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는 외국으로부터 들어와 한국어에 동화되어 한국어처럼 사용되는 단어이다. 고유어와 함께 국어의 어휘체계를 형성하는 요소이며, 차용어라고도 한다. 외래어는 발음·형태·용법이 한국어의 특질과 근본적인 충돌을 일으키지 않고, 한국어 문장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한글로 적는다. 외국어 의식이 없고, 우리 사회에서 널리 쓰이고, 사용빈도가 잦고, 차용 후 사용 기간이 길다는 점에서도 외국어와 구별된다. 외래어는 지배 계급의 언어를 차용하는 경우와, 문화의 교류를 통해 언어를 차용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현대 한국어의 외래어는 이중외래어가 많으며, 수십 개 언어로부터 차용되고 있고 계속 증가될 것이다.
고유어와 함께 국어의 어휘체계를 형성하는 요소이며, 차용어(借用語)라고도 한다. 차용되는 것은 단어 이외에도 음운 · 문법의 요소들이 있다. 외래어와 외국어의 구별을 분명히 하기는 어려우나,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기준이 고려될 수 있다(기준을 충족하면 외래어임).
① 발음 · 형태 · 용법이 한국어의 특질과 근본적인 충돌을 일으키지 않는다. ② 인용이나 혼용이 아니고 한국어 문장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설명이나 주석 등 특별한 처리가 필요하지 않다. ③ 한글로 적는다. ④ 외국어 의식이 없다. ⑤ 우리 사회에서 널리 쓰인다. ⑥ 사용빈도가 잦다. ⑦ 차용 후 사용기간이 길다.
언어의 혼합과 차용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요인으로 이루어진다.
(1) 종족의 혼합과 언어의 혼합
종족과 종족의 혼합은 정복과 피정복의 관계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평화적인 이주에 따라 이루어지기도 한다. 정복과 피정복의 관계로 종족이 혼합되었을 경우, 정복자가 다수 집단이고 그 문화가 우월하면 정복자의 언어가 피정복자의 언어에 침투하여 들어가거나 피정복자의 언어를 완전히 압도해 버리는 것이 보통이다.
정복당하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피정복자의 언어는 소멸될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피정복자가 우세하고 문화가 높으면, 피정복자의 언어가 정복자의 언어를 압도하여 소멸시킬 수도 있다. 청나라의 만주족이 군사적으로 명나라의 한족(漢族)을 정복하고서도 그들의 수(數)와 높은 문화에 눌려 마침내 민족과 언어가 모두 없어졌던 예가 있다.
평화적인 이주에 의하여 종족이 혼합되는 경우, 우세한 쪽의 언어에 열세에 있는 쪽의 언어가 동화되고, 세대가 바뀜에 따라 그들은 조상의 언어를 잊게 된다. 지배계급의 언어를 차용하게 되는 경우 그 차용의 동기를 특권적 동기(特權的動機)라 한다.
(2) 문화의 교류와 언어차용
낮은 문화의 소유자는 높은 문화 소유자의 언어로부터 자료를 차용한다. 문화수준이 비슷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호혜적이다. 우리나라는 정치 · 지리적으로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았으며 일찍이 한자 · 한문을 받아들여서 한자문화권에 들게 되었다. 그리하여 오늘날 우리는 어휘의 반 이상이라는 절대다수의 한자어를 가지게 되었다. 문화수준의 고저와 관계 없이 언어가 차용되기도 한다.
미지의 동물 · 식물이 새로 알려질 때 그 이름이 수입된다. ‘재스민(jasmine)’, ‘침팬지(chimpanzee)’는 각각 페르시아어와 아프리카어에서 차용되었다. ‘토마토’는 멕시코어 ‘tomatl’에서 스페인어 ‘tomate’를 거쳤고, 다시 영어의 ‘tomato’를 거쳐서 수입된 것이다. 자기 나라에서 생산되지 않는 물건의 수입과 함께 차용된 외래어의 예이다. 이러한 차용의 동기를 필요충족적 동기(必要充足的動機)라 한다.
고대로 소급할수록 고유의 요소와 외래의 요소를 가리는 일은 어려워진다. 더구나 외래어 개개의 차용시기와 경로를 밝힐 수 있는 것은 극히 드물다. 현대 한국어 속의 외래어는 수십 개 언어로부터 차용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증가될 것이다.
