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어는 외래어 가운데 한국어에 상당한 수준으로 동화가 이루어진 단어이다. 다른 문화와 접촉하여 새로운 문물이 생겨날 때 이를 가리킬 만한 적절한 단어가 고유어에 없는 경우가 많다. 이때 단어까지 같이 들여와 고유어의 부족 및 공백을 메우게 된다. 이러한 단어는 한국어에 동화된 정도가 높은 순서에 따라 귀화어, 차용어, 외래어로 나뉜다. 현재 쓰이고 있는 단어 가운데는 외래어에서 차용어의 단계를 거쳐 귀화어에 이른 말들이 적지 않다. 차용어는 중국으로부터 들어온 것이 가장 많고 그 외 동아시아, 일부 서양어권에서 차용된 것도 있다.
외국 및 다른 문화와의 접촉 등의 결과로 새로운 것이 생겨나거나 들어오게 될 경우 이를 가리킬 만한 적절한 단어가 고유어에는 없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단어까지 같이 들여와 새로운 것을 가리키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통해서 고유어의 부족 및 공백을 메운다.
차용어는 이처럼 외국과의 접촉이나 다른 문화와의 접촉의 결과로 한국어로 유입된 말 가운데 하나이다. 즉 어원이 외국어에 있는 단어이다. 이런 점에서 차용어는 외래어의 한 종류이다. 따라서 외래어를 구성하고 있는 귀화어(歸化語), 즉 좁은 의미의 외래어와 성격을 같이 한다고 하겠다.
외래어는 한국어에 동화된 정도에 따라서 귀화어(歸化語), 차용어, 외래어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귀화어는 한국어에 동화된 정도가 가장 높다. 예를 들어 ‘붓’, ‘부처’, ‘절’, ‘담배’, ‘고추’, ‘고무’, ‘냄비’ 등의 단어는 외국에서 들어온 말이라고 인식되지 않고 이 단어들을 대체할 다른 단어를 생각하기도 쉽지 않다. 이처럼 고유어로 인식될 정도로 한국어에 완전히 동화된 단어에 해당하는 것을 귀화어라고 한다.
반면에 ‘센스’, ‘선글라스’, ‘박스’, ‘키’, ‘오타쿠’, ‘유커’ 등의 단어는 외국에서 들어온 말이라는 인식이 분명히 있고 이들을 대체할 단어나 표현을 생각하기도 어렵지 않다. 즉 ‘감각’, ‘색안경’, ‘상자’, ‘열쇠’,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 ‘(중국인) 여행객’ 정도의 단어나 표현으로 대체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한국어에 동화된 정도가 가장 낮은 말을 좁은 의미의 외래어라고 한다.
이와 비교할 때 ‘플라스틱’, ‘니코틴’, ‘패션모델’, ‘마네킹’과 같은 말은 외국에서 들어온 말이라는 인식은 있으나 이를 대체할 만한 한국어 단어나 표현을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한국어에 상당한 동화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동화의 정도를 보이는 말을 차용어라고 한다.
현재 한국어에서 쓰이는 단어 가운데에는 역사적으로 외래어에서 차용어의 단계를 거치고 귀화어에 이른 말들이 적지 않다. 즉 같은 말이라 하더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한국어에 동화된 정도가 다르다고 하겠는데, 이로 인해 어느 시기에는 외래어였던 것이 시간이 흘러 한국어에 동화되어 차용어가 되었다가 시간이 좀 더 흐르고 동화의 정도가 더욱 강해져 귀화어에 이르게 되었다.
따라서 이들 사이의 경계를 나누기가 쉽지는 않은 경우가 굉장히 많다. 이로 인해 차용어와 귀화어를 정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차용어는 시간적으로, 양적으로 볼 때 중국으로부터 온 것이 가장 많다. 중국어로부터의 차용은 이른 시기부터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중세 한국어의 ‘부텨’는 범어(梵語)의 ‘Buddha’를 한역(漢譯)한 ‘佛陀’의 ‘bʼi̯wət dʼi̯a(상고음) >bʼi̯uət d̂ʼie̯:(중고음)’를 차용한 것으로 보이며, ‘붇’이 상고 한어(上古漢語)의 ‘筆 pi̯wət’를 차용한 것은 바로 이에 해당하는 예이다. 이것이 한국어 어휘로 정착하여 오늘날에 ‘부처’, ‘붓’으로 쓰이게 되었다.
이런 차용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는데, 근대 한어 이후의 것을 차용한 것으로 보이는 차용어로는 ‘투구[頭盔]’, ‘피리[觱篥]’, ‘사탕[砂糖]’, ‘천량[錢糧]’, ‘ᄇᆡᄎᆡ[白菜]’, ‘지단[鷄蛋]’, ‘배갈[白乾兒]’, ‘자장[炸醬]’, ‘깐풍기[乾烹鷄]’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국어 한자음으로 읽을 때와 괴리가 있어 차용어로서의 특징을 보여 준다. 이 중 ‘ᄇᆡᄎᆡ’는 ‘ᄇᆡᄎᆡ〉ᄇᆡᄎᆞ〉ᄇᆡ쵸〉배초〉배추’와 같은 변화를 겪어 차용 당시와는 어형이 완전히 달라져 한국어에 동화된 모습을 보인다.
