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의 국문 필사본으로 불교계 국문 소설이다. 불교 문헌에 속하는 한문 저본으로 「안락국태자경」, 「기림사연기(祇林寺緣起)」 등이 있어, 작가와 연대를 상대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안락국전」의 국문 원본으로는 「안락국태자전」( 『월인석보』 제8)이 있다. 이들 저본과 원본 중에서 「안락국전」은 「안락국태자전」의 계통을 직접 계승한 흔적이 보인다.
이 저본들의 원전이 불경의 목록에 들어있지 않은 것을 보면, 한국의 불교계 문사가 『석보상절』의 완성 이전에 아미타불의 정토사상에 근거하여, 변문(變文) 형태로 한문 「안락국태자경」을 지어낸 듯하다. 이것이 불교계에 전해지다가 15세기 『석보상절』의 찬역에 끼어들었고, 그대로 『월인석보』의 「안락국태자전」으로 정착된 것이라 하겠다. 즉, 「안락국전」은 15세기 원본을 기점으로, 16세기를 거쳐오면서 불교계 인사들에 의하여 형성, 전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연세대학교 학술문화처 도서관본 「안락국뎐」(규호소적 수록, 19장), 「안락국젼」(단권 29장), 국립중앙도서관본 「안락국젼」(단권 21장), 정명기본 「알낙국젼」(단권 15장), 박영돈본 「안락국젼」(단권 23장) 등이 있다. 한문 필사본으로는 마곡사본 「안락국태자경(安樂國太子經)」(불전집록, 3장)이 전한다.
다양한 국문 이본 중 국립중앙도서관본을 중심으로 내용을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대원국 사라수왕과 왕비 원왕 부인이 세존의 권능에 감동하여 출가해서 서역국에 가는 도중, 부인이 만삭의 몸이라 금릉 땅 자현 장자의 종으로 팔리게 되었다. 왕은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고, 부인은 왕에게 왕생게(往生偈)를 일러주고는 헤어진다. 부인이 아들 안락국을 낳은 후, 장자는 부인에게 수청을 강요하면서 부인을 괴롭힌다. 성장한 안락국은 부인을 통하여 부친의 소재를 확인하고, 서역국에 들어간다. 사라수왕을 만나 ‘안락국’이라는 이름과 왕생게를 통하여 부자간임을 확인한다. 안락국은 왕으로부터 백색 · 홍색 · 청색의 연꽃을 받아 금릉 땅에 돌아와 뼈만 남은 어머니를 소생시킨다. 장자의 집은 청천 벼락으로 연못으로 변하고, 안락국 모자는 왕과 재회하여 극락을 누린다. 이후에는 불교적 교훈을 담은 내용이 부연되어 있다.
이 작품은 국문 소설 「안락국태자전」을 원본으로 하여, 유교적 덕목을 강화하고 도교 · 불교 계열의 민간 설화를 흡수하여 전형적인 국문 소설 형태로 성장 · 정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서원을 세워 염불하고 정진(精進)하여 안락국토(安樂國土)에 이른다는 정토 신앙의 핵심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여성의 희생적 사랑이 인간을 구제하고 영원으로 승화시킨다는 삶의 근원 명제를 설파하고 있다. 이처럼 심오한 주제의 부각을 위하여 대왕과 왕비가 출가하여 겪게 되는 불행한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대담한 구성을 시도함으로써 감명깊은 서사구조를 창출해 내었다. 표현 문체도 내간체의 성향을 띤 번역체로서 전아(典雅)하고 섬세하여, 국문 소설로서의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선악 대결 구도를 강화하며 권선(勸善)과 징악(懲惡) 양자를 고루 표현해, 소설적 재미를 추구하는 면모가 뚜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