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특유의 경제 및 사회환경에 적응되어 온 회계의 발달과정을 회계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다음과 같다. 근대적인 회계는 도입 이전(1911년 이전)·도입기(1912∼1939)·정비기(1940∼1945)·의용기(依用期, 1946∼1958)·확립기(1959∼1974) 및 발전기(1975년 이후)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 나라 고유의 회계방법인 사개치부법(四介治簿法, 四介置簿法)이 개성상인을 중심으로 창안되어 개성상인과 전국의 상인들에게 전수되어 사용되었다. 고유의 부기법은 자료가 부족하여 생성시기와 발명인에 대해서는 단정하기 어려우나, 상업의 중심지인 개성에서 상업활동과 금융활동을 기반으로 하여 생성되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사개치부법은 기본원리·장부조직 등으로 볼 때 서양의 복식부기 원리와 유사하며, 당시 환경에 비추어볼 때 합리적인 장부기록법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고유의 장부기록법은 1910년 이전까지 일부 상인들과 대한천일은행(大韓天一銀行) 등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금융기관에서 회계관행으로 이용되어 왔다.
갑오경장 이후 1895년 3월에 <회계법>이 제정되어 국고와 왕실의 회계가 분리되었으나, 이것은 기업회계가 아니라 국가의 예산회계의 내용을 규정한 법령이었다. 1878년(고종 15) 일본의 다이이치은행(第一銀行)이 부산에 지점을 개설하여 우리 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근대적인 회계방식을 시행하였으나, 이러한 회계방식은 일본인 은행에 한정된 것이었으며 상공인 전반에 걸쳐 채택된 회계제도는 아니었다.
우리 나라에서 근대적인 기업경영의 형태를 태동시킨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1876년의 개항이었다. 개항 후 기업환경의 변화에 따라 우리 나라 재래의 회계관습에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다. 1860년을 전후하여 서양부기를 도입한 일본인 기업들이 우리 나라에 들어오게 됨에 따라 새로운 회계제도가 점차 보급되기 시작하였다.
그 뒤 우리 나라에서 근대적인 기업회계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1912년 3월<조선민사령 朝鮮民事令>의 시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민사령 중에서 기업회계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조선민사령> 제1조 제8호(상법)와 제10호(상법시행령)이다. 1912년 3월 부령(府令) 제7호로 공포, 시행된 <조선민사령>에 의하여 도입된 기업회계의 성격은 초기단계의 것으로서, 일본상법의 규정에 의하여 골격이 이루어진 상법상의 회계이다.
당시에 <조선민사령>의 일부로 시행된 상법의 규정 중에서 회계처리의 방법·절차 및 기준 등의 내용에 대하여 규정한 것은 <상법> 총칙편의 5개 조항 (제25∼29조)과 회사편의 9개 조항(제190∼198조)이었다.
세계경제는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증유의 대공황을 맞이하여 경제구조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기업은 새로운 경영기술을 개발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으며, 기업의 회계에도 새로운 이론과 기법이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경제계와 기업환경의 변화에 부응하기 위하여 일본도 상법을 개정하게 되었다. 즉 1938년에 상법 중 개정법률이 공포되었는데, 이때에 상법전(商法典)의 제1편(총칙)과 제2편(회사)에 대수정을 가하였으며, 이 부분에서는 조문 수가 거의 배가되었다.
또한 동시에 <유한회사법>이 제정되었다. 1938년의 개정 상법과 <유한회사법>은 1940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이에 회사의 회계에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었는데, 그 주요내용을 요약하여보면 다음과 같다.
① 자산의 평가에 있어서 종전의 원가주의(原價主義)에 병행하여 시가주의(市價主義)의 도입, ② 이연자산(移延資産) 개념의 도입 및 상각방법(償却方法)의 규정, ③ 사채발행차손의 이연 및 상각방법, ④ 건설이자의 이연 및 상각방법, ⑤ 준비금의 사용제한, ⑥ 신주에 대한 건설이자배당과 배당기간의 연장, ⑦ 회사와 사용인간의 채권에 대한 선취특권 인정 등 여러 가지 회계처리기준이 마련되었다.
이상과 같이 개선, 정비된 상법회계는 근대회계의 수용체인 회사형태 기업의 급속한 증가와 더불어 우리 나라에 있어서 일본인의 기업은 물론 우리 나라 사람이 경영하는 기업 전반에 걸쳐 보급되어 갔다.
광복 후 우리 나라의 회계는 일제강점기에 도입된 일본 상법의 규정에 따라 유지되고 있었다. 의용상법(依用商法)이란 광복 이후 우리 나라 <상법>이 제정되어 시행하게 된 1963년 1월 1일 이전까지 적용되어 온 것으로, 당시의 우리 나라 제헌헌법 재100조, 즉 “현행 법령은 이 헌법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한 효력을 가진다.”는 경과규정에 의하여 <헌법> 실시 전의 법령인 <조선민사령> 제1조의 8호 내지 10호와 기타 단행법령 등이다.
이러한 의용상법에 의한 회계제도는 1945년 광복으로부터 1958년<기업회계원칙> 및 <재무제표규칙(財務諸表規則)>을 제정하여 시행하기 이전까지의 기간에 있어서 우리 나라 기업회계의 근간을 이루어온 것으로서, 이러한 의용상법에 의하여 우리 나라 기업들은 13년간 일제강점기의 회계제도를 그대로 연장사용하여 왔던 것이다.
