한 증거가 된다.
메이에(Meillet, A.)는 비교방법의 한계를 설명하면서, 역사적 언어자료의 범위를 넘어서 자료가 남겨져 있지 않는 시기의 언어를 재구하려 할 때, 그 설명은 어느 것이나 환상적인 것이 되기 쉬우며, 친근관계를 입증하는데 유효한 기준은 문법형태로의 지속성이라고 했다. 이렇게 인구어 비교연구에 입각한 비교방법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이나 아프리카의 여러 토착어에 대한 넓고 깊은 지식을 얻게 되고 또한 새로운 조사방법이 발달함에 따라서 세계의 모든 언어, 특히 역사를 모르는 언어에 인구어 비교언어학의 방법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다. 상당한 시기의 역사가 비교적 잘 알려진 언어에 있어서도, 비교방법은, 두 알려진 시기에 걸친 기간에만 유효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언어적 선사는 위험한 상상의 대상이 되기 쉽다. 한 예로, 역사적으로 증명된 몇 어족에서 공통된 점을 찾아서 다시 그들 어족에 대한 고차적 공통조어의 가상 상태를 재구하려고 한다. 이렇게 비교방법이 극단적으로 확대되면 모든 언어에 어떤 공통성이 있어 보이고, 여느 언어끼리도 친근관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게 된다고 메이에는 주의하고 있다.
언어가 변화하는 동안 언어간의 상호 영향은 또 하나의 복잡한 요인이 된다. 다른 언어의 영향을 받아 어휘는 말할 것도 없고 언어구조면에도 변화가 파급되는 예가 있다.
라틴어의 최고단계에 보이는 에트루스크어(Etrusc), 그리스어, 골어(Gaul), 이류리아어(Illyria) 등의 요소는 라틴어에 들어온 차용어로 보게 되고 라틴어와 다른 인구제어와의 친근관계를 연구할 때는 이들이 차용요소로 설명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로망스제어가 분화해 나온 속(俗)라틴어에서는 이들 외래적 요소가 완전히 흡수되어 그들을 특수한 경우로 볼만한 아무런 이유도 없어진다(그만큼 차용요소를 분별하기 어렵게 된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언어의 친근성에 관한 개념이 막연해지고 다른 설명방법이 나타나게 된다.
근대 언어학은 인접하고 있는 언어 상호간의 영향을 더욱 정확하게 연구하게 되었고 또한 동일 지역에 있는 전혀 다른 언어들이 때로는 통일성을 보이게 되는 요인을 깊이 연구하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인접한 언어들이, 상호 침투의 결과, 서로 친근성을 갖게 되었다는 새로운 견해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뜻으로 ‘어족’ 대신에 ‘언어연합(言語連合)’이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언어연합은 본디 친근관계가 없는 여러 언어가 인접하고 있을 때, 음운 · 어휘 · 문법상 상호 영향을 미쳐서 공통된 특징을 가진 한 언어군이 된 것을 의미한다. 이것에 의하면, 인구제어는 하나의 ‘어족’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한 언어연합이다.
인구어는 본디 친근관계가 없는 제언어에서 생긴 언어연합이라는 것이다. 종래 인구조어라고 재구한 것은 그 대부분이 일종의 산스크리트 조어이고 다른 민족이 이 언어연합을 이루는 지배적 위치에 서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