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1책. 목판본. 연암(煙巖)은 저자의 호이다. ≪연암시집≫은 1773년(영조 49) 아버지 이동현이 그의 죽음을 애통하게 여겨 유시(遺詩)를 모아 간행한 것이다.
권두에 채제공과 홍군평의 서문이 있고, 권말에 목만중의 발문이 있다. 모두 시로서 237수가 수록되어 있다. 대개 12, 13세에 지은 것들이다. 그 내용은 주로 성인이 되기 전의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소년다운 표현과 내용이 대부분이다. 소년의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사물, 일상생활의 도구, 풍속, 절기(節氣) 등의 소재가 많다.
<투계 鬪鷄>·<계생추 鷄生雛>라는 작품은 닭싸움과 병아리가 태어나 성장해 가는 과정을 소년다운 호기심과 관찰력으로 재미있게 묘사한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소년적인 감수성뿐만 아니라 시대의 현실을 직시하고 지은 작품도 몇 편 있어 주목된다. <해호가 蟹戶歌>는 게를 잡는 어민들의 고달픈 생활현실과 관리와 아전들의 탐학을 고발한 작품이다.
<증종성박상사재춘 贈鍾城朴上舍載春>은 관리등용에 있어서 지역간의 차별성을 지적하여 자기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마재시 馬載柴>는 자기 집의 늙은 말은 힘에 겨운 땔나무를 실어야 하는 고달픔을 맛보지만, 관리들 집안의 말은 호의호식한다고 하였다. 사회현실의 구조를 대립적으로 파악하고 상징적으로 묘사한 훌륭한 작품이다.
<봉신정장재원지임연천 奉贐丁丈載遠之任漣川>은 정약용(丁若鏞)의 아버지인 정재원(丁載遠)이 연천으로 부임 갈 때에 지은 것이다. 연천 백성들의 궁핍한 생활을 묘사하고 목민관으로서의 소임을 청하는 어른스러운 작품이다.
이밖에 고려의 고도(故都)를 둘러보고 지은 <여왕릉 麗王陵>·<고도잡절 故都雜絶> 등은 흔히 과거의 역사현장에서 생길 수 있는 허무감이나 무상함에 빠지지 않고, 항상 역사는 발전해야 한다는 역사발전의 법칙성을 파악한 작품이다.
≪연암시집≫의 시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악부시(樂府詩) 계통의 것이 많이 있는 것으로 보아 특히 악부시에 뛰어났음을 알 수 있다.
≪연암시집≫은 18세기 한시문학의 경향을 파악할 수 있는 훌륭한 자료이다. 규장각도서와 영남대학교 도서관 등의 도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