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직후 북한문학은 비교적 자유롭게 출발하였으나 오래 가지 못하였다. 정치적 필요에 따라 이념을 전파하고 사회동원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창작방법론은 사라지고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를 유일한 창작방법으로 용인 받았다. 다양한 문학적 가능성은 사라지고 획일화된 창작방법과 제한된 주제 속에서 북한문학은 또 다른 정치의 영역이 되었다. 북한문학은 작품을 통해 인민대중의 혁명 의식과 혁명적 세계관이 형성 발전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혁명적 세계관의 형성 발전을 도와주고 인민들로 하여금 사회주의 발전을 믿고 혁명화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유일한 목적으로 규정되었다.
북한문학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문학, 특히 소설이다. 북한에서는 소설을 ‘인민들 속에서 가장 사랑받는 문학형태’로 규정한다. 한 나라의 문학 수준은 소설 문학의 사상 예술적 높이에 따라 평가된다고 보면서 소설 발전을 강조한다. 예술의 발전은 문학의 발전 없이 이루어질 수 없으며, 소설이 먼저 발전하고 창작 분야의 혁신이 일어나야 예술 전반에 걸친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문학예술의 모든 형태가 주어진 사명과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북한의 모든 예술은 서사가 있어야 한다. 서사를 기본으로 하는 연극이나 영화 같은 장르는 물론 음악, 미술, 교예 등의 예술에도 반드시 서사가 있어야 한다. 추상이나 관념은 존재할 수 없다. 그림을 보아도 그림 속에 담긴 의미를 알아야 하고, 노래에도 서사가 있어야 한다. 문학이 특별히 강조되는 것은 바로 이 서사를 만들기 때문이다. 문학을 통해 서사가 완성되면, 다른 예술에서는 형상수단에 맞게 예술적으로 형상하는 일만 남는다. 음악이라고 해서 음악적 특성을 살리거나 미술이라고 해서 색감의 본질을 살리는 예술은 ‘예술을 위한 예술’로 비판받는다. 장르적 특성을 살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학적으로 완성된 스토리를 충실하게 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화창작에서도 완성된 대본에 대해 수정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북한문학은 곧 예술창작을 위한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문학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 창작에서 유일하게 인정하는 창작방법은 주체사실주의이다. 북한에서는 주체사실주의를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에서 한 단계 나아간 발전된 창작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는 당대 사회의 특성을 보여주는 인물, 즉 전형을 통하여 당대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고, 사회주의 발전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보여준다. 북한문학이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주체사실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현재 살고 있는 시대가 주체시대이기 때문으로 설명한다. 시대가 주체시대이기 때문에 주체시대에는 주체사실주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와 주체사실주의를 가르는 기준은 ‘수령’이다. 주체시대란 곧 인민대중이 주인인 시대인데, 인민대중이 시대적 소명을 알고 주인공으로 나서기 위해서는 ‘수령’의 사상과 지도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령 없이는 인민대중이 역사의 주인으로 나설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체시대를 올바르게 형상하기 위해 요구되는 필수적인 문제가 바로 ‘수령 형상’이다. 수령은 주체사상의 핵심이기에 수령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하는 문제는 곧 북한 체제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1960년대 유일사상체계 정립과정에서 김정일이 주장한 ‘새로운 혁명문학 건설’은 곧 북한문학에서 수령인 김일성을 중심으로 한 문학예술의 건설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김정일은 주체시대에는 수령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혁명문학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문학에 없는 수령의 존재를 올바르게 규정하기 위해서 당적 지도와 당적 통제를 강화할 것을 주장하였다. 철저히 당 정책에 의거하여 창작할 때 사상 이론적 문제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으며, ‘편향을 극복하고 유일사상을 구현하기 위한 올바른 사업’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새로운 혁명문학’ 건설을 명분으로 문학가들에게 당의 유일한 지시와 결론에 따르는 엄격한 규율을 통한 통제를 강화한 것이다. 작가들에게 당의 엄격한 규율 아래 조직화된 체계 속에서 항일 혁명 투쟁 역사를 깊이 연구하여, 수령을 모델로 한 혁명전통을 살린 ‘새로운 혁명문학’ 창작을 요구하였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새로운 혁명문학 건설은 자연스럽게 당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작가들은 당의 방침을 실천하기 위해 당 정책을 학습하고, 당 정책에 의거하여 창작 소재와 주제를 선택해야 했다.
