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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문자
개념
체언 또는 체언상당어가 그것이 이루는 통사적인 구성에 참여하는 다른 성분에 대하여 가지는 문법적인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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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정의
체언 또는 체언상당어가 그것이 이루는 통사적인 구성에 참여하는 다른 성분에 대하여 가지는 문법적인 관계.
연원 및 변천

전통적으로 서구 문법에서의 ‘격’은 다른 어사에 대한 체언의 문법적인 관계 즉 통사적인 기능을 가리키고, 이는 체언의 격어미 변화형으로 나타내었다. 이는 그리스어나 라틴어, 산스크리트어 등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주격(nominative)·대격(accusative)·여격(dative)·속격(genitive)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물론 이들 격이 오늘날 쓰이는 격의 기능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네 가지 격 모두가 체언이 다른 어사(체언이나 용언)와 관계를 짓는 문법적 절차인 것이다. 격에 대한 이와 같은 인식은 구조주의 언어학 시기의 문법 체계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변형생성문법에서는 언어 표현을 심층 구조에서 변형을 거쳐 표면 구조로 유도된 것으로 보아, 격에 대해서도 심층 구조에서 존재하는 심층격과 표면 구조로 나타나는 표면격을 설정하였다. 변형생성문법의 영향을 받은 필모어(Fillmore)의 격문법(case grammar)에 이르러서는 의미적 기능을 중심으로 하는 격의 문법 체계를 가지게 되었다. 표면 구조에 나타나는 격의 문법적인 형태나 기능보다는 심층 구조에 의해 나타나는 통사적 의미를 가진 구조격에 관심을 가진 것이다. 그리하여 필모어는 격을 심층 구조에서 서술어를 중심으로 한 명사구들의 통사·의미론적 관계로 이해하여 행위자격(Agent)·도구격(Instrument)·여격(Dative)·작위격(Factitive)·처격(Locative)·대격(objective)이라는 6격의 내면격을 설정하고, 이후 9개의 격으로 바꾸었다. 격을 순수히 통사적인 관계를 나타내는 문법범주로 보지 않고 의미 관계를 나타내 주는 범주로 보는 것이다.

지배·결속 이론에서는 의미적인 심층격을 중심으로 하는 필모어의 격 이론(case theory)을 수용하되, 통사적 구조에 따른 격 이론과 의미 중심의 의미역 이론으로 나누어 논의하였다. 격 이론은 통사 구조에서 모든 논항은 격을 가져야 한다는 격 여과를 원칙으로 격 배당의 조건과 이의 형태론적 실현을 규정하는 원리로서, 여기에서 격은 통사적으로 보장되는 구조격을 가리킨다. 격 이론에는 격 배당 규칙, 격 여과, 지배 이론, 예외적 격표시 등이 있다.

최근에는 지배·결속의 격 이론이나 최소주의, 필수구조주의 이론을 바탕으로 격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내용

국어의 격은 인구어적인 격과는 다른 특이성을 가진다. 첫 번째는 격 관계가 어형변화에 의하여 표시되는 것이 아니라, 격조사라는 품사적인 자격을 가지는 형태나 형식에 의하여 표시된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어떠한 격 형태라고 하더라도 통사적인 구성에서의 쓰임이 어떤 하나의 기능에만 국한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며, 동일한 격 형태가 문맥에 따라 매우 다양한 관계 의미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어떠한 체언 뒤에 일단 격 형태가 쓰인 뒤라고 하더라도, 그 뒤에 다시 다른 격 형태가 쓰일 수 있다는 격 형태 연결상의 특징이 있다.

첫 번째의 특징에 대해서는 격조사를 체언에 딸린 어미, 즉 체언이 격조사를 가지는 일을 인구어적인 의미의 곡용(曲用)과 같이 취급하는 입장도 있다. 그러나 인구어의 곡용이 체언의 어간과 격어미가 융합적인 형식을 이루어 그 어미가 거의 분리하기 어려운 특징을 가지는 데 대하여 적어도 국어의 조사는 그와 같은 정도로 융합적인 구성을 이루지는 않는다.

