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상업자본의 발달』은 강만길이 조선 후기 상업 자본과 상업 경제에 관해 저술하여 간행한 학술서이다. 1973년 고려대학교 출판부에서 간행하였다.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조선후기 실학자 유수원의 상업관과 경강·개성·시전 등지의 도고 상인의 활동을 고찰하였다. 조선 후기의 상업을 도고상업으로 규정하고 도고상인의 자본 집적 과정과 도고 운영 실태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 조선 후기 상업자본의 발달상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상업사 분야에서 식민사관의 정체성론을 극복하기 위한 개척적인 업적이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매우 크다.
조선 후기 실학자의 상업관과 도고상인(都賈商人)들의 활동을 통한 상업 자본의 형성과 상업 경제의 발달상을 밝힌 책이다. 1973년 고려대학교 출판부에서 간행하였다.
이 책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고 크게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은 <실학자의 상업관>으로, 특히 유수원(柳壽垣)의 상업관을 다루고 있다. 즉, 유수원의 저서인 ≪우서 迂書≫를 통해 양반 계층의 상업 경영의 문제, 자본의 집적·집중 문제[금난전과 합과(合顆) 상업문제]를 검토하고, 이어 상설 시장과 도시 형성, 상업세 증수(增收)의 문제 등을 살피고 있다.
저자는 유수원의 상업관이 전통 사회의 해체기였던 당시의 상업계를 적절히 파악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상업계가 지향해야 할 방향까지도 가장 합리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제2장과 제3장에서는 상인을 지역별로 구분해 경강(京江)상인과 개성상인의 활동을 고찰하였다.
먼저 제2장에서는 <경강상인과 조선도고(造船都賈)>로, 수도권내의 한강 연변에 근거를 두고 있던 경강상인들의 상업 활동을 검토하였다. 그리고 이들이 곡물 운임을 통해 얻은 자본의 집적 과정과 선상활동(船商活動)을 통한 도고상업의 경영 등을 다루고 있다.
즉, 이들 도고상인들의 활동으로 피해를 입는 도시 소비자층의 반발 및 소생산자를 적절히 지배해나가면서 생산 분야에 침투해가던 경강상인들의 조선 도고 운영 실태를 규명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문호가 개방되기 전인 조선 후기 상업 자본이 가지는 가장 일반적인 조건을 이와 같은 경강상인자본이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제3장에서는 <개성상인과 인삼재배>로,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 도고상인이었던 개성상인들의 상업활동을 고찰하고 있다. 즉, 개성상인들이 국내 상업에 있어서의 도고상업과 중국·일본을 연결하는 연계무역을 통해 자본의 양적인 증대를 이루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개성상인들이 서울의 시전상인(市廛商人)과 공인(貢人) 등에게 상업적 타격을 가하면서 국내상업계를 장악해나간 과정을 고찰하였다.
또한, 이들의 상업 활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상품이 인삼이었는데, 이 인삼의 인공 재배가 이루어지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인삼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음을 살폈다. 나아가 인삼이 가공 기술에 따른 가공상품화함에 이르러서는 개성 상인자본이 개항 전 최대의 토착 민간자본으로 발전해갔음을 밝히고 있다.
제4장에서는 <시전상업의 공장(工匠)지배>로, 원료 매점을 통한 공장 압박, 제품의 매점과 판로 봉쇄, 생산장 자영과 공장고용 등의 문제를 다루었다. 즉 전매권을 둘러싸고 시전상인 조합과 공장 조합이 경쟁하게 되었으나 통공발매(通共發買 : 금관전권을 소유한 일반시전 이외의 비시전계 상인들의 상업활동을 허락한 일)에 따라 시전의 공장생산품(工匠生産品)의 판매가 자유스럽게 되자, 시전은 우세한 자본력으로 도시내의 영세 공장을 고용해 스스로 상품을 제조하게 되었다는 주장을 제기하였다.
끝으로, 제5장은 <도고상업과 반도고(反都賈)>로 조선 후기 상업계 일반의 성격을 도고상업으로 규정하고 그 특징을 고찰하고 있다. 즉, 저자는 도고상업이 전통 사회가 근대 사회로 이행되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난 발전된 상업 형태였음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관상도고(官商都賈)이든 사상도고(私商都賈)이든 모두 상업자본의 집적 과정과 관련을 가지면서 발전한 상업 형태였다는 견해를 제기하고 있다.
또한, 도고자본은 여러 방법으로 다양한 생산 분야에 침투해 시장 질서를 지배하고 있었고, 또 이러한 시장 지배 현상으로 특권성과 매점성이 자연히 수반됨에 따라 배타성을 띠고 있었다. 이 결과 도고자본의 시장지배 질서에 도전하는 반도고현상이 일어났음을 지적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그 조직체나 생산력에 있어서 미약하였기 때문에 도고자본의 가치액 자체를 극복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생산력의 다양한 발전과 19세기 전반기의 관상 도고체제의 붕괴, 사상 도고의 진전 결과, 반도고 세력도 커져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바로 문호개방 전 조선 사회경제의 내재적 발전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이 책은 조선사회가 가지고 있는 내재적 발전론에 입각해 조선 후기 상업자본의 발달상을 밝히고 있다. 즉, 경강·개성·시전 상인의 활동을 고찰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조선 후기 상업계가 도고상업 형태로 발전하고 있었음을 검출해 낸 노작인 것이다.
또한, 저자의 이와 같은 연구 성과는 조선 후기의 개별 상인이나 상업자본 분야에 대한 관심과 연구 수준을 제고시켰을 뿐만 아니라, 상업사 분야에서 식민사관의 정체성론을 극복하기 위한 개척적인 업적이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매우 크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