현대 국어 이전에 중국 이외의 나라와의 접촉을 통하여 차용이 된 말로는 몽골어로부터의 차용, 여진어 또는 만주어로부터의 차용, 일본어로부터의 차용을 더 들 수 있다. 몽골어로부터의 차용은 전기 중세 국어 시기에 원(元)과의 접촉으로 들어온 말들이 많은데, 중세 몽골어를 차용한 ‘qula[黃馬] 고라ᄆᆞᆯ >고라말’, ‘küreng[栗色馬] 구렁ᄆᆞᆯ >구렁말’, ‘šüle(n)[水剌, 湯] 슈라 >수라’, 몽골 문어를 차용한 ‘boro[秋鷹] 보라매’, ‘šingqor, šongqor[海靑] 숑골 >송골’, ‘onu,~oni[筈] 오노, 오ᄂᆡ >오늬’, ‘terlig[帖裡] 텰릭 >철릭’, ‘taraɣ[駝酪] 타락’ 등이 이에 해당하는데, 이들은 현대 국어에서도 쓰이거나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여진어 또는 만주어로부터 차용은 중세 국어에 이루어졌다. 대표적으로 ‘두만강(豆滿江)’의 ‘두만(豆滿)’은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의 “여진속어 위만위두만 이중수지차합류 고명지야(女眞俗語 謂萬爲豆滿 以衆水至此合流 故名之也)”를 따르면 여진어의 차용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널쿠[도롱이]’는 『동문유해(同文類解)』와 『한청문감(漢淸文鑑)』에 실린 말로 만주어의 ‘nereku’와 같은 의미를 지닌 말로, ‘차우설지의(遮雨雪之衣)’란 주가 달려 있다. 또한 ‘소부리[안장]’는 『동문유해』에 실린 말로 한어 ‘鞍座兒’와 같은 의미를 가진 말로 만주어 ‘soforo’를 차용한 것이다. 이들은 현대 국어에서도 쓰이거나 흔적이 남아 있다.
일본어로부터의 차용은 ‘담ᄇᆡ >담배’를 들 수 있는데 이 말은 포르투갈어 tabaco를 일본어에서 ‘tabako(タバコ)’로 차용한 것을 근대 국어 시기에 차용한 것이다. 일본어로부터의 차용은 개화기에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이에는 ‘화학(化學)’, ‘회사(會社)’, ‘외교(外交)’, ‘기차(汽車)’, ‘은행(銀行)’, ‘경제(經濟)’, ‘경찰관(警察官)’, ‘국회(國會)’, ‘사범학교(師範學校)’, ‘사상(思想)’, ‘증권(證券)’, ‘증기선(蒸氣船)’, ‘신문(新聞)’, ‘도서관(圖書館)’, ‘수학(數學)’, ‘태평양(太平洋)’, ‘대통령(大統領)’, ‘지구(地球)’, ‘철도(鐵道)’, ‘토요일(土曜日)’, ‘병원(病院)’ 등과 같은 음독을 하는 한자어뿐만 아니라 ‘신분(身分: みぶん)’, ‘하물(荷物: にもつ)’, ‘수하물(手荷物: てにもつ)’, ‘주식(株式: かぶしき)’, ‘할인(割引: わりびき)’, ‘견본(見本: みほん)’과 같이 훈독을 하는 한자어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한국어에서는 모두 국어 한자음으로 읽히는데, 현대 국어에서도 활발하게 쓰이는 단어들이다.
이런 차용 외에도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로부터 차용이 된 말들이 많다. 독일어로부터의 차용어로는 ‘가제(Gaze)’, ‘깁스(Gips)’, ‘캅셀(Kapsel)’, ‘아이젠(Eisen)’, ‘자일(Seil)’, ‘아르바이트(Arbeit)’ 등을 들 수 있는데, 이 중 ‘가제’와 ‘캅셀’은 영어로부터 차용이 된 ‘거즈(gauze)’, ‘캡슐(capsule)’로 대체되어 가는 경향을 보인다.
프랑스어로부터의 차용어로는 ‘데뷔(début)’, ‘에티켓(étiquette)’, ‘부케(bouquet)’, ‘앙케트(enquête)’, ‘마담(madame)’, ‘콩트(conte)’, ‘몽타주(montage)’, ‘쿠데타(coup d’état)’, ‘랑그(langue)’, ‘살롱(salon)’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차용어 가운데에는 ‘데뷔’와 같이 본래의 의미 가운데 일부 의미만을 취하여 의미의 축소를 겪었거나, ‘마담’과 같이 본래의 의미와는 달리 ‘술집, 다방, 여관 같은 곳의 안주인’을 가리키는 의미로 쓰여 의미의 왜곡을 겪었거나 하는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