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2년(고종 19) 기전(琪銓) · 선관(宣寬) · 묘영(妙英) 등 3인의 화승이 그리고, 호은(虎隱) 문성(文性)이 증명(證明)을 담당한 백의관음보살도이다. 비단 7폭을 연결하여 마련한 바탕에 채색한 작품으로, 그림의 전체 크기는 세로 197.4㎝, 가로 169.9㎝이다. 범어사 관음전의 관음불상 뒷벽에 봉안되었던 후불화(後佛畵)로, 지금은 모사본을 걸어놓고 진품은 범어사 성보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2003년 9월 16일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관음보살은 자연을 배경으로 암좌에 앉아 세상 인간의 온갖 번뇌의 소리를 들어주는 자애로운 모습을 하고 있어 예로부터 인기 있는 도상이다. 이 그림에서 관음보살은 사각형의 화면에 커다란 원을 그리고, 그 원 안에 흰 옷을 걸치고 앉아 있다.
관음상은 정면을 바라보고 있으며 해수면 위로 솟은 암좌에 오른손으로 바닥을 짚고, 왼손은 왼쪽 무릎 위에 걸친 편안한 윤왕좌(輪王坐) 모습으로 크게 표현되어 있다. 관음상이 입고 있는 백색 베일은 보관에서부터 양 어깨를 감싸고 발 아래로 곡선을 이루며 몇 가닥으로 흘러내리고 있는데, 영락장식과 붉은색 영락 띠가 그 흐름을 같이 하고 있다.
관음의 왼쪽 발 언저리 건너편의 나지막한 언덕 바닥에는 관음을 경배하는 합장형의 남순동자(南巡童子) 선재(善財)를 배치하고, 그 반대쪽에는 허리를 다소 구부리면서 관음을 향하고 있는 2명의 공양자상이 있다. 관음의 오른쪽 어깨 뒤편 암좌 바닥에는 금색 정병이 놓여 있고, 그 뒤편에 발이 세 개 달린 청색 향로가 배치되어 있으며, 위쪽으로는 청조(靑鳥) 한 마리가 날고 있다. 광배 주변으로는 대나무와 구름무늬로서 배경을 이루고 있다.
전체적으로 화면의 채색이 밝고 화려하며 백색안료와 금분이 눈에 두드러진다. 특히 관음이 앉은 암좌는 금분 바탕에 녹청안료로 인화문(印花紋)을 묘사하여 화려함을 더하고 있으며, 백색 바탕의 바위면에도 역시 인화문을 흩뜨리고 있어 이색적이다.
화풍상 필선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화기에 의하여 제작자와 제작시기를 명확히 알 수 있어 당시의 불화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