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머 헐버트가 1886년(고종 23) 조선의 초청으로 육영공원 교사로 취임한 후 육영공원의 학원(學員)들에게 세계의 지리와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1890년에 순한글 교과서로 간행하였다.
1890년 ‘초판본’ 이후 1895년 의정부 편사국(編史局) 주사(主事) 김택영(金澤榮)이 『사민필지』를 저본으로 한역한 ‘한역본 『사민필지(士民必知)』’가 간행되었고, 1906년 초판본 『사민필지』를 헐버트 본인이 직접 개정 · 간행한 ‘개정본 『사민필지』’와 1909년 오성근(吳聖根)이 헐버트로부터 개정을 위임받아 간행한 ‘3판본 『사민필지』’ 등 총 4개의 판본이 확인된다.
한편 초판본의 간행 시기는 1888년 ·1889년 ·1890년 ·1891년 간행설 등 다양한 주장이 있는데, 헐버트의 개인 서신에 따르면 1890년 하반기에 간행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초판본은 17행×28자의 크기에 총 161면이며, 본문 사이사이에 10장의 지도가 수록되어 있다. 반면 한역본은 지도는 실려 있지 않고 10행×20자 71장(張)으로 되어 있다. 또 초판본 서문에서는 언문의 우수성을 제기하고 이 책의 간행 목적을 "국제 교류를 이해하기 위해 세계지리를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서술한 반면, 한역본 서문에는 "한자와 한문을 통한 지식의 확장과 보급"이 간행 목적으로 기재되어 있는 차이점이 있다.
초판본과 한역본은 목차가 별도로 정리되어 있지 않지만 개정본과 3판본에는 수록되는 등 형식면에서 변화가 있다. 용어면에서 초판본은 영어의 한글 전사, 한역본은 한자 표기, 개정본과 3판본은 국한문 병용 등 형태도 일정하게 변화하였다. 또한 초판본과 한역본에는 '묻는말'이 없으나 개정본과 3판본에는 '묻는말'이 추가된 차이점도 확인된다.
초판본의 목차는 제1장 지구, 제2장 유럽주, 제3장 아시아주, 제4장 아메리카주, 제5장 아프리카주로 되어 있고, 총론에서는 태양계와 그 현상, 지구의 모습, 기후 · 인력 · 일월식, 그 밖의 지구상의 현상, 대륙과 해양, 인종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각 주의 총론은 각 주의 위치 · 지형 · 면적 · 기후 · 인구 · 인종을 적고, 이어 각 주별로 주요 국가의 위치 · 방향 · 기후 · 산물 · 국체 · 인구 · 씨족 · 수도 · 산업 · 군사 · 학업 · 종교 · 나라나무 등에 관해 기술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한국을 서술의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특징을 가진다. 예를 들어 일본의 날씨는 “대한보다 좀 덥고 습기가 많”다고 기술하고 있다. 각국의 수출입액은 한국의 화폐단위인 ‘원’으로 표시했다. 한국을 중심으로 다른 국가를 설명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높인 것이다. 주2의 시기에 서양인에 의해서 저술되었으면서도 세계 정세에 대해 무지했던 한국에 세계지리를 통해 세계에 눈을 돌리게 하고, 근대화의 문을 열어 준 세계지리교과서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초판본 『사민필지』는 순한글로 써진 만큼 1890년대 이후 조선인의 국어 사용에 관한 연구로 많이 활용되었다. 표기법에서 ‘글ㅅ자, 언문ㅅ법’ 등 사이시옷이 사용되고, 된소리 표기에 전통적인 된시옷과 함께 ‘ㄲ, ㅆ’ 등이 ‘ᄈᆞᆯ니, 똑똑이’ 등과 같이 사용된 점이 주목된다.
외국, 특히 유럽의 국명이 영어식 발음에 따라 ‘유로바 · 노웨국 · 쉬덴국 · 덴막국 · 네데란스국’ 등으로 쓰고, 오른쪽에 가로줄을 친 점도 특이하다. 참고로 한역본에서는 이러한 지명이 ‘구라파(歐羅巴) · 나위(那威) · 서전(瑞典) · 정말(丁抹) · 하란(荷蘭)’ 등 음차를 통한 한자 표기가 흥미롭다.
갑오개혁 당시 총리대신 김홍집(金弘集)은 『사민필지』의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김택영에게 『사민필지』 한역을 지시했으며 1896년 6월 학부대신 신기선(申箕善)은 역사 · 지리교과서로 한역본 『사민필지』를 사용하도록 주1. 이처럼 『사민필지』는 1895년 육영공원이 폐원된 이후에도 판본을 달리하면서 대중적으로 널리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