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왕세자·왕세자빈·왕세제·왕세제빈·왕세손·왕세손빈 등의 책봉 의례를 마친 다음, 조정에서 행하여진 책봉의 논의로부터 책례도감의 설치, 책례 의식의 구체적인 절차, 의례에 소용되는 물품의 제작, 재료와 공인의 조달 및 회계, 참여한 관원들의 포상에 이르기까지 책례 의식을 가능하게 하였던 모든 사항을 낱낱이 기록하여, 후일 이와 유사한 책례가 있을 때 실질적인 참고 자료로 이용하기 위해 제작된 기록물을 말한다.
책례는 기존의 어느 한 상시 관청에서 감당하기에 어려운 대규모의 일이었으므로, 여러 관청을 총괄할 특별한 상위 기구와 책례에 필요한 특별한 물품을 제작하는 임시 기구라 할 수 있는 공방(工房)들이 반드시 요청되었는데, 이 기구가 바로 책례도감이다. 책례도감은 책례의 의논과 동시에 설립되었다가 의례가 끝난 뒤에 해체되었고, 책례도감의궤는 책례가 끝난 뒤 의궤를 제작하는 찬집청 등 별도 기구를 두어 제작되었다.
현존하는 의궤는 어람용(御覽用)과 분상용(分上用)으로 구별되는데, 형태와 형식 등 격식에서 큰 차이가 난다. 어람용은 어람, 즉 국왕에게 보이기 위하여 특별히 제작된 의궤이고, 분상용은 기록 보존용으로 나누어 보관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다. 어람용은 1건으로 제작된 반면, 분상용은 각 사고와 관청에 상비할 목적으로 4~9건 등 다수의 건수를 베껴 중앙 관서인 의정부·예조·춘추관과 강화부·태백산·오대산·적상산성 등의 각 사고에 보관하여 기록의 유실에 대비하였다.
따라서 각기 다른 목적으로 제작된 두 책은 형태나 형식 면에서 큰 차이를 보여 준다. 우선 형태 면에서 어람용의 표지는 분상용에 비해 매우 화려하다. 비단 장정에 표제를 고급 비단 위에 쓰고 있고, 비단 표지에 각종 무늬를 넣은 변철(邊鐵), 둥근 국화동[菊童]에 박을정(朴乙釘)이라고 불리는 못 다섯 개를 사용하고 있어서, 삼베에 선장을 한 분상용과는 격조에 있어서 현격한 차이를 두었다. 종이의 재질도 어람용에서는 초주지에 붉은색 계선을 일일이 그어 사용한 반면, 분상용은 저주지에 판으로 먹을 찍어 사용하였다. 형식 면에서도 분상용에서 격자법을 사용하는 부분조차 어람용에서는 모두 대두법으로 처리하고 있어, 두 책은 분량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무엇보다 두 책의 가장 큰 차이는 마지막 장 도감의 관직자를 표기하는 방식에서 두드러지는데, 어람용에서만 성 앞에 “신(臣)” 자를 두어 어람용이 국왕에게 바쳐지는 책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책례도감의궤는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국립중앙박물관에 각각 소장되어 있다.
도감은 크게 상위 기구인 도제조(都提調)·제조(提調)·도청(都廳)·낭청(郎廳), 하위 기구인 일방(一房)·이방(二房)·삼방(三房)·별공작(別工作) 등으로 구성된다. 상위 기구는 책례의 모든 과정을 지휘하고 감독하는 머리에 해당하고, 하위 기구는 책례에 필요한 특수한 물품들을 분업하여 제작하는 일을 담당하는 손과 발에 해당한다. 책례도감의궤의 구성은 이 같은 책례도감의 구조를 대체로 모방하고 있다. 도감의 각 기구는 운영 과정에서 수많은 문서들을 남기기 마련인데, 이후 이 자료를 바탕으로 도청의궤, 일방의궤, 이방의궤, 삼방의궤, 별공작의궤가 별도로 제작되었으며, 책례도감의궤는 이 의궤들을 합한 합본인 셈이다. 이 합본에 의궤 제작의 표준안이라고 할 수 있는 의궤사목(儀軌事目)과 참여한 관원들의 시상 내용인 논상(論賞), 마지막으로 도제조·제조·도청·낭청에 소속된 관원의 관직과 성(姓), 착명(着名)을 표기한 마지막 장이 첨부되면 의궤는 완성된다.
내용의 구성을 보면, 도감의 각 하위 기구에서 제작된 의궤들은 대체로 비슷한 구성을 보인다. 각 기구들이 올린 문서와 받은 문서, 혹은 다시 하부 기구에 내린 문서 등으로 구성된다.
의궤의 가장 앞부분에는 책례가 시작되면서 책례도감이 설립되는 과정을 보여 주는데, 대체로 발의의 주체에 따라 예조의 계사나, 국왕의 전교로 시작하며, 아울러 도제조·제조·도청 등 책례도감의 구성 인원을 선임하는 과정, 그리고 의식 절차를 미리 정한 의주(儀註) 등을 수록하고 있다. 실제 책례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수많은 문서들, 임금에게 올리는 보고서인 계사와, 필요에 따라 하급 관청에 필요한 조치를 명령하는 감결(甘結)을 날짜 순으로 수록하고 있다.
일방의궤, 이방의궤 등에서도 각기 맡은 물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오고 간 문서들, 예컨대 계사·품목(稟目)·감결·이문(移文) 등의 문서를 날짜 순으로 싣고 있으며, 그 밖에 제작 과정에 들어간 재료의 물목과 수량을 표기한 실입질(實入秩), 공장들의 이름을 표기한 공장질(工匠秩), 그리고 사용한 비용 및 남은 비용을 내용으로 하는 회계 사항까지를 싣고 있다. 제작되는 물품의 형태를 그림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그 밖에 핵심이 되는 행렬의 의식 절차에서 관원들을 포함하여 수행원들의 위치를 보여 주는 반차도가 실려 있는 것이 통상이다.
책례는 왕실 성원의 자격을 부여하고 이를 대내외적으로 공포하는 공식 의례였으며, 이로부터 신분에 따른 권리와 의무가 동반되었으므로 왕실의 형성과 계승에 핵심적인 기능을 하였다. 이때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책례의 효율적인 수행이라는 필요성 때문에 기록물이 요구되었으며 책례도감의궤는 이러한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매우 실용적인 참고서였다. 이 책에서 특히 의례를 수행하기 위한 물자의 수급과 경제의 규모를 여실히 기록함으로써 재정 규모에 대한 고려가 노골화하고 있는 데서 보이는 실용 정신과, 참여한 공장들의 이름까지 공식적인 기록물에 수록함으로써 하층민들에 대한 사회적 참여를 공식화하는, 이른바 평등성에 대한 인식도 동시에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