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어는 하나 또는 둘 이상의 한자가 결합되어 한국어로서 사용되는 한국식 발음의 단어이다. 대체로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구분된다. 중국어에서 쓰이는 것이 그대로 쓰이되 발음이 한국식인 것, 한국어에서 만들어져 쓰이고 중국어에서는 쓰이지 않는 것,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 등이다. 한자어는 우리의 고유어와 동시에 사용되었는데 경쟁을 통해 고유어가 소멸하고 한자어가 살아남는 현상이 많았고, 새로운 문물 도입시 새로운 용어가 한자어로 번역되면서 한자어가 크게 증가하였다. 한글학회 『큰사전』에 의하면, 수록된 표제어 중 한자어가 과반을 넘는다.
이에는 다음과 같은 구분이 있다. ① 중국어에서 쓰이는 것이 그대로 쓰이되 발음이 한국식인 것 : 군자(君子) · 필부(匹夫) · 성인(聖人). ② 한국어에서 만들어져 쓰이고 중국어에서는 쓰이지 않는 것 : 전답(田畓) · 기차(汽車). ③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 : 입구(入口) · 취급(取扱) · 상담(相談) 등이다.
이 가운데 ②의 ‘畓’은 한국에서 만든 이른바 국자(國字)로서 ‘논’을 지시한다. 따라서 ‘田’은 ‘밭’을 지시한다. 우리와는 달리 일본에서는 ‘田’이 ‘논’을 지시하고 ‘밭’을 지시하는 ‘畠 ’자를 새로 만들어 쓰고 있다.
한자는 본래 중국의 문자이다. 그것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는 중국음 그대로 발음되었을 것이나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발음상의 변화가 있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한국 한자의 발음의 근원을 알려면 한자가 어느 시기에 어느 지역으로부터 도입되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들어온 한자들이 한 시대에 한 지역으로부터 동시에 유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랜 시간에 걸쳐서 여러 지역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들어왔다고 보는 것이 옳은 것 같다. 그래서 한국 한자음의 계통을 찾기는 더 어려워진다.
한국 한자어는 대체로 2음절어가 일반적이다. 그 다음으로 단음절어와 3음절어가 많이 쓰인다. 4음절 이상의 다음절어는 그리 많지 않다. 한자는 원래 일자일어(一字一語)이지만 한국어로 쓰이는 단음절어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산(山) · 강(江) · 책(冊) · 검(劒) · 운(運) · 선(善) · 악(惡)’ 등은 실제로 쓰이고 있지만 ‘수(水) · 목(木) · 수(手)’ 등은 단음절 한자어로 쓰이지 않는다.
서기전 2세기경에 한자 · 한문이 유입되었다고 하거니와 3세기 후반에는 이미 학문을 일본에 수출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고, 6세기에는 이미 한자 · 한문이 토착화되었다고 간주된다.
뿐만 아니라 한자어의 생성이 표면에 드러난 것이 이 때이다. 실제로 한자어의 생성은 그 이전부터 있었을 것으로 추측이 되나 공식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지증왕 때의 일이다.
지증왕 4년(503)에 국호를 ‘신라(新羅)’로 정하고, 처음으로 ‘왕(王)’이라는 칭호를 사용하였다. 지증왕 5년에는 중국식 상복법(喪服法)을 제정하고, 지증왕 6년에는 주(州) · 군(郡) · 현(縣)의 이름을 정하였다.
법흥왕 1년(514)에 지증의 시호를 증(贈)하였다. 법흥왕 7년에는 율령이 반포되고, 법흥왕 14년에 이차돈(異次頓)의 죽음을 계기로 불교가 공식적으로 허용되었다.
또, 법흥왕 23년에는 ‘건원(建元)’이라는 연호를 사용하였으며 기타 국가의 제도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한자의 사용범위는 더욱 확대되었다.
