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11월『문예(文藝)』 4권 5호에 게재된 작가의 첫 추천작이다. 1969년삼성출판사(三省出版社)에서 간행한 『한국단편문학대계(韓國短篇文學大系)』 9권에 수록되어 있다. 가난한 농촌 생활의 단면을 묘사한 작품으로, “빈약한 스토리와 범속한 주제이지만 상당히 세련된 문장으로 써낸 작품이다.”라는 김동리(金東里)의 추천사를 들었다.
시골에서 가난한 삶을 살아가던 ‘인순(仁順)’과 그녀의 어머니는 일 나갔던 아버지가 붙잡혀 노무자로 끌려간 다음부터 더욱 혹심한 가난에 빠지게 된다. 가장을 잃은 어머니는 대신 생활 전선에 나서서 여러 가지 장사를 해보지만 경험 부족으로 본전까지 날리고 만다. 굶주림에 시달리던 모녀는 할 수 없이 쑥을 캐서 그것으로 죽을 쑤어먹으며 연명해나간다.
날마다 쑥물만으로 허기를 채우던 인순은 산달이 된 어머니의 뱃속에 들어 있는 아기가 쑥빛을 닮아 퍼럴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한다. 어머니는 나중에 쑥빛으로 보이는 아이를 낳았으나 그만 혼절하여 그 위로 쓰러지는 바람에 아기가 죽고 만다.
몸져누운 어머니 대신에 쑥을 팔러 시장으로 나간 인순은 쌀가게 앞을 지나다가 수북하게 쌓인 쌀을 본다. 앓고 있는 어머니에게 쌀밥을 지어드릴 욕심으로 쌀을 훔치던 인순은 그만 주인에게 잡혀 매를 맞는다. 풀떡빵을 파는 이웃집 아저씨의 도움으로 집에 업혀온 인순은 앓아누운 꿈속에서도 목이 잘린 쑥들이 자신을 못 살게 하는 환상 속에 시달린다.
헛소리를 하는 인순을 근심스럽게 바라보던 어머니는 이제 아버지가 돌아오시면 고운 치마를 사주겠다고 달랜다. 그러나 그 치마 빛깔이 쑥처럼 퍼런 수박색이라는 것을 듣고 난 인순은 싫다고 한다. 모녀는 아버지가 하루바삐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된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모녀를 통하여 빈곤의 악순환을 제시하고 있다. 가난한 그들의 삶이 더욱 고달프게 된 것은 아버지가 노무자로 끌려갔기 때문이라는 점, 그런 상황이 전혀 자신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졌다는 점, 농촌의 가난한 삶과 무력한 생존, 나아가서는 효를 위한 도둑 행위 등에 주목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하겠다.
이 작품에서 보이는 작가의 시선은 이후의 작품들에서 추구하고 있는 농촌의 가난과 탈향(脫鄕), 도시 주변의 소시민적인 삶, 무작정 상경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 등으로 이어지는 원형(原型)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