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검은 초기국가시대 고조선을 건국한 단군의 칭호로 우리 민족의 시조이다. 일반적으로 정치적 군장을 뜻하는 ‘임금’으로 해석하고 있다. 검에 대해 ㄱㆍㅁ·검·곰·금 등으로 호환되어 전승된 신(神)의 고어로 해석하는 견해가 있다. 또는 ‘엄큼’ 혹은 ‘ㄹㆎㄱㆍㅁ’·‘ㅇㆍㄹㄱㆍㅁ’의 대역(對譯)으로 이해하거나 향찰법(鄕札法)으로 ‘임검’이라고 읽으면서 임검을 순수한 명칭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독립된 칭호로서 단군과 함께 합성명사인 단군왕검을 이루고, 제사장과 정치장의 기능을 겸한 제정일치적 사회의 우두머리로 이해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치적 군장을 뜻하는 ‘임금’으로 해석하고 있다. 단군은 제사장의 의미로 무당 또는 하늘을 뜻하는 몽고어 ‘텡그리(tengri)’와 서로 통한다. 왕검은 정치장의 의미로서 결국 단군왕검은 제사장과 정치장의 기능을 겸한 제정일치적 사회의 우두머리로 이해되고 있다.
『삼국유사』 권1 고조선조에는 고조선을 ‘왕검조선(王儉朝鮮)’이라고 특별히 세주를 달았다. 이어 본문에서는 “ 『위서』에서 말하기를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에 단군왕검이 있어 아사달에 도읍을 정했다고 한다(魏書云 乃往二千載 有壇君王儉 立都阿斯達)”고 해 왕검의 존재를 『위서』에서 인용하고 있다. 다시 “『고기』에서 말하기를 …… 환웅이 거짓 변해 혼인해서 이내 잉태해 아들을 낳으니 이름을 단군왕검이라 했다고 한다(古記云……雄乃假化而婚之 孕生子 號曰壇君王儉)”고 하면서 『고기』를 통해 왕검의 존재와 성격을 재차 설명하였다.
『삼국사기』 권17 동천왕 21년조에는 “평양은 본래 선인 왕검의 집이다. 혹은 왕의 도읍을 왕험이라 한다(平壤者 本仙人王儉之宅也 或云 王之都王險)”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삼국유사』와 같은 시대에 편찬된 『제왕운기』에는 전혀 언급이 없고 후대의 『증보문헌비고』와 『동사강목』 등에 단편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왕검은 단군의 이름일 가능성도 있고, 독립된 단어로서 단군의 성격 · 기능과 관련된 보통명사일 가능성도 있다. 고대에는 일반적으로 제사장이나 왕 같은 신성한 존재의 이름이 직접 불리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왕검은 단어의 의미로 보아 특정한 권위와 권력을 표시하는 존칭 · 존호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왕검이 특정매체를 수식하는 고유명사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왕검의 왕(王)이 정치군장인 왕과 동일하고, 검(儉)은 글자 자체로서는 뜻이 통하지 않음으로 보아 왕검은 차음(借音)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왕검의 해석은 ‘王+儉’의 경우와 전차음(全借音)인 ‘王儉’으로 보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王+儉’으로 볼 때, ‘검’에 대한 해석은 양주동(梁柱東)이 『증정고가연구(增訂古歌硏究)』에서 “‘ᄀᆞᆷ’은 ᄀᆞᆷ · 검 · 곰 · 금 등으로 호전(互轉)되는 신(神)의 고어로 왕의 고훈(古訓) 이질금(尼叱今) · 매금(寐錦) 내지 상감(上監)에 잉용(仍用)되었다.” 해 ᄀᆞᆷ은 신의 고어라고 말하였다. 동시에 웅(熊)을 뜻하는 곰이 신의 고어인 ᄀᆞᆷ과 동일한 것으로 단군신화에서 웅이 등장한 것은 왕검의 검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ᄀᆞᆷ은 알타이어 계통에서 신(神) · 군(君) · 인(人)의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말로서 우리말 ᄀᆞᆷ과 일치한다. 동북시베리아에서는 무당의 명칭을 Kam · Gam 등으로 부르고 있으며, 아이누말(Ainu語)로 Kamui는 신 · 곰을 가리킨다. 터키 · 몽고 · 신라에서는 Kam, 일본은 Kami로서 신을 나타낸다.
둘째, ‘王儉’을 전차음으로 해석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최남선(崔南善)은 왕검이 ‘엄큼’ 혹은 ‘ᄅᆡᄀᆞᆷ’ · ‘ᄋᆞᆯᄀᆞᆷ’의 대역(對譯)이라면서 대인(大人) · 신성인(神聖人) 등의 뜻으로 보아 단군왕검을 ‘당굴얼검’이라 하였다. 정인보(鄭寅普)는 왕검을 향찰법(鄕札法)으로 ‘임검’이라고 읽으면서 임검을 순수한 명칭으로 보았다.
신채호(申采浩) 역시 비슷한 견해로서 임금으로 보았으며, 역대제왕의 칭호를 뜻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최근에는 알타이어계의 언어분석을 통하여 왕검은 Nimgam으로 발음해 상신(上神) 또는 상무(上巫)의 뜻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왕검은 ‘王+儉’의 경우나 ‘王儉’의 경우 모두 큰 신 · 큰 임금을 나타내는 말로서 정치적 군장 혹은 제사장의 성격을 가진 존재에 대한 일반적 칭호이다. 그리고 왕검의 검은 ‘검다 · 둘러싸다’에서 나온 ᄀᆞᆷ이라는 말로서 암흑을 상징하며 웅(熊)으로 상징되는 지모신의 성격을 가졌다.
결국 단군신화에는 환인(桓因) · 환웅(桓雄)으로 표상되는 ᄇᆞᆰ신(光明神)과 웅 · 왕검으로 표상되는 ᄀᆞᆷ신(地母神)의 두 개의 상반된 신 개념이 공존한다. 왕검은 독립된 칭호로서 단군과 함께 합성명사인 단군왕검을 이루고, 이로써 상징되는 역사와 문화의 내용을 담고 있다. → 단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