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살이노래」는 시집간 여자가 시집 생활에서 겪는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 노래다. 여성이면 누구나 부를 수 있는 보편적 민요로 여성민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본래 일을 하면서 부른 노동요로, 지루하고 단조로운 일을 하는 긴 시간 동안 계속 노래할 수 있도록 길고 다양한 사설로 이루어져 있으며 서사적·서정적 양식을 아우르고 있다. 주로 시집 식구가 시집간 여자에게 대하는 여러 가지 불평등한 대우에서 비롯된 갈등 양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억압된 현실에 대한 극복의 의지를 드러내는 평민 여성문학으로서 의의를 지닌다.
「시집살이노래」는 한 여성의 개인적 체험이면서, 모든 여성의 공통적 경험인 ‘시집살이’라는 독특한 생활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 그 유형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사설 역시 매우 풍부하다. 일의 형태가 변해 감에 따라서 다른 민요들은 사라져 가는 데 비해, 「시집살이노래」는 구체적인 일에 한정되지 않고 생활상의 필요로 불리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비교적 활발히 입으로 노래되고 있다.
「시집살이노래」는 본래 일을 하면서 부른 노동요(勞動謠)지만, 현재에 이르러서 원래의 기능을 잃고 비기능요로 바뀌고 있다. 본래 「시집살이노래」는 어느 한 가지 노동을 할 때뿐만 아니라 여자의 모든 일, 즉 길쌈 · 빨래 · 바느질 · 취사 · 밭매기 등을 할 때 두루 불렸다. 이들 일은 모두 오랜 시간 동안 혼자서 계속해야 하는 단조로운 작업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시집살이노래」는 동질적이고 폐쇄적인 집단에서 개별적으로 부른다. 남성이 노래 모임에 끼어 있거나, 다른 연령층의 여성이 노래 모임에 끼어 있을 때 이 노래가 잘 나오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노랫가락은 부르는 사람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나 대개 읊조리는 식이어서 다채로운 변화가 적다. 대신 지루하고 단조로운 일을 하는 긴 시간 동안 계속 노래할 수 있도록 길고 다양한 사설로 이루어져 있으며, 서사적 · 서정적 양식을 아우르고 있는 점이 두드러진다.
「시집살이노래」는 주인공인 시집간 여자와 상대역인 시집 식구 · 남편 · 첩 · 친정 식구와의 갈등 양상을 그리고 있다. 주로 시집 식구 · 남편과의 갈등이 나타나지만 때로는 첩 · 친정 식구가 등장하기도 한다.
시집간 여자와 시집 식구 간의 갈등은 시집간 여자가 시집 식구로부터 받는 여러 가지 불평등한 대우에서 비롯된다. 다른 시집 식구가 모두 집에서 편히 쉬는데, 시집간 여자는 혼자 일을 해야 하거나, 밥을 먹지 못하거나, 억울한 누명을 쓰는 등 다양한 형태로 구박을 받는다.
이에 시집간 여자는 시집 식구에게서 벗어나고픈 욕구를 갖게 된다. 이런 욕구는 서사민요(敍事民謠)인 「중되는 며느리 노래(중노래)」에서, 며느리가 중이 되어 나가거나 시집 식구가 모두 죽는 결말로 나타나기도 한다.
“시가동네 찾아와보니 쑥대밭이 되았구나/다둘러보고 시금시금 시어머니 산소를 둘러보니 시살꽃이 피었구나/시금시금 시뉘애기 묏솔보니 여시꽃이 피었구나/서방님 뫼솔보니 함박꽃이 피어갖고/묏등문이 딱벌어져 나비되어 들어가네.”
또는 서정민요(抒情民謠) 「세원수노래」에서처럼 시집 식구를 호랑이 굴로 보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웬술래야 웬술래야/집이로들면 세웬수가 웬술래라/세웬수를 당사실로 낫가내어/범의굴로 보내고자라.”
「그릇깬 며느리 노래(양동가마노래)」의 경우에는 실수로 깨트린 양동가마를 물어내라는 시집 식구에게 시집간 여자가 항의하자 결국 시집 식구가 굴복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달과같이나 생긴몸을 바늘같이도 헐었으니/요내몸에 천냥주면 양에가매를 물어옴세/아강아강도 며늘아가 나도야야 젊어서는/죽세기 죽반도 깨어봤다.”
이렇게 시집 식구의 우위로 시작된 갈등이 시집간 여자의 우위로 전환되는 것이 일반적인 내용이다. 이는 시집 식구의 우위를 규정한 채, 며느리로 하여금 이에 무조건 순종하도록 하는 사회 규범에 대한 도전이자, 시집간 여자를 한낱 일의 도구처럼 여기고 ‘사람됨’을 인정하지 않는 데에 대한 강한 반발이다.