(1) 외래어의 뿌리와 문화적 배경
① 한자어와 중국어:수(數)로나 침투의 깊이로나 또는 그것이 미친 영향으로나 가장 우세한 것은 한자어이다.
그 중에는 중국에서와 같은 어형이 그대로 쓰이는 것이 있고, 국내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중국에는 없는 어형도 있다. 한자어는 한자의 본질상 조어가 간편하고 개념어로 적합하여 학술, 기타 전문용어로 많이 쓰인다.
그리고 국내에서 조어된 한자어와는 별개로 본디 중국어에서 차용된 것이면서 일반적으로 고유어로 잘못 알려진 ‘붓[筆]’ · ‘먹[墨]’과 같은 단어도 있다. 이들은 고대국어에서 차용된 것으로 짐작이 되거니와 이와 같은 예가 상당수 발견되고 있다.
현대에 와서 서구의 문물을 도입하는 과정에서의 번역용어 또한 한자어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경향은 한자어가 문화어로서의 자리를 굳히고 있음을 말해 준다.
② 영 · 미어(英美語):문화의 여러 분야에서 영어로부터의 차용어가 많이 쓰이고 있다. 영어를 공용어로 하는 영국이나 미국의 문화가 우세한 데 기인한다. 영어에 차용된 제3의 언어가 다시 한국어로 차용되는 예도 적지않다.
가스(gas) · 글라스(glass) · 커피(koffie) · 콤파스(kompas) 등은 네덜란드어인데, 영어의 힘을 빌려 세계에 전파된 예이다.
③ 인도어와 불교:불교용어로 적지않은 인도의 말이 차용되어 있다. 산스크리트(Sanskrit) · 팔리(Pāli) 등의 언어가 불교용어로 쓰인 몇 가지 예를 보인다.
‘아미타[阿密陀(s.)(p.) Amita]’ · ‘석가[釋迦(s.) Sākya · (p.) sakya]’ · ‘보살[菩薩(p.) bodhisatva]’ · ‘가사[袈裟(p.) kāsāya]’ 등이다. 불교용어 이외에도 ‘삼매(三昧, samādhi)’ · ‘사파(娑婆, sābhā)’ · ‘나락(奈落, naraka)’ · ‘달마(達磨, dharma, Bodhidharma)’ 등.
④ 이탈리아어와 음악:음악용어로 이탈리아어가 많이 차용되고 있다. ‘피아노(piano)’ · ‘알토(alto)’ · ‘솔로(solo)’ · ‘소프라노(soprano)’ · ‘테너(tenor)’ 등.
⑤ 프랑스어와 미술 기타:미술을 포함한 예술 분야와 복식 · 미용 · 외교 · 요리 등의 용어에는 프랑스어가 많다. ‘아틀리에(atelier)’ · ‘레알리슴 (realism)’ · ‘콩트(conte)’ · ‘샤포(chapeau)’ · ‘아그레망(agrément)’ · ‘누가(nougat)’ 등.
⑥ 독일어와 철학 · 의약 기타:독일어로부터의 차용어에는 철학 · 의약 · 스키 · 등산 등의 용어가 있다. ‘테마(Thema)’ · ‘세미나(Seminar)’ · ‘노이로제(Neurose)’ · ‘자일(Seil)’ · ‘피켈(Pickel)’ · ‘륙색(Rucksack)’ · ‘코펠(Kocher)’ 등.
⑦ 그리스어 · 라틴어와 학술:그리스어와 라틴어는 학술용어로서 불가결의 언어가 되어 있다. 이들은 직접차용어가 아니고 이중외래어일 것이다. ‘알파[(G.)alpha]’ · ‘베타[(G.)beta]’ · ‘라듐[(L.)radium]’ 등.
⑧ 일본어:일본어에서 직접 차용한 것 이외에 일본어를 통한 이중차용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모치(モチ, 餠)’ · ‘가보(カボ, 九)’ 등은 직접차용한 예이고, 다음과 같이 이중외래어의 경우에는 그 발음이 일본어식인 것인 특징이다.
