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부터 우리 사회에 침식해 들어온 한자 · 한문의 절대적인 영향으로, 우리는 한자 · 한문문화권에 속하게 되었고, 훈민정음 반포 이후에도 한자 · 한문에 의한 문자생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한자를 배우고 사용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그러다가 한자사용의 공과(功過)에 대한 자각이 일어나면서 한자가 폐지되고 한글이 전용(專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렬하게 제기되었다. 한자를 배우는 데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빼앗기기 때문에, 그 결과로 현대과학의 발달이 저해되어 나라가 부강해지는 속도가 늦어진다는 것이 한글을 전용하자는 중요한 이유였다.
1945년 9월 29일 한자폐지실행회발기준비위원회에서 발표한 <한자폐지실행회발기취지서> ‘실행조건’에 보면, ① 초등교육에서 한자를 빼고, ② 일상 행문(行文)에 한자를 섞지 말며, ③ 신문 · 잡지는 한자를 섞어 쓰지 말 것, ④ 편지의 겉봉 · 명함 · 문패도 한글로 쓸 것, ⑤ 동서고금의 모든 서적은 한글로 번역할 것 등의 5개 항을 들고 있다.
그러나 한자는 너무도 우리 문화에 깊이 뿌리박고 있어서 그것을 하루아침에 폐지할 수는 없으며, 당분간은 한자를 제한해서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관점에서 한자폐지정책에 대한 보완책으로 제한된 수의 한자를 선정하게 되었다.
첫번째로 1951년 9월 문교부(지금의 교육부)에서 교육한자 1,000자를 선정 <상용일천한자표 常用一千漢字表>로 공표하였으며, 다음에는 문교부가 선정하고 국어특별심의위원회 소속 한문분과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서 1957년 10월 18일 임시총회에서 결정된 1,300자의 교육한자가 그해 11월 <임시제한한자일람표>로 공표되었다.
이것은 1951년의 상용일천한자표 1,000자에다 새로 채택한 300자를 추가한 것이며 그 뒤 <상용한자>로 명칭을 바꾸었다. 그런데 한자의 완전폐지와 한글 전용, 또는 제한된 한자의 사용과 그 교육의 문제는 앞으로 보다 광범하고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서 결정되어야 할 것이며, 제한된 수의 한자를 사용하고 그것을 교육하도록 결정하는 경우에는 다각도로 신중하게 고려하여 꼭 필요한 한자를 선정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