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이란 어떤 무리의 우두머리란 말이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이런 단순한 뜻만이 아니라 통치이념으로 기능하는 개념으로까지 승화되었다. 즉, 처음에는 김일성을 떠받들도록 북한 주민에게 강요하는 용어에 지나지 않았으나, 후에 와서는 사회적 주체인 인민대중이 역사의 주체로서 역할을 다하자면 반드시 수령의 올바른 영도를 받아야 하며 따라서 수령에 대한 충실성이 주체 확립에서 핵이 된다는 혁명적 수령관으로 내용이 바뀌었던 것이다.
김일성이 북한에서 권력을 장악한 이래 계속된 권력투쟁은 대체로 1960년대 후반에 일단락되었다. 김일성의 권력은 강화되고 그의 지배체제는 공고화되었다. 김일성을 정점으로 한 북한 지도부로서는 권력투쟁이 일단락 되고 후계구도마저 윤곽이 확실해짐에 따라 지배구조에 대한 논리적 이념체계를 보다 실질적인 것으로 체계화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즉, 김일성의 권위구조에 대한 정당화를 의미한다.
이런 필요성에서 제시된 것이 다름아닌 혁명적 수령론이다. 혁명적 수령론의 체계화는 김정일(金正日)에 의해서 추진되었다. 김정일은 수령이란 “근로인민대중의 최고 뇌수이며 통일단결의 중심”이라고 말했다.
평양에서 발행된 『조선말 대사전』에 따르면 “인민대중의 자주적인 요구와 이해관계를 분석, 종합하여 하나로 통일시키는 중심인 동시에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인민대중의 창조적 활동을 통일적으로 지휘하는 중심으로 되는 분으로서 전당과 전체 인민의 끝없는 존경과 흠모를 받고 있는 가장 위대한 영도자 ……경애하는 김일성동지는 우리 인민의 수천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맞이하고 높이 우러러 모신 위대한 수령이시다. ……”라고 정의하고 있다.
요컨대 북한의 수령론의 본질은 중세 내지 근대 초기의 절대적 왕권론과 같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것은 수령을 절대적이며 신성불가침적인 존재일 뿐만 아니라 부자세습체제가 유지되어야만 북한이 승리와 영광을 누릴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령을 하나의 지배자가 아니라 절대적인 어버이, 나아가 신적인 존재로까지 미화함으로써 그의 가르침에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