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면구슬은 형태적으로 여러 개의 평평한 면을 갖는 구슬을 말한다. 영남 지역의 고대 무덤에서 많이 발견되었다. 구슬을 장신구로 사용하는 풍습은 마한, 진한, 변한의 삼한, 그리고 백제와 신라, 가야 등에서 많이 보인다.
구슬의 종류는 옥, 마노, 수정, 흑옥 등의 광물질, 금, 은, 금동, 청동 등의 금속제, 그리고 유리 등 매우 다양하다. 옥은 연옥(nephrite)과 경옥(Jade)으로 나뉘며, 마노는 색상에 따라 분류되기도 하는데, 장신구로 사용된 것은 홍옥수(carnelian)와 아게트(agate)가 많이 사용되었다. 수정(crystal)은 석영과 유사한 광물이지만 투명도가 훨씬 높은 일종의 변종이다.
다양한 재질로 만들어진 구슬의 형태는 각양각색이지만, 여러면구슬로 가공된 것은 광물질, 특히 백수정이 많다. 지역적으로는 영남 지역의 발견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으며, 시간적으로는 1세기부터 4세기까지에 집중되어 있다. 5세기 이후에도 출토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4세기 후반부터 수정제 여러면구슬의 사용은 쇠퇴한다.
대표적인 유적은 김해 양동리와 구지로, 김해 대성동, 부산 노포동, 울산 하대, 포항 옥성리, 경주 덕천리 등의 유적이다. 특히 김해 양동리 고분군에서는 유례가 없이 투명도가 좋으면서 직경이 4∼6㎝나 되는 대형 수정제 여러면구슬을 엮은 목걸이가 많이 발견되었다.
단단한 수정을 자르고 깎고 마연한 흔적은 표면을 정교하게 가공하면서 남아 있기가 어렵지만, 끈을 넣기 위해 관통시키는 구멍의 표면에 잘 남게 마련이다. 구멍 내부에 실리콘을 쏘거나 현미경을 통해 관찰하면 구멍 뚫는 방식과 도구의 재질 차이를 변별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적인 차이는 수정만이 아니라 마노에서도 잘 나타나는데 이를 통하여 한반도 남부에서 발견된 마노 중 많은 부류가 인도나 동남아시아에서 제작된 후 반입되었을 가능성이 이야기되고 있다.
수정제 여러면구슬도 한반도 서북부의 낙랑 무덤이나 메콩강 하류역의 옥에오유적에서도 형태적으로 유사한 사례가 많이 확인되어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연결하는 광역의 네트워크를 해명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