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계통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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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언어학의 방법에 의하여 국어와 다른 언어와의 친근관계를 연구하는 학문.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 요약

국어계통론은 비교언어학의 방법에 의하여 국어와 다른 언어와의 친근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어떤 언어들이 공통된 기원에서 분열, 변화한 것으로 보일 때 이 언어들은 친근 관계가 있다고 한다. 국어의 계통 연구는 유형적인 면에서 현저한 유사성이 있고 또한 유사한 낱말이 발견되는 알타이제어와의 친근성을 규명고자 한다. 이 연구는 이숭녕, 이기문, 김방한 등의 한국학자와 알타이어 학자인 람스테트와 포페 등의 연구에 의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한국어는 독자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알타이어에 완전하게 포함시키려면 질적, 양적으로 설득력 있는 증거가 더 필요하다.

목차
정의
비교언어학의 방법에 의하여 국어와 다른 언어와의 친근관계를 연구하는 학문.
개설

몇몇 언어가 발생적으로 공통된 기원에서 각각 분열, 변화하였다고 생각되는 경우, 그들 언어는 서로 친근관계가 있다고 하며 또 그들 친근관계가 있는 언어를 동계언어(同系言語)라고 한다. 그리고 이들 동계언어를 총괄해서 어족(語族)이라고 부른다. 한국어의 계통론은 우리 국어가 어떤 다른 언어와 친근관계가 있는가를 비교언어학의 방법에 의하여 연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는 한국어의 주위를 볼 때, 유형적인 면에서 현저한 유사성이 있고 또한 유사한 낱말이 발견된다는 점에서 먼저 주목되는 언어가 알타이제어일본어이다. 따라서 한국어는 이들 언어와 친근관계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일찍부터 싹트기 시작하였다. 그 뒤 이들 언어와의 친근관계를 증명하기 위한 여러 비교연구가 계속되었다. 특히, 알타이제어와의 비교연구는 광복 이후 국내에서 한국어계통연구의 핵심적인 과제가 되어왔다.

우리 학계에서 한국어의 계통연구는 광복 이후에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하였는데, 이때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이숭녕(李崇寧) · 김선기(金善琪) 등의 논문들이다. 그 뒤 한국어의 계통연구가 어느 정도 본궤도에 오르게 된 것은 1960년대 이후부터라 하겠다. 우리들의 계통연구는 처음부터 일관해서 알타이제어와의 친근성을 규명하려는 데 집중되어온 것이 특징이다. 먼저, 이기문(李基文)은 구체적인 언어사실을 들어 한국어와 알타이제어와의 관계를 개관한 바 있고, 또 지금까지의 이 방면의 중요한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김방한(金芳漢)은 음운론형태론의 몇 가지 면에서 한국어와 알타이제어를 비교한 바 있으며, 또한 한국어의 밑바닥에 잠정적으로 ‘원시한반도어’라고 부르는 어떤 미지의 언어가 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제시한 바도 있다. 한편, 한국어와 일본어는 지리적 인접관계뿐만 아니라 그 현저한 유형적 유사성, 그리고 일견하여 곧바로 알 수 있는 유사한 낱말 때문에 일찍부터 두 언어의 친근관계가 논의되어 왔다. 한국어와 일본어의 비교연구는 주로 일본학자에 의해서 행하여진 바 있는데, 이는 일본어의 계통을 연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연구사

19세기 후반 로니(Rosny, J.) · 달레(Dallet, C. C.) · 로스(Ross, J.) 등은 한국어와 우랄알타이어의 유형적 유사성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그것은 피상적인 관찰에 지나지 않으며 구체적인 언어사실을 비교한 것은 아니었다. 그 뒤 한국어와 알타이제어와의 구체적인 비교연구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먼저, 폴리바노프(Polivanov, E. D.)는 1927년에 짧은 논문이지만 최초로 음운과 형태면에 걸쳐 언급하면서 한국어와 알타이제어와의 친근성을 보다 과학적으로 논증하려고 하였다.

여기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음운대응의 규칙성을 설정하려고 한 점이다. 그리고 대응의 예로 든 낱말의 비교에는 오늘날 확실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포함되어 있어서 매우 인상적이다. 이 논문을 발표한 이듬해인 1928년에 저명한 알타이어학자인 람스테트(Ramstedt, G. J.)는 「한국어에 관한 관견(Remarks on the Korean Language)」이라는 논문을 발표하여서 이 방면의 주목을 끌었다. 그의 가장 큰 공적의 하나는 무엇보다도 투르크어 · 몽골어 · 만주-퉁구스어 사이에 친근관계가 있다는 알타이가설(혹은 알타이어족설)의 기반을 닦은 일이다. 그리하여 진정한 알타이어학은 람스테트와 더불어 시작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의 또 다른 업적은 한국어의 계통에 관한 연구이다. 여러 논저에서 구체적인 언어사실을 들어 한국어와 알타이제어의 친근성을 증명하려고 하였다. 그는 외견상의 유형적 유사성이나 비슷한 낱말을 나열하지 않고, 진정한 비교언어학적 방법에 의해서 일정한 음운대응을 관찰하고, 또 문법 형태소를 분석하여 그 일치하는 것을 찾으려고 노력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람스테트의 『알타이어학개설 Einführung in die Altaische Sprachwissenschaft』(Ⅰ-Ⅲ)은 알타이어와의 관계를 연구하는 데 있어서 진정한 출발점이 되었다. 오늘날 국어와 알타이제어와의 비교연구는 모두 이 선구적인 연구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그의 『한국어 어원연구 Studies in Korean Etymology』(1949)는 한국어와 알타이제어와의 비교문법에 하나의 큰 발전을 가져온 업적으로 평가된다.

