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 이후 모든 신자가 성경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신교와 가톨릭이 협조하여 성경을 번역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에 따라 1968년 한국에서 천주교와 개신교 일부 교단이 모여 공동번역위원회를 조직하였다. 이들은 세계성서공회연합회와 교황청 성서 위원회의 합의에 기반을 두고 공동으로 성서를 번역하여 1977년 부활절에 출판하였다.그러나 이렇게 출판된 『공동번역성서(共同飜譯聖書)』는 발간 이후 원래 의도와는 달리 보수적인 교단의 반대로 개신교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못했고, 천주교와 성공회에서 주로 사용되었다.
개신교가 가장 강하게 반발한 대목은 신의 명칭으로 ‘하나님’ 대신 ‘하느님’을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개신교회는 개역 한글판을 고수하였고 현재는 1998년에 발행된 개역 개정판을 사용 중이다. 한편 현재 가톨릭은 한국천주교주교회가 2005년에 발간한 『새번역 성경』을 공식 성경으로 사용하고 있고, 『공동번역성서』는 신자의 개인 소장이나 성무일도(聖務日禱) 독서에 활용되고 있다. 현재는 성공회와 정교회에서만 공식적인 성경으로 사용된다.
『공동번역성서』는 1971년에 『공동번역성서』의 『신약성서』 번역이 먼저 출판되었고, 1977년에는 외경을 포함한 『구약성서』 번역이 추가되어 총 2,420쪽 분량으로 발간되었다. 외경을 제외한 개신교용 판본도 있으나 많이 사용되지 못했고, 가톨릭용에는 외경이 ‘제2경전’이라는 표제 아래 수록되어 있다. 1999년에 가톨릭용 개정판이 출판되었다.
『공동번역성서』는 기존의 글자 그대로의 번역이나 형식적 일치보다는 내용의 동등성을 선택하여 한국어 독자가 원문 독자와 비슷한 반응을 보일 수 있도록 의역한 것이 특징이다. 교회 내부에만 통용되는 언어보다는 교회 밖에서도 이해되는 일상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도 특징이다. 그러나 우리말의 자연스러움을 잘 살려 유려하게 읽힌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 지나친 의역으로 인해 원문에서 멀어진 부분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다.
『공동번역성서』는 출간 당시 개신교계의 반발로 가톨릭에서만 주로 사용되었던 아쉬움은 있지만, 교회 일치운동의 결실로서 그 상징적 의미가 크다. 또 한국 가톨릭에서 처음으로 독자적인 번역 성서를 갖게 되었다는 사실 역시 중요하다. 『공동번역성서』는 당시 대중들에게 유려한 우리말로 성서의 의미를 전달하여,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교회 일치운동의 정신을 반영한 결과물로 역사적 의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