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 씻는 예절을 통하여 이루어짐. 천주교회에서는 영세(領洗) 또는 성세성사(聖洗聖事)라고도 한다.
세례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에 들어가는 문으로서, 교회의 다른 성사들을 받을 자격을 얻게 해 주며, 교회의 일원으로서의 의무를 부여하고, 하느님의 자녀로서 여러 가지 권리를 갖게 해 준다.
어원적으로는 ‘물에 잠그다’·‘적시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그리스어(βαπτισμα)에서 파생된 명사로서 과거의 죄스러운 생활을 씻어버리고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탄생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교회의 다른 성사들과 마찬가지로 세례는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기원하는 은총의 표지이며, 이 은총은 무엇보다도 죄의 용서를 의미한다. 모든 인류에게 미치고 있는 원죄 뿐만 아니라 각 사람이 저지른 본죄와 나아가 그 죄의 대가인 벌까지도 세례를 통하여 온전히 사함을 받게 되는 것이다. 세례의 은총은 또한 하느님의 자녀로 새 삶을 누리게 해 준다.
세례는 죄를 없애 주고 하느님의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그리스도의 형제로서 하느님 나라의 상속자가 되게 해준다. 따라서 세례는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하는 것이고 그리스도와 결합하는 것이다.
세례는 그리스도와 함께 죄에 죽고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의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세례자들은 그리스도의 신비체의 일원이 되고, 각자에게 맡겨진 임무와 사명을 다함으로써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가 성장, 발전하도록 노력할 의무도 지게 된다.
세례를 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본적인 내적 자세가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첫째는 회개이다. 회개란 단지 지은 잘못에 대해 미안함을 느끼거나 그 잘못을 시인하는 것이 아니다.
회개란 그 말의 어원적 의미에서와 같이 ‘……로부터의 돌아섬’을 의미한다. 이것은 삶의 양식을 철저하게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으로서 나 자신의 길에서부터 돌아서서 하느님의 길로 향하는 것으로서, 내심으로부터 이루어지는 변화인 것이다.
둘째는 하느님에게 대한 온전한 의탁이다. 회개는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믿고 하느님에게 온전히 의탁하기를 요구한다. 진실한 마음으로 자신을 하느님에게 온전히 맡기고 하느님의 인도에 따를 수 있어야 한다.
셋째는 신앙고백(Credo)이다. 이것은 세례를 받기 위하여 요구되는 필수적인 조건이다. 창조주이며 구세주이고, 사랑의 영인 삼위일체의 하느님에게 대한 믿음, 죄의 용서와 영원한 생명에 대한 믿음 등을 공적으로 고백해야만 한다. 그래서 세례의식 때에는 언제나 이 신앙고백이 필수적으로 따르게 된다.
세례는 주교나 사제 또는 부제와 같은 성직자가 집전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일반신자들도 줄 수 있다. 죽을 위협에 처해 있는 사람에게는 누구든지 줄 수 있다. 수세자(受洗者)는 원칙적으로 신앙고백을 해야 하지만, 유아나 정신박약아 등의 경우에는 부모와 대부모(代父母), 그리고 교회 공동체의 신앙을 전제로 세례를 베풀 수 있다.
세례를 베풀 때에 필수적인 재료는 물(자연수나 성수)이다. 교회법적으로는 수세자를 물로 씻기면서 교회의 지향에 따라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푼다면 그 세례가 유효하다.
세례의 종류로는 물 속에 몸을 완전히 잠그는 침례(浸禮), 이마에 물을 붓는 세례, 그리고 물을 뿌리는 살수(撒水) 등이 있는데 천주교회에서는 세례만을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