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격은 조사 ‘로/으로’로 표시된다. 구격이란 동사가 표시하는 행위나 상태에 있어서 원인적으로 내포된 무생적(無生的)인 힘이나 대상의 격이다. 구격은 기구격(器具格, tool case), 재료격(材料格, material case), 기관격(器官格, body part case), 역격(力格, natural force case)의 4개의 하위격으로 분류될 수 있다. 구격을 이렇게 4개의 하위격으로 분류하는 근거는 격범주 설정의 기준인 일문일격 원리(一文一格原理, principle of one-instance-per clause), 대조 원리(principle of contrast), 상보성 원리(principle of complementarity)에 기인한다. 곧, 한 단문 안에는 하나 이상의 격범주가 올 수 없다. 그리고 한 단문 내에서 하나의 서술어에 대해 두 개 이상의 명사구들이 동일한 격기능을 가진다고 한다면 이 명사구들은 같은 문장에서 접속이 될 수 있다. 역으로 이들의 접속이 가능하지 않다면 이들은 동일격의 기능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구격 조사 ‘로’가 쓰인 문장은 일반적으로 “NP1이 NP2로 NP3를 VP”의 통사 구조를 보인다.
기구격은 그 의미가 “~을 사용하여”라는 것이므로 동작 동사를 요구하게 된다. 기본적인 통사 구조에서 ‘NP1’은 행위자, ‘NP2’는 기구, ‘NP3’는 그 기구가 접촉하는 대상물, ‘VP’는 그 기구를 사용하여 이루어지는 결과적인 동사다. “영희가 빗으로 머리를 빗었다.”가 그 예이다.
재료격은 “~을 (사용)하여”라는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이에 통합되는 동사는 모두 타동사이어야 한다. 기본적인 통사 구조에서 ‘NP1’은 행위자, ‘NP2’는 재료, ‘NP3’는 목적물, ‘VP’는 제작 동사이다. “어머니가 콩으로 메주를 쑤신다.”가 그 예이다.
기관격은 신체의 어느 기관을 사용하여 어떤 행위를 수행하게 될 때, 신체 기관 표시어에 ‘로’를 연결하여 그 기능을 표시한다. 이 기관격은 어느 기관을 움직여서 어느 행위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통사 구조에서 ‘NP1’은 행위자, ‘NP2’는 기관, ‘NP3’는 기관 활동의 대상물, ‘VP’는 기관의 활동을 나타내는 동사이다. “철수가 왼손으로 얼굴을 만졌다.”가 그 예이다. 이때 NP2의 기관은 NP1과 소속 관계에 있음이 특징이다.
역격은 원인 표시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것으로, 그 원인이 되는 자연적인 힘에 의하여 어떤 상태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이 역격을 표시하는 자연적인 힘은 병, 기상, 자연적인 사건 등 3가지가 있다. “구름이 바람으로 사람의 옷을 벗겼다.”가 그 예이다. 역격은 “그 사람이 병으로 죽었다.”와 같이 “NP1이 NP2로 VP”의 통사 구조로도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