결국 한자 · 한문이 정착, 보급되어 실생활에 활용되면서 한자어라는 특수한 어사(語詞)를 낳게 되었다. 한자는 중국의 것이며 우리는 그것을 이용하여 새로운 말을 만들었다. 한자어는 지적(知的)인 개념어로서 적절하였다. 그래서 권위의식과 필요 충족의 동기가 함께 작용하여 계속 증가되었으며 오늘날 한자어투성이의 한국어를 낳게 되었다.
신라 지증왕 · 법흥왕 때에는 국호와 왕호가 한자어로 개정되고 연호와 시호가 사용되기 시작하여 공식적으로 한자어 생성의 시초로 간주되는데, 본격적으로 한자어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통일신라 이후로 보인다.
통일신라의 정치 · 제도 · 학술 · 예술 등의 융성과 불교의 성행은 한자어의 수를 증가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고려시대의 문화를 담당하여온 것은 유학과 불교였으며 통일신라의 뒤를 이어서 고려시대는 한자어가 대폭으로 증가하는 시기였다.
문화적 개념어가 모두 한자어로 신조되어 고유어를 압도하기 시작하였다. 고유어는 한자어에 밀려서 그 일부가 한자어로 대체되는 현상이 이미 이 시기에 나타났을 가능성이 크다.
조선 건국 이후 유교는 시종여일하게 치국과 교육의 대본(大本)이 되어 왔으나 일부일침(一浮一沈)의 운명을 면하지 못하였다. 초기에는 한 · 당류(漢唐流)의 학풍을 지녔고, 명종 · 선조 때에는 이기(理氣) · 심성(心性)의 송학(宋學)이 일어났다.
이황(李滉) · 이이(李珥)와 같은 동방성리학을 대표하는 재유학자가 나와 조선유학의 전성기를 이루었다. 관리의 등용은 과거에 의존하였고 유교중심의 교육이 행하여졌다. 특히, 문과(文科)에서는 유학과 한문을 중심으로 과거를 치렀다.
훈민정음이 반포된 뒤에도 팽배한 한문 숭배 사상과 사회환경 속에서 한자어는 크게 증가하였다. 그 뒤 서양으로부터 학문과 기술 등 많은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말도 흘러들어왔다.
그리고 이 새로운 용어들이 번역될 때는 한자어로 충당되었다. 또, 중국이나 일본에서 새로 만든 한자어나 번역 한자어가 유입되어서 한자어 증가를 촉진하였다.
한자어는 그 자체의 절대수가 증가되는 것은 물론, 비슷한 의미를 가지는 고유어와 한자어가 공존할 때, 경쟁을 통하여 고유어는 소멸되고 한자어가 살아남는 일이 적지 않아 고유어에 대한 한자어의 우세는 더해 가고 있다.
여러 문헌을 통해서, 일찍부터 있었던 고유어가 현재는 쓰이지 않게 되고 그 대신 한자어가 쓰임으로써 고유어가 한자어로 대체되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그 한 예로 김형규(金亨奎)가 지적한 고유어와 한자어의 대체현상을 보면 다음과 같다.
① 쥬의 坊이어나, ② 뷘 겨르ᄅᆞ○ ᄯᅡ히어나, ③ 자시어나 ᄀᆞ올히어나, 巷陌이어나 ④ ᄆᆞ○히어나 제 드론 야ᅌᆞ로 ⑤ 어버ᅀᅵ며 아ᅀᆞ미며 ⑥ 이든 벋ᄃᆞ려, ○ᄀᆞ장 불어 니러든, 이 사ᄅᆞᆷᄃᆞᆯ히 듣고 隨喜ᄒᆞ야…….(석보상절 제19권)
① 僧坊에 잇거나, ② 空閑ᄒᆞᆫ ᄯᅡ히어나, ③ 城邑과 巷陌과, ④ 聚落과 田里예 드룬 다ᄫᅵ, ⑤ 父母宗親, ⑥ 善友知識爲ᄒᆞ야, 히믈조차 불어 니러든, 이 사ᄅᆞᆷᄃᆞᆯ히 듣고 隨喜ᄒᆞ 야…….〔월인석보 제17권)
다음의 예는 더 심하다.