‘어떤 주제를 잡아 어떻게 쓸 것인가’와 관련한 이론으로 속도전과 종자이론이 있다. 속도전이란 당에서 요구하는 대로 최단기간에 수준 높은 작품을 창작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속도전은 단지 빠른 속도뿐만 아니라 수준도 높은 작품을 창작해야 한다. 빠르면서도 수준 높은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서는 평소 당 정책에 대한 교양을 열심히 하여 당이 무엇을 요구하는 지를 분명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작가들은 당에서 요구하는 주제를 올바르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북한문학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종자’라고 한다. 종자는 단지 주제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인 동시에 작가의 의도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소재이다. 종자는 곧 창작의 출발이자 결과물을 의미한다. 종자로 표현하는 것은 작품의 소재를 찾아 작품으로 완성하는 일련의 과정을 식물의 성장에 비유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정해지면 이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소재를 잡아 창작하는데, 마치 식물의 종자에서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과정과 같이 완성된 작품, 즉 열매 속에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종자가 올바르게 잡으려면 평소 종자가 무엇인지를 올바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종자를 올바로 잡아야 수시로 변화하는 사회 현실에 맞추어 신속하게 수준 높은 작품을 창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종자이론과 속도전이론은 불가분의 연관성을 갖는다.
또한 북한문학에서 강조하는 것은 인민성의 원칙이다. 인민성의 원칙이란 인민의 입장에서 인민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인민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인민들이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주제가 분명하고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 북한문학이 인민을 대상으로 한 교양에 목적이 있는 만큼 인민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주제가 분명하지 않은 작품은 좋은 작품이 될 수 없다. 작품의 주제가 분명해야 하고, 긍정적 인물과 부정적 인물이 분명해야 한다. 그래야 인민들이 긍정적인 인물을 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민성은 다른 측면에서 민족적 형식을 의미한다. 민족적 형식이란 오랜 세월동안 인민들의 삶 속에서 형성된 형식으로 인민대중에 의해 오랫동안 향유되면서 특유의 정서적 체험을 반영한 그 민족의 체질에 가장 알맞은 형식이 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의 문학적 전통은 주인공의 성품이 아름답고 고상하고, 사건의 전개가 순조롭게 시간의 순서에 따라서 전개되는 순차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논리적이기보다는 감정적 구조를 통하여 극적인 특성을 드러낸다. 엽기적인 사건이나 복잡한 갈등 관계, 삼각관계, 비극적 인간관계를 설정하거나 비순차적인 구조는 민족적 정서와는 맞지 않는 것으로 평가한다. 북한문학에서는 민족적 정서와 맞지 않은 형식이나 내용의 작품은 존재할 수 없다.
북한문학이 체제와 연관된 것은 광복 직후였다. 북한은 정권수립 과정부터 북한 체제의 이념과 정책의 울타리 안으로 문화예술인들을 적극적으로 포섭하였다. 문화예술인들을 사회주의 체제의 이념과 정책의 울타리 안으로 포섭하고, 조직화 한 것은 정치적 활용 때문이었다. 문학예술은 당의 이념과 정책을 인민들에게 알기 쉽고 충실하게 전달하여 혁명사상으로 무장하고, 대중선동을 통해 혁명에 복무하도록 하는데 더없이 유용하였다. 이런 이유로 일찍부터 당의 지휘 아래 문학예술인들을 포섭하고 조직화를 추진하였다.
광복 이후 북한 지역에서 가장 먼저 결성된 문화예술 단체는 ‘평양예술문화협회’였다. 그러나 우익계열의 ‘평양예술문화협회’는 오래가지 못하였다. 소련과 좌익의 견제로 세력은 급속히 축소되었고, 문단의 중심은 좌익계열 문인을 중심으로 결성된 ‘평남지구 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으로 넘어갔다. 문인들도 광복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주의 정권의 영향력 아래로 완전히 종속되었다. 북한에서는 광복 이듬해인 1946년 3월 25일에 문학예술인을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북조선예술총연맹’을 결성한다.
‘북조선예술총연맹’은 1946년 10월 ‘북조선문학예술총동맹’으로 확대하였다. ‘북조선문학예술총동맹’의 위원장에는 이기영, 부위원장에는 안막, 서기장에는 리찬이 선출되었고, 한설야를 비롯하여 김사량, 최명익, 안막, 한효, 안함광 등 1945년 9월 17일 ‘조선프롤레타리아문학동맹’을 결성하였던 월북문인들이 주축이 되어 참가하였다. 산하에 문학동맹을 비롯하여 7개의 관련 동맹 조직을 두어 문학예술 관련 사업을 총괄하게 하였다. 이후 북한의 모든 문학과 예술 활동은 ‘북조선문학예술총동맹’의 통제 속에서 이루어졌다. 북조선문학예술총동맹의 임무는 민주주의 사상교양사업을 전개하여 근로대중을 교양하고, 근로인민 출신의 작가, 예술인들을 양성하는 것이었다. 초기에는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는데, 비판은 주로 당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둘러싼 당과 작가 사이의 갈등이었다. 이러한 갈등에서 김일성은 정치교양의 수단으로 문학예술의 책임을 분명히 하면서 ‘문학예술인들은 당의 노선과 정책에 따라 정책적으로 분석,판단하며, 당의 정책적 요구에 따라 창작’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였다. 북한 문학의 방향은 사실상 이때부터 정해졌다고 할 수 있다.