람스테트에 이어서 한국어와 알타이제어의 친근관계를 한층 깊이 있게 연구한 학자는 포페(Poppe,N.)이다. 포페도 탁월한 몽고어학자이자 알타이어학자이다. 람스테트에 의해서 닦여진 알타이어족설은 포페에 의해서 한층 정밀화되었다. 그리고 그의 연구대상에는 한국어도 포함되었다. 그의 『알타이제어비교문법 Vergleichende Grammatik der Altaischen Sprachen』(1960)은 음운론에 한정된 것이지만 한국어의 낱말을 비교대상으로 들고 있다. 이들 비교의 예들 중에는 결함이 있으나 람스테트에서보다 한층 정밀화되었다는 데 특징이 있다.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서의 한국어계통연구는 알타이제어와의 비교연구가 그 핵심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람스테트와 포페이다. 그들이 한국어를 알타이통일체에 포함시키고 알타이제어와의 비교대상으로 한국어를 적극적으로 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서 한국어는 알타이제어와 친근관계가 있으리라는 견해가 점차 강해지고 있다.

람스테트의 여러 논저를 보면 그는 한국어와 알타이제어와의 친근성을 어느 정도 확신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국어의 계통을 그렇게 단순하게만은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람스테트는 “한국어는 앞으로 더 연구를 요하는 불가사의한 언어”라고 말하기도 하고, 또 “한국어를 용이하게 알타이어군에 포함시킬 수는 없다.”라고도 말하고 있다. 이 말은 그가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였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한편, 포페의 경우에는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이 있다. 그는 람스테트의 『한국어 어원연구』에 대한 1950년의 서평에서 람스테트의 이 연구에 의해서 한국어와 알타이제어와의 친근성은 의심할 바 없다고 언명하였다. 그 뒤 1960년 『알타이제어 비교문법』에서는 알타이제어와 한국어의 관계가 그다지 확실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한국어에 적어도 알타이어의 기층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하며, 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1965년, 『알타이어학개설(Introduction to Altaic Linguistics)』에서 포페는 비로소 한국어의 계통에 관한 그의 견해를 보다 명확하게 제시하게 된다. 그는 한국어의 위치는 그다지 확실하지 않다고 전제한 다음, 한국어의 계통에 관해서 다음 세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첫째, 한국어는 알타이제어와 친근관계가 있다. 둘째, 원시한국어는 알타이통일체가 존재하기 전에 분열하였다(즉 분열연대가 매우 이르다.). 셋째, 한국어에는 알타이어 기층밖에는 없다. 즉, 한국어는 기원적으로 비(非)알타이어인데, 이것이 기층언어인 고대알타이어를 흡수했든가, 혹은 기층언어인 알타이어 위에 얹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포페가 제시한 세 가지 가능성은 탁월한 알타이어학자인 그가 보기에도 한국어의 계통이 얼마나 두꺼운 안개 속에 싸여 있는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지금까지의 한국어의 계통연구는 먼저 막연하게 한국어와 알타이제어의 친근성을 전제로 하고, 또 알타이어와의 비교연구에 의해서 이루어져왔다. 그 결과 한국어에서 알타이제어와 공통된 요소를 발견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가 과연 한국어와 알타이제어의 친근성을 증명하기에 충분한 것인가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한국어에서 알타이어의 요소가 발견되면서도 음운대응의 규칙을 설정하기가 어렵고, 또 일치하는 어휘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연구방법에 어떤 결함이 있지 않은가 하는 반성을 촉구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어의 계통연구는 현재 어느 면에서 큰 벽에 부딪히고 있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그것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여러 문제가 다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가설

람스테트는 『알타이어학개설』에서 알타이조어시대에 있어서의 4어파의 친근관계를 다음과 같이 추정하고, 이들은 4,000년 전에 분열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그는 한국어를 알타이어족의 한 독립된 어파로 본 것이 특징적이다. 한편, 포페는 그의 『알타이제어 비교문법』에서 다음과 같은 계보도를 제시하였다. 이 계보도에 의하면, 한국어가 알타이어족에서 한 어파를 이루며 알타이조어에서 직접 분열하였으며, 그 분열시기가 대단히 이른 것을 암시하고 있다. 또한, 한국어가 투르크어 · 몽고어 · 만주-퉁구스어와 다른 특유한 변화과정을 밟았을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이것은 그 자체의 도식적인 명확성은 있으나, 한국어 부분은 오히려 한국어계통연구의 고민을 반영하고 있다.

