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산내 암자인 홍제암의 표충사(表忠祠)에 봉안되어 있는 청허당(淸虛堂) · 기허당(騎虛堂) · 사명당(四溟堂) 등 세 고승의 진영 3점으로, 이들은 모두 임진왜란 당시 의승장으로서 큰 공을 세운 대선사이다. 홍제암은 사명당의 입적처로, 이곳에 그의 스승인 청허당 진영을 중심으로 진영을 봉안하였다. 2000년 8월 31일 경상남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일괄 지정되었다.
비단[絹本] 바탕에 채색하였으며, 크기는 각각 세로 92㎝, 가로 138㎝ 내외이다. 각 진영 모두 독립된 형태로 중앙에는 청허당서산대선사진영(淸虛堂西山大禪師眞影), 좌측에는 기허당대선사진영(騎虛堂大禪師眞影), 우측에는 사명당대선사진영(四溟堂大禪師眞影)을 배열하고 있다. 세 작품 모두 전신 우안7분면의 의자좌상인데, 이들 진영은 홍제암 표충사에 안치된 다른 여러 진영과 비교해 볼 때 작품의 품격이 높은 편이다.
청허당과 사명당 진영은 녹색 장삼에 홍색 가사를 착용하여 녹색과 붉은색의 대비된 주조색을 이루며, 의습의 가장자리에만 세련된 문양을 그려 화면에 활력을 주었다. 짙은 갈색의 벽면과 미색의 돗자리 표현이 화면을 양분하고 있다. 이 두 진영은 안정감 있는 자세와 당당한 풍채 및 위엄 있는 얼굴에서 의승장으로서의 용맹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기허당진영은 짙은 갈색 배경에 홍색의 등받이로 화면을 분할하였다. 녹색의 장삼만을 착용한 대사는 특이한 자세로 상체를 앞으로 내밀고 오른쪽 다리는 세우고 있다. 이는 앞의 두 진영에서 볼 수 있는 안정감 있는 자세와는 달리 부자연스럽다.
일반적으로 한 사찰 내에서 조성된 삼화상 진영은 가운데 인물을 중심으로 좌우대칭 동일구도를 사용하였는데, 이 삼화상 진영은 통도사 · 갑사 · 신륵사의 삼화상 진영 등에서 나타나는 도식적인 면을 피하고 인물 각각의 개성을 잘 살리고 있다. 무엇보다 세밀한 얼굴 표현과 활발한 필치로 심성 표출에 주력하여 삼화상의 늠름한 기상이 잘 응집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18세기 후반기의 도식적이며 장식적인 면을 배제한 단순구도로서 뛰어난 색감이 화면의 품격을 한층 높여준다.
임진왜란 당시의 의승장으로 활약한 세 화상의 영정을 사명당의 입적처인 해인사 홍제암에 봉안하고 있는 점이 주목되며, 도상의 내용은 보편적 형태라 하겠으나, 삼화상의 민족사적 업적에 대한 교훈적 의미가 큰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