또한 국어의 격조사는 통사적인 구성에서 그 문법적인 기능을 수행하려면 반드시 가지고 나타나야 하는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다. “철수가 밥을 먹는다.”와 같이 주격조사 ‘이/가’와 대격조사 ‘을/를’이 반드시 쓰여야 정확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철수 밥 먹는다.”와 같은 표현도 일상적인 국어사용에서는 흔히 들을 수 있는 문장이다. 이러한 표현을 불완전한 문장이나 의사전달에 이상을 가지는 문장이라고도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국어의 격이나 격현상이 인구어적인 곡용과는 근본적으로 그 성격을 달리함을 의미한다. 곡용이라는 개념을 인구어적인 어형변화에 적용되는 개념이라고 할 때, 국어에서 체언과 격조사와의 결합을 곡용이라고 부르는 것은 술어 사용의 다소 확대된 용법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의 특징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입장이 있다. 하나는 어떤 하나의 격 형태가 가지는 기능상의 다양성을 다의적인 기능으로 파악하는 입장이며, 다른 하나는 그것을 동음이의적인 현상으로 다루는 입장이다. 앞의 입장을 형태중심주의라고 한다면, 뒤의 것은 기능중심주의라고 할 수 있다. 격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통사적인 현상이라고 할 때, 형태중심주의보다는 기능중심주의가 보다 강점을 가진다.

우리말의 격이 가지는 세 번째 특징으로 일단 어떤 격형태가 쓰인 뒤에 또다시 독립적인 격형태로 알려진 다른 조사가 연결되는 일이다. ‘에서의, 에게가, 에게서가, 에게의, 에게로의, 에게와’ 등과 같은 복합조사의 출현을 말한다. 통사적인 구성에 있어서 그 구성 전체의 성격이나 기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일반적으로 그 구성의 맨 마지막에 오는 조사이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국어의 격은 대체로 격조사에 의해 표현된다. ‘대체로’라고 말하는 것은 격조사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어의 격은 반드시 격조사가 표면에 나타남으로써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격조사와 무관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국어의 격은 학자에 따라 다르나, 대체로 주격·목적격·보격·관형격·부사격·호격·서술격·공동격·비교격 등이 있다.

주격은 문장 안에서 체언이 서술어의 주어임을 나타내는 격으로, 주격조사 ‘이, 가, 께서, 에서’ 따위를 붙여 나타낸다.

목적격은 문장 안에서 체언이 서술어의 목적어임을 나타내는 격, 달리 말하여 서술어의 어떤 행위가 미치는 대상을 가리켜주는 격으로 목적격조사 ‘을/를’ 따위를 붙여 나타낸다. 목적격을 대격이라고도 한다.

보격은 체언이 문장에서 보어 구실을 하는 격으로, 보격조사 ‘이/가’를 붙여 나타낸다.

관형격은 체언이 체언을 꾸미는 자리를 나타내는 격으로, 관형격조사 ‘의’를 붙여 나타낸다. 관형격을 속격 또는 소유격이라고 부르는데, 이 명칭은 관형격조사 ‘의’가 그 다음의 명사가 그 앞의 명사의 소유물임을 나타내는 기능을 한다는 생각에서 붙여진 것이다.

부사격은 어떤 문장에서 체언이 부사어임을 나타내는 격으로, 부사격조사 ‘에, 에게, 한테, 더러’ 등을 붙여 나타낸다. 부사격은 의미적으로 처소나 지향점, 또는 시간적, 공간적인 범위, 재료·도구·수단을 나타내 주기 때문에 의미에 따라 처격, 처소격, 여격, 방위격, 구격(또는 조격)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호격은 문장 속에서, 체언이 부름의 자리에 놓이게 하여 독립어가 되게 하는 격으로, 호격조사 ‘아/야’를 붙여 표시한다.

서술격은 문장 속에서, 체언으로 하여금 주어의 내용을 지정·서술하는 서술어의 자격을 가지게 하는 격으로, 서술격조사 ‘이다’를 붙여 나타낸다.

공동격은 체언이 어느 다른 것과 서로 짝의 관계에 있음을, 그와 짝을 이루어 어떤 상황에 관여됨을 나타내 주는 격을 뜻한다. ‘와/과’ 및 ‘하고’가 대표적인 공동격조사로서 이들은 ‘결혼하다, 바꾸다, 사이좋게 지내다, 같다, 비슷하다’ 따위의 이른바 교호성을 가지는 대칭동사들 앞에 쓰여 두 명사가 짝을 이루어 ‘서로’ 또는 ‘함께’ 어떠함을 나타내 주는 구실을 한다.

비교격은 둘 이상의 체언이 서로 같거나 다른 정도를 견줌을 나타내는 격으로 비교격조사 ‘보다,처럼, 만큼, 같이’ 등을 붙여 나타낸다.

국어의 격을 주어와 서술어에 대해서 가지는 관계를 나타내 주는 문법범주라고 정의하면, 국어의 속격은 격 중에서 예외적인 존재다. 속격은 명사와 명사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 주는 일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심층격을 중시하는 격문법 체계에서 속격을 격의 하나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이에 말미암는다.

현재 학교문법에서는 주격·보격·목적격·관형격·부사격·호격·서술격의 7격 체계를 설정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국어의 격 중에서 공동격, 비교격 등은 학교문법에서는 부사격에 포함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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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자
이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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