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의미로는 우리 민족에게 역사적·문화적으로 신성한 의미와 특수한 기능을 가진 성스러운 산에 대한 일반적인 명칭이다.
태백산은 특히 단군과 관련해 여러 사서(史書)에 기록되어 전하는데, 그 표기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즉, 현존하는 단군신화에 관한 가장 오래 된 기록인 『삼국유사』에는 ‘太伯山’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단군신화는 수록되어 있지 않지만 이보다 앞선 사서인 『삼국사기』에는 최치원(崔致遠)의 「상대사시중장(上大師侍中狀)」을 인용하면서 ‘太白山’으로 기록하였다. 그리고 『삼국유사』 이후에 나온 『제왕운기』·『세종실록지리지』·『동국여지승람』·『동국사략』·『동사강목』 등 단군에 관한 기록이 있는 사서들은 ‘太白山’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처럼 ‘伯’과 ‘白’이 혼용되어 있는데, 伯과 白은 음가(音價)가 같으며, 또 태백산이 지닌 의미를 표현하는 데에도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白’자가 사용된 듯하다. 태백산을 한자식으로 풀이하면 ‘크고 하얀 산’이 되며, 우리 말로 해석하면 ‘한ᄇᆞᆰ뫼’가 된다.
한의 의미는 왕(王 : 干)·절대자·진리·큰〔大〕·넓음〔廣〕·하나〔一〕등 여러 가지가 있다. 또 백(白)은 ‘ᄇᆞᆰ’의 뜻으로 해석이 되는데, 역시 역으로 ‘ᄇᆞᆰ’은 백(白)으로 음사(音寫)된다. 흰 것은 광명(光明)을 나타내는데 ‘ᄇᆞᆰ’은 여러 나라 이름, 땅 이름, 종족 이름, 사람 이름 등에 차자(借字)로 많이 쓰였다.
우리나라의 땅 이름, 산 이름에는 ‘천(天)’자와 함께 ‘백’자가 가장 많이 쓰이는데, 이런 글자가 쓰이는 산은 대부분 ‘세계의 중심’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우주산의 구실을 하면서 하늘을 향해 제의(祭儀)를 올리거나 또는 제단이 있다.
이처럼 다양한 의미와 기능을 가진 태백산이라는 명칭은 어느 특정 지역, 특정 산에만 한정되는 고유 명사가 아니고, 비슷한 의미와 발음을 가진 채 인류 문화의 변동에 따라 옮겨 다니는 특징이 있다.
『삼국유사』에서는 일연(一然)이 ‘태백산은 지금의 묘향산(妙香山)’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에는 묘향산을 가리켰다. 그러나 태백산은 중국북경(北京) 서쪽 다싱산맥(大行山脈) 북부에도 있고, 강원도 황지(黃池)에도 있으며, 일본의 구주(九州)에도 있다. 이처럼 이 명칭은 우리 민족 문화 집단이 사용한 일반 명사였다.
그러나 글자의 의미와 기능, 또 산에 대한 구체적 묘사 등을 비롯해 역사적 사실을 살펴보면 단군신화에 나타난 태백산은 오늘날의 백두산(白頭山)을 지칭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백두산은 동북아시아의 많은 산과 강의 시원지로서, 숭배의 대상으로서 불함(不咸)·개마산(蓋馬山)·태백산·도태산(徒太山)·장백산(長伯山)·태황(太皇)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렸다.
이에 대한 기록은 모두가, 특히 동북아시아를 발원으로 하는 종족들에게는 머리가 희고, 초목도 짐승도 모두 하얗고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하는 신령스러운 성산(聖山)으로 묘사되어, 그들 종족의 흰 것(밝음)에 대한 인식, 즉 태양 숭배 사상이 반영되어 있다.
단군신화의 태백산은 오늘날의 백두산을 가리키며, 하느님의 아들 환웅이 내려와 신시(神市)를 건설한 하늘과 대좌하는 공간이고, 또한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을 실현하는 장소로 선택된 우리 민족 역사의 시원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