이들은 연령이 높은 층이나 특정직업 종사자 사이에서 쓰이고 있다. ‘사스펜스(サスペンス, suspense)’ · ‘낫토(ナット, nut)’ · ‘아또리에 (アトリエ, atelier)’ 등.
⑨ 기타:이 밖에도 포르투갈어 · 스페인어 · 네덜란드어 · 히브리어 등 많은 언어로부터의 외래어가 많이 있다.
(2) 이중외래어
이중외래어가 많다는 것이 한국어가 차용한 외래어의 특징의 하나이다. 중국어를 통한 것, 구미제어(歐美諸語)를 통한 것, 그리고 앞에서도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일본어를 통한 것 등이 많다. 우리는 이들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의 접촉을 통하여 제3의 언어로부터 자료를 차용한 것이다.
(3) 한국어에의 동화
① 동사 · 형용사의 어근화(語根化):영어의 동사 ‘sign’은 한국어 속에서 ‘signature’와 같은 명사로 쓰이고, 또 동사의 어근으로 쓰여서 ‘사인하다’와 같은 동사를 만든다.
형용사의 ‘smart’ 또한 같은데, ‘스마트하다’라는 한국어 형용사의 어근이 된다.
② 발음상의 동화:한국어의 음운규칙에 맞도록 발음된다. ‘lamp→남포’ · ‘spring→스프링’ · ‘Russia→아라사’ 등이 있다.
(4) 외래어의 영향
① 음운체계에의 영향:주로 외래어를 원적어(原籍語)의 발음에 충실하게 발음하려는 데에서 오는 것이다. ‘radio→라디오’(두음의 ‘ㄹ’) · ‘news→뉴스’(두음의 ‘ㄴ’이 구개음) 등에서와 같이 한국어의 음운규칙을 깨고 있다.
② 어휘체계에 미친 영향:외래요소의 증가와 고유어의 증가력 감퇴, 그리고 어휘 항목수의 증가와 유의어로 인한 표현성의 풍부, 번역용어의 증가 등을 들 수 있다.
또, 약어(略語)로 인한 동음이의어(프로→programme · professional · proletariat)의 증가와 영어 아닌 영어(미싱→sewing machine, 아파트→apartment house) 등의 증가 및 여러 단어의 머릿글자를 조합해 만든 약어(NASA, NATO)의 증가 등을 들 수 있다.
(5) 외래어와 국어사
① 고대 이전의 차용:다음과 같은 중국어로부터의 차용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ᅀᅭᇂ(褥), 뎧(笛), 잫(尺), 붇(筆), 먹(墨)’ 등.
② 전기 중세국어의 차용어:몽고어 · 여진어가 주로 차용되었다.
㉠ 관직명:必闍(者)赤(bičiyeči, 서기), 達魯花赤(daruγačin, 鎭守官名).
㉡ 말[馬]에 관한 것:아질게ᄆᆞᆯ(aǯirγa, 兒馬), 졀다ᄆᆞᆯ (ǯe’erde, 赤馬).
㉢ 매[鷹]에 관한 것:보라매(boro>bora, 秋鷹), 숑골(šingqor, šongqor, 海靑).
㉣ 군사:바오달(baγudall, 營), 텰릭(terlig, 帖裏).
㉤ 음식:타락(tarar, 酡酪), 슈라(水刺, šülen, 湯).
㉥ 지명:투먼강(tumen, 여진어 ‘萬’), 퉁컨(tungken:鍾城의 옛 이름, 여진어 鍾).
③ 후기 중세어의 차용어:‘투구(頭盔)’ · ‘피리(觱篥)’ · ‘사탕(砂糖)’ · ‘쳔량(錢粮)’ · ‘ᄇᆡᄎᆡ(白菜)’ 등 중국어로부터의 차용.
④ 근대국어의 차용어:중국어 · 만주어로부터의 차용이 있었다. ‘다홍(大紅)’ · ‘자디(紫的)’ · ‘망건(網巾)’ · ‘비단(匹段)’ · ‘토슈(套袖)’ · ‘무명(木綿)’ · ‘탕건(唐巾)’(이상 중국어), ‘널쿠(nereku · 斗蓬)’ · ‘쿠리매(kurume · 褂子)’(이상 만주어).
⑤ 현대국어의 차용어:수십 개 언어로부터의 많은 외래어가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증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