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재(康信哉)가 지은 단편소설. 1960년 ≪사상계≫ 1월호에 발표되었다.
이 작품의 여주인공인 윤숙희는 지난 사월에 ‘미스 E여고’로 뽑힐 정도로 예쁜 십팔세 여고생이다. 숙희의 어머니는 남편을 사별하였다. 그래서 딸 숙희와 함께 시골 친정에서 친정부모를 의지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대학의 경제과 교수인 므슈 리가 아직도 젊고 아름다운 숙희의 어머니를 찾아오고, 결국 숙희의 어머니는 므슈 리와 재혼한다.
어머니의 재혼으로 숙희는 물리학을 전공하는 현규와 오누이가 되었다. 숙희는 현규를 오빠라고 부르지 않는다. 사랑하기에 그렇게 부를 수가 없다. 두 사람은 서로가 사랑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숙희에게 이로 인한 피해의식은 없다. 그러나 숙희는 두 사람의 자연스런 감정이 네 가족 전부의 파멸로 발전할까 두려웠다. 드디어 숙희는 학업까지 포기하고 시골로 내려온다.
그러자 숙희가 떠난 얼마 후 현규가 시골로 찾아오고, 젊은 두 주인공은 젊은 느티나무 아래서 그들 사이의 사랑의 실현을 공모하며 기뻐한다.
이 작품은 부모가 재혼함으로써 졸지에 이복 남매가 되어버린 두 청춘남녀의 사랑을 전경화하고 있다. 숙희에게 현규는 절대로 오빠가 될 수 없다. 젊음은 항거이며 그들에게 있어서 사랑은 생명력이며 미래다. 어떠한 제도도 이 생명력의 몸부림을 제어할 수 없다. 현규와 숙희는 사랑으로 무섭게 뻗어 오를 젊디젊은 느티나무다. 어머니와 므슈 리의 재혼이 현규와 숙희의 사랑과 의지를 꺾을 수는 없다. 부모의 갈 길과 그들이 갈 길은 서로 다르다.
이 작품에서 숙희는 초점자이면서 서술의식이다. 그러므로 그녀가 바라보는 것과 그녀의 현재의 의식이 독자에게 읽힌다. 이 소설에서 숙희 어머니가 처음 어떻게 결혼하게 되었는지, 정말 숙희 아버지가 돌아가셨는지가 분명치 않다. 또한 숙희 아버지와 현규 아버지 사이도 또한 정해지지 않은 관계로 독자에게 제시되어 있다. 이 역시 작가의 미학적 항거로 이해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