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어의 외래어, 한자어와 계열 관계를 이루는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차용어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고유어는 순 우리말이라고도 부르는 단어들로서, 다른 나라 말에서 들여온 것이 아니라 예로부터 우리의 것인 단어들이다.
일반적으로 고유어가 무엇인가를 말하기는 어렵지 않으나, 현재로서는 국어의 어휘를 고유어와 고유어가 아닌 것으로 완벽하게 확인 · 분류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국어어휘의 모든 항목을 고유어는 고유어대로, 고유어가 아닌 것은 고유어 아닌 것대로 확인하고 증명하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선, 국어의 범위를 어떻게 잡느냐가 문제이다. 그것은 국어의 기원에까지 소급하는 문제가 된다. 어느 시대 어느 지역에서 사용되던 언어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가가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는 그것을 사용하는 주체인 우리의 역사와 일치가 확인되는 경우에만 신빙성을 가지게 된다. 이와 같은 어려운 문제들이 해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고유어의 확인보다는 외래어의 근본을 확인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쉬울지 모른다. 그러나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모든 외래어를 찾아 완벽하게 확인하고 증명할 수 있는 보장은 없다.
우리가 고유어라고 생각하기 쉬운 부처[佛] · 자[尺] · 요[褥] · 살[矢] · 저[笛] · 토끼[兎] · 갓[芥] · 붓[筆] · 먹[墨] · 닭[鷄] · 말[馬] · 되[升] 등도 이른 시기에 국어에 편입된 외래어이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고유어들은 대개 의미의 폭이 넓고,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의미로 해석되는 다의어(多義語)이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다 보니 하나의 단어가 여러 가지의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고유어와 한자어는 오랜 세월에 걸쳐 우리말 안에서 공존하여 오는 동안 매우 특별한 관계를 맺게 되었다. 한 개의 고유어와 둘 이상의 한자어들이 폭넓은 대응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생각’은 상황에 따라 ‘사색, 사유, 명상, 상념, 창안, 고안, 궁리, 연구, 착안, 구상, 구안, 기억, 추억, 의사, 의향, 의도, 심산, 심중, 착상, 발상, 구상’ 등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자어들은 대개 개념어 · 추상어로서 고유어에 비하여 좀 더 정확하고 분화된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고유어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국어에서 고유어의 정확한 수는 알기 어려우나, 대체로 국어에서의 고유어는 전체 어휘항목의 26% 정도이다. 다음 표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된 단어들을 어종별로 분류하여 통계를 낸 결과이다.
어종 | 고유어 | 한자어 | 외래어 | 기타(혼합 형태) | 합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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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
표제어 | 111,299 | 251,478 | 23,196 | 54,289 | 440,262 |
부표제어 | 20,672 | 46,438 | 165 | 1,234 | 68,509 |
합계 | 131,971 | 297,916 | 23,361 | 55,523 | 508,771 |
백분율 | 25.9% | 58.5% | 4.7% | 10.9% | 100% |
〈표〉 |
국어의 어휘체계에서 고유어의 비율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현재도 신조어(新造語)의 경우 외래요소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으며, 외래어가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높아질 것이다. 고유어가 외래어에 비하여 개념어로서 부적합하다는 것이 외래어의 수를 늘리는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 함부로 많은 외래어를 사용하는 것도 삼가야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지나친 고유어에의 집착 또한 재고의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