“그가 온ᄃᆡᆺ 안팟긔 種種말ᄊᆞᆷ과 소리를 드르리니 象ᄋᆡ소리 ᄆᆞᆯ쏘리 ᄉᆈ소리 술윗소리 우는소리 시름ᄒᆞ야 한숨디ᄂᆞᆫ소리 골와랏소리 갓붐소리 쇠붑소리 바옰소리 우○소리 말ᄊᆞᆷ소리 풍륫소리 남지늬소리 겨지븨소리 ᄉᆞ나ᄒᆞ소리 갓나ᄒᆞ소리 法소리 法안닌소리 셜ᄫᅳᆫ소리 즐거ᄫᅳᆫ소리……. (석보상절 제19권)
그中內外옛種種語言音聲을드르리니象聲馬聲牛聲車聲啼哭聲愁歎聲螺聲鼓聲鍾聲鈴聲笑聲語聲男聲女聲童子聲童女聲法聲非法聲苦聲樂聲……. (월인석보 제17권)
이와 같은 두 문헌상의 차이가 곧 이들 고유어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오랜 시간의 경과와 함께 고유어 · 한자어의 경쟁이 지속되다가 한자어가 남고 고유어가 소멸되는 예가 있을 뿐이다.
‘그위 : 공(公) · 관(官), 유무 : 소식(消息), 아ᅀᆞᆷ : 친척(親戚)’ 등은 대응되는 고유어가 소멸되고 한자어만 남아 쓰이는 예들이며, ‘온 : 백(百), 애 : 장(腸), 얼굴 : 형상(形相)’ 등은 언어형식 자체는 남아 있으나 본래의 의미로는 쓰이지 않고 다른 의미로 변하였거나 그렇지 않으면 특별한 문맥 속에서만 쓰이고 있는 것들이다. 사람에 따라 이들 고유어를 되찾아 쓰는 경우가 있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어 어휘 속에 얼마나 많은 한자어가 있는지 한글학회 ≪큰사전≫에서 살펴보면 〈표 1〉과 같다. 결과적으로 ≪큰사전≫에 수록된 표제어의 과반수가 한자어임을 알 수 있다.
구분 | 항목수 | 백분율 |
---|---|---|
순수 국어 | 74,612(56,115) | 45.5(40.0) |
한자어 | 85,527(81,362) | 52.1(57.9) |
기타 외래어 | 3,986(2,987) | 2.4(2.1) |
계 | 164,125(140,464) | 100.0(100.0) |
〈표 1〉 한글학회 큰사전의 한자어 비중 (단위: 개, %) | ||
*주: ( ) 안은 표준어의 경우임. |
다음에는 사전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된 것을 대상으로 이와 같은 관계를 살펴보기로 한다. 1956년에 문교부 조사결과를 보고한 『우리말 말수 사용(韓國語 語彙 使用)의 잦기조사(頻度調査)』 제1편을 보면 총 5만 6096항목 중 한자어가 3만 9563항목(70.5%), 비한자어가 1만 6533항목(29.5%)의 분포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 조사는 초 · 중등학교의 교과서 50%(국어 · 가사 · 사회생활 30%, 과학 · 실업류 20%)와 일반간행물 50%(문학 · 예술류 30%, 신문 · 잡지 · 방송원고 · 국회의사록 20%)를 대상으로 하였다는 것이다.
이들 간행물은 모두 1945∼1952년에 발행된 것들이다. 조사 자체에 결함이 없이 완벽한 것이라는 보장이 없으니 절대적인 조사결과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대강의 상황은 짐작할 수는 있다.
