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역관(淸語譯官: 만주어 통역관)들의 학습용으로 사역원(司譯院)에서 간행되었다. 안명열(安命說)의 발문에 의하면, 이 책이 간행되기 이전에 구전된 만주어 어휘를 기록한 『물명(物名)』이라는 소책자가 있었으나 오류가 많아서 만주어 학습자들에게 큰 병폐가 되었다.
그 책이 이용된 지 백여 년 뒤에 사역원 훈장(訓長)인 현문항이 당시 중국에서 간행된 만주어 사전과 어휘집 『청문감(淸文鑑)』·『대청전서(大淸全書)』·『동문광휘(同文廣彙)』 등을 참고하여 6년여에 걸쳐 수정, 편찬하였다고 한다.
『통문관지(通文館志)』 권8의 기록에 의하면, 1691년(숙종 17)이해(李海)·오상채(吳相采)·정만제(鄭萬濟) 등이 비용을 염출하여 『동문유집(同文類集)』을 간행하고 그 목판들을 사역원에 보관하였다고 한다.
『동문유집』이 전하지 않아 그 내용 및 『동문유해』와의 관계를 알 수 없으나, 현문항이 편찬 작업을 수행할 때는 참고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혹은 안명열의 발문에 보이는 서명(書名)답지 않은 명칭 ‘물명’이 『동문유집』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동문유해』에 수록된 만주어 어휘는 1740년(영조 40)대에 현문항이 수정, 편찬한 것이 분명하지만, 기본체재와 특히 중국어 어휘는 그보다 훨씬 이전에 우리나라에서 독자적으로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2권 2책. 목판본. 규장각 도서에 있다. 1956년 연세대학교 동방학연구소에서 다른 청학서 3종과 함께 영인하여 출판하였고, 1995년에는 홍문각에서 영인한 바 있다.
편제는 어휘를 각 항목별로 분류하여 상권에는 천문(天文)·시령(時令)·지리(地理)·인륜(人倫)·인품(人品) 등 26류(類)에 2,448개, 하권에는 전농(田農)·미곡(米穀)·채소(菜蔬)·과품(果品)·질병(疾病) 등 29류에 2,352개로 총 55류에 4,800개의 어휘 항목들이 각면 10행, 각행 상·하 2개씩 수록되어 있다. 끝에 부록으로 「어록해(語錄解)」가 붙어 있다.
각 어휘 항목은 중국어·한국어·만주어 순서로, 중국어는 한자로, 우리말은 한글로 기술되었고, 중국어와 우리말이 동일한 경우에 우리말 어휘를 중국어 한자 수효에 해당하는 짧은 선으로 대치하였다.
『동문유해』에 수록된 중국어 어휘는 『몽어유해(蒙語類解)』에 수록된 것들과 대다수가 동일하며, 양서의 어류구분(語類區分)도 유사하다. 그러나 『역어유해(譯語類解)』에 수록된 어휘나 분류법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동문유해』에 수록된 중국어 어휘는 다수가 18세기보다 훨씬 이전, 늦어도 명(明)나라 말기 내지 청(淸)나라 초기의 북방 중국어인 듯하다. 고문(古文)이나 현대 중국어의 지식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표현들이 적지 않게 발견된다(예: 初一站 초하루, 東巴刺 동쪽, 歪水 물뜨다 등). 또한, 이례적인 자형(字形)도 눈에 뜨인다(예: 㫾午, ○鼻涕, 承相 등).
국어 어휘는 원칙적으로 고유어를 한글로 제시하려고 노력한 듯하다. 따라서 중국어가 국어에서도 통용됨직한 경우도 고유어가 있으면 그것을 기술하였다(예: 親戚 겨ᄅᆡ, 兄弟 아ᄋᆞ, 意思 ᄠᅳᆮ 등). 한자어에서 유래한 국어 어휘는 한자로도 썼지만 한글로 자주 나타난다(예: 孫子 손ᄌᆞ, 後代 후대, 娘家 쳐가, 境界 디경 등). 후세에 흔히 한자로 쓰여진 한국식 한자어는 한글로만 기술되었다(예: 姪兒 족하, 母舅 외삼촌, 婚家 사돈 등).
표기법은 17, 18세기의 다른 문헌에서 발견되는 것들과 대체로 같다. 한 가지 특징은 각자병서(各自竝書) ㅲ, ㅳ, ㅄ, ㅶ이 거의 모두 ㅺ, ㅼ, ㅆ, ㅾ으로 쓰였고, 오직 ‘ᄠᅳᆮ’에서만 ㅳ이 발견되는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만주어 어휘는 대체로 18세기 초반에 중국에서 간행된 각종 만주어휘집, 즉 『청문감(淸文鑑)』류에 소재한 만주어휘를 충실하게 한글로 전사한 것이다. 따라서 만주어 어휘에 대한 연구보다는 그와 함께 수록된 국어와 중국어 연구에서 학술적인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한글 전사는 본래 만주문자를 완벽하게 복원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한 것이다.
『동문유해』는 『역어유해』·『몽어유해』·『왜어유해』와 함께 18세기 당시의 국어 어휘를 상세히 담고 있고, 특히 일상적인 생활 용어들이 광범위하게 등장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자료이다. 또한, 책에 함께 수록된 중국어·만주어 어휘들과 비교·대조하여 후대에 소실된 단어의 의미를 추측 가능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