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천은 평양에서 동북쪽으로 약 75㎞ 가량 떨어져 있고 묘향산맥과 낭림산맥 사이에서 흘러 내리는 대동강 상류에 위치해 있으며, 승리산은 덕천의 서북쪽에서 대동강으로 흘러 들어오는 시량강과 북쪽에서 흘러 들어오는 청송강 사이에 놓여 있다.
이 동굴유적의 발굴은 1972년과 1973년 2차에 걸쳐 북한의 사회과학원 고고학연구소에 의해 실시되었으며 여기에서 많은 유물이 발견되었다. 여러 점의 인골편(人骨片)과 2,000점 가량의 동물화석·고고학적 유물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승리산은 이곳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 석회암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커다란 자연동굴이 몇 군데 생성되어 있는데, 이 산의 동남쪽 경사면에 있는 것이 덕천 승리산동굴 유적이다.
이 동굴의 사기지질학적(四紀地質學的) 위치는 대동강 서쪽 기슭의 제2하안단구와 거의 같으며, 높이는 하상에서 17∼18m 가량 된다. 이 동굴 유적은 지표에서 7m 높이에 있으며, 그 어구는 궁륭식으로 넓이 7m, 높이 7.5m 가량 된다.
일반적으로 동굴의 높이는 5∼10m이며, 14m 구간까지는 점점 낮아지다가 안으로 들어가면서 높아진다. 이 동굴의 총 길이는 62.2m이며 안으로 들어가면서 굴곡이 많다.
동굴 안에는 퇴적층이 5∼10m 높이로 쌓여 있다. 동굴 앞부분의 퇴적층을 동서로 자른 단면을 보면, 모두 6개의 층이 구분된다. 동물화석은 모난 큰 석회암덩어리들이 많이 섞여 있는 찰흙층에서 발견되는데 이것이 기본화석층이다.
이 층 밑에 있는 모래층과 자갈층에서는 매우 적은 화석이 발견되며, 그나마 대부분의 화석이 기본화석층과 접촉부를 이루고 있는 윗부분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 유적에서 발견된 동물화석은 포유류가 29종으로 매우 다양한 동물종(動物種)을 보여주고 있다. 그 밖에 조류·어류·무척추동물 등도 상당히 발견되었다.
이 동굴 유적의 아래층에서는 동물화석과 함께 덕천인(德川人)으로 명명된 구인(舊人), 즉 네안데르탈인(Homo Neanderthalensis)의 것으로 판단되는 어금니 2개와 빗장뼈 1개가 발견되었다. 또한 유적의 위층에서는 신인(新人), 즉 현생인종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의 아래턱뼈[下顎骨] 1개가 출토되었다.
이 유적의 기본화석층에서 수집한 168마리에 해당하는 908점의 동물화석을 분류해 큰뿔사슴·말사슴 등 포유동물 29종을 밝혀냈다.
덕천 승리산동굴 유적의 연대는 상대연대(相對年代)인 동물화석을 중심으로 편년되었다. 특히, 이 유적에서 발견된 동물화석 중 유적의 아래층에서 수집된 화석들은 모두 홍적세(洪積世) 중기 말 또는 홍적세 후기 초의 것으로 분류되었기 때문에 이 층에서 함께 발견된 사람의 어금니 2개 등도 같은 시대로 편년되었다.
이 유적의 위층에서 발견된 사람의 아래턱뼈는 함께 출토된 동물화석과 같이 홍적세 말기로 편년되었다. 청동기문화층에서는 석제활촉 3점, 골제찌르개 2점, 석제칼, 옥구슬, 석제달도끼, 미송리형 질그릇 조각 3점이 조사되었다.
이 유적은 홍적세 중기부터 청동기시대를 포괄하는 오랜 기간 사람들이 살던 흔적과 주거지로 이용되어온 유적으로서 우리 나라 원시사회사와 인류진화 발전사를 규명하는 자료가 되는 사람의 화석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