시집간 여자와 남편 사이에 나타나는 갈등의 주된 원인은 사랑의 결핍에 있다. 이는 남편이 너무 어리거나, 남편과 서로 떨어져 있거나, 남편이 첩을 두는 등 여러 가지 경우로 그려져 있다. 「진주낭군노래」나 「서답(빨래)노래」는 기생첩으로 인해 시집간 여자와 남편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는데, 시집간 여자가 남편의 외도(外道)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살하자 남편이 마지막에 후회하는 것으로 간접적으로나마 갈등을 해소하고 있다.
“석자갓끈 명주수건 목에걸고/아홉가지 약을 입에넣고 목을매어 죽었네/시어머니 하시는말씀 진주낭군 얘야 며느리애기 숨졌다 저것보아라/진주낭군 보선발로 뛰어나와보니/여영갔네 여영갔네 기상첩은 삼년이오/우리둘이는 백년뿐이란데 그순간을 못참았던가/당신은죽었고 나비가되어 나는죽어 나비가되어/화초밭에 만내 이별없이 살자구나.”
여기에서 죽음은 남편에 대한 반발이면서, 남편의 외도를 당연시하는 사회 규범에 대한 반발이기도 하다. 사회 규범은 여자에 대한 남편의 우위를 규정하고, 사랑 역시 남편의 일방적 태도에 따르도록 강요하고 있어 시집간 여자의 자유롭고 동등한 사랑의 표현을 억압하고 있다. 그러므로 시집간 여자가 이를 거부하고 사랑을 요구한다는 것은 이러한 사회 규범에 대한 전면적인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첩은 다른 상대역과는 달리 시집간 여자보다 불리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시집간 여자는 본부인이라는 지위를 지녔지만, 첩은 남편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둘은 팽팽한 대결을 벌인다. 「첩집방문노래」에서 첩을 죽이러 첩집에 찾아간 시집간 여자는 첩의 후한 대접에 그냥 돌아오지만, 세간과 논밭을 절반으로 나누자는 첩의 요구는 거부한다.
또한 많은 작품은 결말에서 첩의 부고를 받는 것으로 되어 있어, 간접적으로나마 시집간 여자의 요구를 성취해 낸다.
“첩의년 죽었다고 전보가옹게/쇠고기자장에다 밥을먹고 씹어도 안맛나더니/첩의년 전보받고봉게 소금국에다 밥을먹고도/달고도 잘넘어가네.”
친정 식구와의 갈등은 시집간 여자는 친정 부모나 형제를 여전히 가족으로 여기는 데 비해 친정 식구는 시집간 여자를 ‘출가외인(出嫁外人)’으로서 거부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특히 「부모부고노래」에서 시집간 여자가 친정 부모의 부음(訃音)을 듣고 친정에 찾아가나 늦게 왔다고 꾸짖으며 부모의 시신을 보여주지 않는 오빠들의 태도는 가부장제(家父長制) 하에서 빚어지는 남성의 횡포를 그대로 드러낸다.
시집간 여자는 시집 식구를 비롯해 남편 · 첩 · 친정 식구 중 누구와도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 채 약하고 불리한 존재로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시집살이노래」는 시집간 여자의 이러한 현실과 함께, 이러한 현실에 대해 ‘여자의 사람됨’ · ‘평등한 대우’ · ‘자유로운 사랑의 표현’ 등을 요구하는 주체적 인식을 드러낸다. 이 모두는 이를 억제하고 부인하는 현실의 부당성에 대한 철저한 자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처럼 「시집살이노래」는 억압된 현실 속에서 그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 주며, 현실 극복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시집살이노래」가 희극적 또는 희비극적 성격을 갖게 하는데, 「시집살이노래」의 이러한 성격은 「시집살이노래」가 평민 여성문학(女性文學)으로서, 노래의 담당층이 가진 현실에 대한 강한 의지와 밝고 건강한 태도를 담고 있는 장르임을 말해 주는 것이다.
「시집살이노래」는 조선 초기에서 후기로 내려오면서 점차 여성의 지위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형성되었다. 조선 후기는 전통적인 유교 이념이 정착되어 이에 대한 반론을 억압함에 따라 여러 방면에서 그 모순에 대한 지적과 새로운 가치관의 모색이 나타난 시기로, 「시집살이노래」 역시 판소리 · 사설시조(辭說時調) · 서민 가사(庶民歌辭) 등 다른 문학 장르와 함께 독특한 미적 특성을 이루어 냈다.
즉 「시집살이노래」는 평민 여성의 처지에서 그들의 생활을 있는 그대로 현실감 있게 표현한 문학이다. 이전까지의 문학이나 같은 시기의 양반 여성문학이 자신의 요구보다는 상대방의 요구에 충실하며 조화를 추구했다. 이에 비해 「시집살이노래」는 자신의 요구에 가장 충실하며, 대립과 갈등을 드러내고 비판과 해결을 모색한 문학으로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