한자어 중 가장 많은 것은 명사이며 다음이 동사 · 형용사의 순이다. 대명사 · 수사 · 감탄사 등은 1% 미만이다. 이를 표로 보이면 〈표 2〉와 같다. 전체 백분율은 조사대상 전체항목에서 한자어의 각 품사가 차지하는 비율이며, 합계 70.5%는 전체에서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품사\구분 | 항목수 | 전체 백분율 | 한자어 백분율 |
---|---|---|---|
명사 | 30,567 | 54.46 | 77.26 |
대명사 | 21 | 0.04 | 0.05 |
수사 | 106 | 0.19 | 0.29 |
동사 | 5,790 | 10.32 | 14.63 |
형용사 | 1,698 | 3.03 | 4.29 |
관형사 | 647 | 1.15 | 1.63 |
부사 | 726 | 1.29 | 1.83 |
감탄사 | 4 | 0.01 | 0.01 |
기타 | 4 | 0.01 | 0.01 |
계 | 39,563 | 70.50 | 100.00 |
〈표 2〉 한자어의 품사별 분포 (단위 : 개, %) | |||
*주: 전체항목수는 56,096.
*자료: 우리말 말수 사용의 잦기조사 제1편(문교부, 1956). |
한자어 백분율은 조사된 한자어 중에서 각 품사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이 보고에 의하면, 저빈도에서는 한자어가 우세하고 고빈도에서는 고유어가 우세하다.
기초어휘의 대부분이 고유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와 같은 현상은 오히려 당연하다. 한자어를 조어 성분으로 보면, 명사의 경우는 대부분이 순수한 한자어이고, 동사나 형용사의 경우는 ‘한자어+고유요소’의 구조이다. ‘한자어+하다’가 기본형이다.
첫째,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의미분야, 고도의 문화가 배경인 사고나 행동을 나타내는 말은 한자어에의 의존도가 크다. 이에 비하여 일상적이고 기본적인 생활과 관련된 사물이나 운동 · 상태 등을 지시하는 것은 고유어가 많다. 신체부위 명칭이나 먹고 사는 곡물 등을 포함한 이른바 기초어휘에서는 고유어의 발달이 눈에 띈다.
또한, 쌍을 이루는 고유어와 한자어에서 일상용어로는 고유어가 쓰이고 한자어는 쓰이는 일이 없다. 예를 들면, 입 : 口, 코 : 鼻, 눈 : 目(眼), 귀 : 耳, 얼굴 : 顔. 그러나 이러한 한자어도 다른 한자와 결합되어서 ‘구설(口舌) · 구강(口腔) · 비강(鼻腔) · 안목(眼目) · 후안(厚顔)’ 등으로는 쓰이고 있다.
이 중에서 구상명사(具象名詞)는 ‘口腔 · 鼻腔’인데 이들도 학술용어로 많이 쓰이며, 고도의 문화적 배경을 가진 말이다. 나머지 ‘口舌 · 眼目 · 厚顔’ 등은 모두 추상적인 의미를 나타내는 명사들이다.
곡물의 이름인 경우에도 그 지시대상이 순수하게 특정 곡물 자체인 경우에 일상 쓰이는 것은 한자어가 아니다. 동사에서도 ‘먹다 · 달리다 · 자다 · 웃다 · 울다’와 같은 기본적인 생활과 관련된 기초어휘에서는 고유어의 발달이 잘 되어 있으나 한자어는 널리 쓰이지 않는다.
둘째, 형용사에서는 한자어의 침투가 비교적 약하다. 특히, 색채어(色彩語)에서는 한자어 형용사가 쓰이지 않는다. 명사의 경우는 ‘청(靑) · 황(黃) · 적(赤)’ 등 한자어가 있으나 고유어에서처럼 섬세한 색채감을 표현하는 어사의 발달은 없다.
온도나 감각을 나타내는 형용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냉랭하다 · 온화하다’ 등 이른바 혼종어(混種語) 형용사가 있으나 고유어의 발달에 미치지 못한다. 결여사(缺如詞)의 경우는 고유어 형용사의 발달이 약하다. ‘결여’라는 개념 자체가 추상적인 것이어서 늦게 발달하였을 것이며, 그러한 개념을 표현하는 형용사가 ‘한자어+하다’의 구조로 신조되었다.
