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변도시 부천시 원미구 원미동에 사는 소시민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11개의 단편으로 그린 연작소설이다. 각각의 작품은 비슷한 시기에 문예지에 발표한 것으로 개별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 인물과 주변 인물은 서로 다른 작품 속에 지속적으로 등장하여 독립 작품의 생경함이 극복되고 통합적으로 읽히는 연작소설 구성 형식의 장점을 잘 보여준다.
만삭의 아내와 어린 딸, 노모와 함께 서울을 떠나 원미동에 정착하게 되는 은혜네 가족 (「멀고 아름다운 동네」,『한국문학』, 1986.3), 실직해 외판원이 되는 인물(「불씨」,『문학사상』, 1986.4), 많은 땅을 소유했으나 팔수밖에 없게 되는 강 노인 (「마지막 땅」,『동서문학』, 1986.7), ‘몽달씨’라는 별명을 지닌 착하고 순수한 시인 (「원미동 시인」,『한국문학』, 1986.8), 출장 간 광주에서 5·18을 겪고 세상에 대한 환멸로 산으로 갔다는 남자 (「한 마리의 나그네 쥐」,『문학사상』,1986.8), 양심껏 일해 주고 돈을 받지 못해 고통 받으면서도 정직하게 세상을 사는 수리공 임씨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한다」,『세계의 문학』, 1986, 겨울호), 사람을 치어 교도소에 있는 남편을 대신해 아이를 고아원에 맡기고 일을 하는 엄마가 모처럼 아이와 함께 동물원에 가지만 그곳에서 동굴에 사는 방울새를 보고 ‘아빠는 동굴에 사는 구나’ 생각하며 슬퍼하는 아이 (「방울새」,『문예중앙』, 1985, 가을호), 찻집 여자와 바람이 난 행복 사진관 엄 씨 (「찻집 여자」,『매운바람 부는 날』, 1987), 새로 시작하는 이웃 가게를 몰아내는 김 반장(「일용할 양식」,『우리시대의 문학』6집, 1987), 연립주택 지하에 세를 들어 주인과 함께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나 화장실문을 열어주지 않아 고생하는 세입자 (「지하 생활자」,『문학사상』, 1987.8), 밤무대 가수가 된 옛 동창이 작가가 된 나를 클럽에 초대하나 만나지 않고 숨어서 그녀의 노래 ‘한계령’을 듣는 ‘나’ (「한계령」,『한국문학』, 1987.8) 등이 등장인물이다. 도시화로 인해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이웃 간에 겪는 갈등과 폭력, 생존을 위해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인심과 세태, 그러나 이처럼 각박한 환경 속에서도 인간이 지닌 착한 심성과 삶의 의지가 등장인물의 내면 풍경을 통해 드러나면서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소시민의 일상을 실감 있게 보여준다.
『원미동 사람들』은 물신주의와 개발지상주의가 심화되는 1980년대 현실을 배경으로 중심에서 벗어나 주변인의 삶을 사는 소시민들의 고단한 일상을 통해 인간관계의 단절과 인간 소외의 현상을 실감 있게 보여줄 뿐 아니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희망을 착한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감동적으로 형상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