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격 조사에는 ‘로/으로’가 있다.
구격 조사는 일반적으로 재료, 도구, 수단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어머니가 콩으로 메주를 쑤신다.”의 ‘콩으로’는 재료의 의미를 나타내고, “가위로 종이를 오렸다.”의 ‘가위로’는 도구의 의미를, “피나는 노력으로 끝내 성공하였다.”의 ‘노력으로’는 수단의 의미를 나타낸다. 이들은 대체로 ‘~을 가지고’로 바뀔 수 있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구격의 가장 본질적인 의미로 쓰인 예들이라 할 수 있다. 재료나 도구 수단의 의미를 가지는 ‘로/으로’는 ‘써’가 결합하여 ‘로써/으로써’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데 국어의 ‘로/으로’는 원인의 의미를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가뭄으로 농작물이 모두 메말라 버렸다.”의 ‘가뭄으로’는 ‘~ 때문에’, 또는 ‘~로 인하여’ 정도의 의미로 해석된다. 이러한 원인의 의미도 결국은 넓은 의미로 도구와 수단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로/으로’가 향격의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 이 향격은 시간적, 공간적 범위 내지 방향이나 지향점을 나타내기도 한다. “약속 시간을 열두 시로 정했다.”의 ‘열두 시로’는 시간적 범위를,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갔다.”, “아군은 남으로 밀리고 있었다.”는 지향점과 방향을, “구미호가 처녀로 변했다.”는 변화의 방향을 나타낸다. 특히 변화의 방향을 나타내는 ‘로/으로’를 변성격 조사로 부르기도 한다.
또한 ‘로/으로’가 자격의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그를 회장으로 추대하였다.”의 ‘회장으로’는 자격의 의미를 나타내는데, 이러한 경우 ‘로/으로’ 다음에 ‘서’가 덧붙어 ‘로서/으로서’가 되기도 한다. 재료나 도구 수단의 의미를 가지는 ‘로/으로’는 ‘써’가 결합하는 것과 대비된다.
구격 조사의 이러한 의미, 즉 재료, 도구, 수단, 원인, 범위 내지 방향, 자격의 의미는 ‘로/으로’가 결합하는 명사구와 서술어의 관계 의미에 의해 규정된다.
‘로/으로’는 관용구를 구성하기도 한다. ‘주로, 덕택으로, 억지로, 막무가내로, 차례로, 대체로, 통째로, 진실로, 날로’ 등이 대표적인 예들이다. 이때의 ‘로/으로’는 대체로 선행 형태와 분리가 거의 불가능한 것이 특징인데 관용구의 특성상 이들에서 구격조사로서의 의미를 추출하기는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