셋째, 한자어로 인하여 ‘행위―대상’ 즉 ‘동사―명사(목적어)’와 같은 통사론적 구조의 명사가 발달하였다. ‘투표(投票) · 음주(飮酒) · 축구(蹴球)’ 등이 그러하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명사에 ‘―하다’가 연결되어 다시 동사가 만들어진다. ‘동사―명사’의 구조를 가진 명사는 중국어 한문의 문법구조에 따른 것이며, 한국어식이라면 ‘명사―동사어간+명사화접미사’의 구조로 조어된다. 즉 ‘대상―행위’의 구조로, ‘칸막이 · 때밀이 · 재떨이 · 옷걸이’ 등이 그 예이다.
넷째, 한국어에서 복잡하게 발달한 친족명칭이 한자어에 힘입은 바 크다. 위로 조부모와 아래로 자식의 대(代)까지만 고유어의 체계가 형성되어 있으며, 이 범위 안에서도 한자어가 대응되어 있고, 더구나 세분화 · 특수화된 복잡한 관계의 친족명칭은 한자어로 되어 있다. 조부모와 자식의 대를 벗어나면 한자어의 독무대이다.
다섯째, 현대어 기준으로 볼 때 높은 단위의 수(數)를 지시하는 말에는 한자어가 쓰이고 있다. 1∼99의 수에서는 고유어 · 한자어가 모두 쓰이고 있으나, 100 이상의 단위가 되면 모두 한자어이다. ‘백 · 천’을 지시하는 ‘온 · 즈믄’이 있었다지만 ‘온’은 ‘전부’의 의미로 변하였고 ‘즈믄’은 쓰이지도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조상들이 높은 단위의 수를 필요로 하기도 전에 한자어가 침투해서 토착화된 것으로 설명될 수가 있다. 요컨대 한자어 수사(數詞)가 고유어 수사체계의 결손부분을 보완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한자어 때문에 고유어의 발달이 저해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여섯째, 한자어는 경어법체계에 크게 작용하고 있다. 고유어와 한자어가 공존하는 경우 높이는 말로는 한자어가 선택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친족관계나 기타의 대인관계에서 사용되는 한자어가 다양한 발달을 보이고 있다.
고유어에서는 ‘아비 · 아버지 · 아버님’의 셋만이 상황에 따라 구별하여 사용되지만 한자어에서는 ‘가친(家親) · 엄친(嚴親) · 선친(先親) · 선고(先考) · 춘부장(椿府丈)……’ 등 많은 단어들이 맥락에 따라 적절히 사용된다.
일곱째, 유의관계는 고유어 안에서도 없지 않으나 고유어와 외래어, 특히 한자어와의 사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한자어 사이에서도 다양하게 유의관계가 형성되어 한자어는 한국어에서 다양한 유의관계를 형성시켜서 한국어의 표현성을 풍부하게 하였다. 섬세하고 적절한 표현을 위하여 조금씩 뉘앙스가 다른 유의어의 다양성은 필요한 것이다.
고유어의 ‘말 · 말씀 · 말씨’와 한자어인 ‘언어 · 어사(語詞, 語辭) · 언론 · 언변 · 담화 · 연설 · 설화 · 논의……’들 사이에서 앞에서 말한 두 가지 유의관계가 성립이 된다. 한 의미분야에 많은 어휘 항목이 배당된다는 것은 그만큼 정확하고 섬세한 표현을 가능하게 한다.
여덟째, 한자어는 한국어에서 동음어(同音語) 내지는 동철어(同綴語)를 많이 만들어내는 구실을 하고 있다. 동음어나 동철어는 어희(語戱)에서 다소 이용되는 것 이외에 별로 유익한 것이 아니다. 동음이나 동철로 의사전달에 혼선을 가져올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동음 내지 동철현상이 한자어에 의해서 많이 발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