이 시기에 기업회계의 근간을 이루어 온 의용상법의 규정 외에 새로운 회계제도의 도입을 촉진하고 그 시행을 조성하여 온 다른 법령으로는 <조선증권취인소령 朝鮮證券取引所令>과 1950년에 새로 제정된 <은행법> 및 <계리사법 計理士法> 등이다.
1958년은 우리 나라 회계사상 하나의 신기원을 이룩한 해이다. <기업회계원칙>과 <재무제표규칙>의 제정은 1959년부터 1974년까지 16년 동안 우리 나라 기업에 근대적 회계방법을 보급하고, 회계업무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였으며, 여러 가지 면에서 기업회계의 수립과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여왔다.
이와 같은 <기업회계원칙>과 <재무제표규칙>은 1957년 당시 재무부장관의 자문기관이었던 재정금융위원회의 기업회계준칙제정분과위원회의 이름으로 중간보고로 공표되었고, <재무제표규칙>은 같은 날 재무부 고시 제169호로 발표되었다. 이로써 우리 나라 기업회계의 근간을 이루는 회계처리원칙이 확립되었으며, 이 원칙과 규칙은 1959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회계원칙과 재무제표규칙은 입법절차를 거쳐 법령으로 공포된 것이 아니고, 중간보고와 고시의 형식으로 공표되었기 때문에 시행상 강행규정이 되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이를 널리 보급하고 철저히 준수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보완조처가 필요하였다. 따라서 기초소위원회는 세무관서와 금융기관, 증권거래소 등 재무부산하기관에 대하여 <재무제표규칙>을 이행하도록 하였다.
우리 나라는 1958년부터 1974년에 이르는 16년 동안 경제사정과 기업환경은 유례없이 변천, 발전되었다. 이에 따라 기업회계에도 <기업공개촉진법>의 제정, <자본시장육성에 관한 법률>의 개정, <증권거래법>의 개정, 외부감사제도의 강화 및 1974년의 세제개혁 등으로 인하여 발전기로의 전환요인들이 성숙되어 갔다. 이러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야기되는 문제는 기업회계에 대한 재검토였는데, 이 기업회계에 대한 개혁운동은 기업회계원칙의 개정운동으로 집약되어 갔다.
자본시장육성정책의 하나로 1973년 2월 6일 법률 제2481호로 <증권거래법>의 제5차개정이 단행되었는데, 이것은 우리 나라 회계발전사에 있어서 특별한 의의를 가지는 것이다. 그것은 회계제칙(會計諸則)을 법제화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회계원칙>은 <상장법인 등의 회계처리에 관한 규정>으로 1974년 7월 18일 대통령령 제7188호로 공포되었고, <제무제표규칙>은 <상장법인 등의 재무제표에 관한 규칙>으로서 1975년 4월 17일 재무부령 제1098호로 공포되었으며, 이들은 1975년 1월 1일 이후에 사업연도가 개시되는 회계연도부터 적용하기로 하였다. 그 뒤 1980년 12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1981년 12월 23일에 <기업회계기준 企業會計基準>이 제정, 시행됨으로써 그동안 이원화되었던 기업회계원칙이 일원화되었다.
종래 우리 나라 기업의 회계처리에 있어서 여러 가지 원칙·규칙·규정들이 혼존(混存)하고 있어 회계업무상 비능률과 혼란을 가져오게 하였으나, 이들이 <기업회계기준>으로 통합됨으로써 그와 같은 문제는 일단 해소되었다.
또한 1984년에 개정된 <기업회계기준>은 1984년 <상법>의 개정내용과 세법과의 일부 조정 및 재무부 증권보험국 증권2과의 폐지에 따른 기업회계기준의 개정 외에도 1981년 <기업회계기준> 제정 이후 이의 시행과정에서 나타난 이론 및 실무상의 문제점들에 대한 총 16개 항목에 걸친 개정안을 작성, 회계제도자문위원회의 심의와 증권관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재무부장관의 승인을 얻어 확정된 것이다.
1985년 12월 말 <기업회계기준> 내용 일부의 문제점을 개선, 보완하기 위하여 7개 항목을 개정였으며, 그 뒤 1990년 3월과 9월, 1992년 및 1994년에 부분적인 개정을 하였고, 회계 환경의 국제화에 따라 1996년에는 대폭적인 전문개전(全文改正)을 단행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 나라의 근대적 기업회계는 그 형성과정에 있어서 초기에는 일본 기업회계의 영향을 받아 확립되었으나, 그 뒤 발전과정에서는 미국의 새로운 회계이론과 실무를 수용하여 왔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하여 산업구조가 고도화되고 사회가 다원화·국제화됨에 따라 이해관계자도 복잡·다양화되고 있어 우리 나라의 회계제도 또한 이에 부응하여 지속적으로 개선, 정비하여 나아갈 필요성이 있게 되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우리 나라의 기업특성과 회계환경에 적합한 독자적인 회계이론 및 실무를 개발하여 이론적으로 체계화되고 회계실무자에게도 합리적인 회계지침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회계제도를 마련함으로써, 기업회계처리의 합리성과 통일성을 기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