이기문은 『국어사개설』(1972)에서 계보도를 제시한 바 있다. 여기서 부여 · 한조어를 가정하고 이것이 알타이공통어에 거슬러 올라가는지, 혹은 그것과 자매관계에 있는지는 앞으로 더욱 연구되어야 할 과제로 보고, 부여 · 한조어의 위치에 대해서는 결론을 삼가고 신중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김방한은 한국어의 위치가 그것을 도식화할 정도로 확실하지는 않으나, 한국어가 퉁구스어와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을 수 있는 개연성이 가장 높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는 한국어와 알타이제어와의 비교에서 당면하는 여러가지 곤란성의 근본적인 요인을 해명하려고 하였다. 그리하여 비알타이어일 가능성마저 있는 기층언어를 가정하고 그것을 ‘원시한반도어’라고 불렀다.

과제

지금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한국어와 알타이제어 사이에 공통적 요소가 있음이 확실한데, 이들은 두 언어군의 친근관계를 시사하는 것으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과제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설득력 있는 증거를 보강, 제시하는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의 연구가 실질적으로 람스테트의 연구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므로, 거기서 더 발전하기 위하여 그가 제시하지 못한 새로운 대응의 예를 우리 손으로 발견하여야 한다. 그리고 차용관계를 구별하는 것이 강조되어야 한다. 매우 이른 시기의 차용일 경우에는 그것을 식별하기가 극히 어렵다. 이 밖에 중국어 이외의 다른 차용어에 관하여서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종래의 알타이어족설과 한국어와 알타이어족과의 동계설에 대해서 근래 그것을 전적으로 거부하거나 아직 증명되지 않은 가설임을 강조하는 견해가 나타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종래의 알타이어족설이나 한국어와의 동계설을 거의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반론도 그만큼 클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견해 사이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종래의 견해를 전적으로 부정하기도 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아직 증명되지 않은 가설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알타이어족설과 한국어의 친근 관계를 전적으로 부정한다고 하더라도 그들 사이의 친근 관계를 작업 가설로 설정하고 비교해 볼 수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 확실하다고 지적된 공통적 요소가 비록 수적으로 빈약하기는 하지만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들 요소가 차용 관계가 아니라면 우연한 일치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 빈약한 증거가 한국어와 알타이제어와의 친근성을 입증할 만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어가 알타이제어 혹은 알타이어족과 친근 관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과 같이 또한 그러한 친근 관계가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어의 계통은 아직 불분명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견해와 더불어 몇 가지 방법론적 문제가 제기된다. 알타이제어의 비교 연구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어와의 비교 연구에는 방법론적 문제가 많이 내포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역사 · 비교언어학적 관점에서 그다지 진지하게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방법론적 토대가 확고하지 않으면 자의적인 혹은 일면만의 합리성을 띤 추리 결과가 신기루처럼 보이게 마련이다. 그러나 또한 이러한 점을 이론적으로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실제 연구에서는 여기서 벗어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인구어 비교언어학은 실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놀라울 정도의 정밀하고 정확한 업적을 거두었다. 따라서 이 방법론이 다른 언어의 연구에서도 기준이 되어 왔다. 그러나 언어에 따라서 언어 구조 자체의 차이뿐 아니라, 이용할 수 있는 자료의 질과 양에도 여러모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인구어 비교언어학에서 수립된 방법론의 보편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리하여 인구어 비교 방법이 다른 언어에는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학문적 학문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다른 언어의 비교 연구에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면, 그 범위나 한계가 어디 있으며 또 어떤 언어 현상에 관해서 그러한가가 구체적으로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구체적으로 지적되기 위해서는 먼저 인구어 비교언어학에 관한 폭 넓은 지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식 없이 막연하게 인구어 비교언어학에서 수립된 방법을 다른 언어 연구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마치 구름을 잡으려는 것과도 같다.

확고한 방법론적 지식 없이 특히 한국어와 같은 아직 계통이 불명확한 언어의 계통을 연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편 세계의 여러 언어에서 그들 언어의 계통 연구가 어떻게 행해지고 어떤 문제들이 거론되었는가를 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어의 계통 연구가 현재 수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에 걸친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진 이후에야 가능할 것이다.

참고문헌

『국어사개설』(이기문, 민중서관, 1972)
『한국어의 계통』(김방한, 민음사, 1983)
Vergleichende Grammatik der Altaischen Sprachen(Poppe,N., Wiesbaden, 1960)
「한국어형성사」(이기문, 『한국문화사대계』 3, 고려대학교민족문화연구소, 1967)
「한국어와 만주어의 비교연구 1」(성백인, 『언어학』 3, 1978)
Remarks on the Korean Language(Ramstedt,G.J., Mémoires de la Société Finno-Ougrienne 58, Helsinki, 1928)
Einfuhrung in die altaische Sprachwissenschaft(Ramstedt,G.J., Mémoires de la Société Finno-Ougrienne 104, Helsinki, 1952∼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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