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9년(고종 6)에 화승 원선(元善), 민권(敏瓘), 행전(幸佺), 태희(太禧), 성엽(性曄), 원규(元奎), 윤종(允宗) 등이 그린 4폭의 사천왕도이다. 세로 300㎝가 넘는 대형의 비단 각 폭에 천왕상을 1구씩 그렸다. 각 폭의 크기는 대략 세로 약 330㎝, 가로 약 245㎝ 정도이다. 원래 범어사 사천왕문 좌우에 봉안되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2003년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4폭의 사천왕도 각 폭에는 비파를 든 동방 지국천왕(持國天王), 칼을 쥔 남방 증장천왕(增長天王), 용과 보주를 쥔 서방 광목천왕(廣目天王), 탑과 당(幢)을 든 북방 다문천왕(多聞天王)이 각각 묘사되었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 이르러 기존의 사천왕상의 도상적 특징에 따라 명호를 획일적으로 부여하는 것은 고려를 해야 한다. 이 문제는 향후 신앙에 따라 면밀한 검토를 필요로 한다.
천왕상의 육신은 붉은색(혹은 갈색) 안료를 전체에 바르고 단색으로 바림하여 음영을 나타내고, 붉은선으로 육신선과 주름을 표현하였고, 머리부분은 먹을 바르고 녹청색으로 윤곽을 처리하였다. 부릅뜬 눈동자는 마치 튀어나올 듯 입체적으로 표현되었다. 눈썹, 콧수염, 턱수염, 구레나룻은 담묵을 먼저 펴 바르고 농묵세선으로 모근이 섬세하게 묘사되었다.
천왕들은 갑옷을 착의하였는데, 적색바탕에 백군, 백록, 황색, 백색을 주조색으로 무늬를 표현하였다. 화면 상하단에 곡선을 이루며 율동적으로 굽이치는 천의자락은 주구, 백군, 녹청, 백록, 주색 등을 사용하여 연속 연초화문을 장식하였다. 화면 상단에는 자색과 백록색의 구름이 보인다.
사천왕상을 단독으로 그린 불화는 의성 「고운사 사천왕도」(1758년), 해남 「대흥사사천왕도」(1794년) 등 10여 작품이 남아 있으나, 그 중에서도 범어사 작품의 규모가 가장 크다. 사천왕상 각 도상의 형태 묘사와 표정, 섬세한 필치가 돋보이는 작품으로서 조선 후기 불교회화 도상 연구에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