‘북조선문학예술총동맹’은 ‘6·25전쟁’ 중이던 1951년 3월 남북문학예술인의 통합을 명분으로 ‘조선문학예술총동맹’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작가와 예술인들을 하나의 당위로서 통합체계로 운영하던 조선문학예술총동맹은 1953년 9월 문학예술 장르별 분과동맹 중심으로 개편하여 운영하다가 1961년 3월 김정일의 지시에 의해 다시 조선문학예술총동맹으로 재결성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60년대까지 북한문학의 유일한 창작방법이었던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는 유일사상체계의 전면화와 함께 주체사실주의로 전환된다. 주체사실주의는 주체사상을 기초로 한 사실주의로 모든 문제를 주체사상의 틀 안에서 생각하고, 주체사상의 틀 안에서 전망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인민대중을 중심으로 사회와 역사를 그려야 한다는 원칙이다. 주체사실주의를 유일한 창작 방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현재 살고 있는 시대가 주체시대이기 때문으로 설명한다. 시대가 주체시대이기 때문에 문학 창작도 주체시대에 맞는 주체사실주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문학에서도 인민대중을 중심에 두고 있기는 하지만 역사발전의 주체로서 주인의 운명을 그려내지는 못하였는데, 주체사실주의에서는 인민대중을 중심으로 한다는 것이다. 사회주의적 사실주의가 창작 방식에 맞고, 또한 일부 예술인들이 인민대중을 중심으로 작품을 창작하기도 하였지만 시대적 한계, 사회적 한계로 인해 인민대중 중심의 역사를 그리지는 못하였다는 것이다.
북한은 김일성 수령에 의해 인민대중이 역사발전의 주체로 나서는 주체시대를 맞이하였다는 것이다. 주체시대의 문학은 오로지 인민대중 중심의 사회에서만 가능한데, 북한이 바로 인민대중이 중심인 주체시대에 살고 있으며, 주체사상이 인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상이라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이런 이유로 주체사실주의가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보다 발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1960년대를 지나면서 김정일에 의해 주도된 유일사상체계가 문학예술 전분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주체사실주의가 유일한 창작원칙이 되었다.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와 주체사실주의의 가장 큰 차이는 ‘수령’의 존재이다. 주체사상은 인민대중에 의한 역사발전을 강조하지만 인민대중이 역사의 주체로 나서기 위해서는 수령의 사상과 지도가 있어야하기 때문으로 설명한다. 수령을 중심으로 한 문학예술의 전형이 완성되고 이론화 한 것은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 김정일의 후계구도가 본격화된 시기이다. 김일성 권력의 최대 위기로 불리는 ‘8월 종파’ 사건은 역설적으로 김일성의 일인 지배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1964년부터 정치활동을 시작하면서 문화예술 분야를 지도하기 시작한 김정일은 연안파, 소련파를 숙청하면서 문화예술계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주도한다.
김정일의 초기 정치활동은 노동당 선전선동부였는데, 노동당 선전선동부는 문화 예술인과 예술 작품에 대한 모든 관리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주체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자 김정일은 문학예술 분야의 혁명을 통해 김일성의 유일 지배 체제를 정당화한다. 김정일은 1966년 2월 7일에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위원장과 한 담화 「새로운 혁명문학을 건설할데 대하여」를 비롯하여, 1967년 5월 30일에 문학예술부문 일군들 앞에서 한 연설 「문학예술부문에서 당의 유일사상체계를 튼튼히 세울 데 대하여」 등의 문건을 통해 유일사상체계 정립에 앞장선다. 문학가들에게 당의 유일한 지시와 결론에 따르는 엄격한 규율을 세우고 조직화 한 가운데 항일 혁명 투쟁 역사를 깊이 연구하여, 수령을 모델로 한 혁명전통을 살린 새로운 혁명문학 건설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김정일은 연이어 1967년 6월 20일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책임일군들과 함께한 담화 「4·15 문학창작단을 내올데 대하여」를 발표하면서 집단창작의 본보기 단체로서 4·15 문학창작단을 조직한다. 서둘러 4·15 문학창작단을 조직한 것은, 수령 형상을 창조하는 것은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문학 발전에서 제기되는 당연한 요구인데, 수령의 심오한 정치사상을 작가들이 이해하기에는 능력이 부족하므로 수령의 형상을 올바르게 형상화하고,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전문 창작집단이 책임지고 수행할 때에만 가능하다고 판단하면서 집단 창작 원칙을 강조하였다. 즉, 작품 창작에서는 개인의 책임성과 창발성을 최대한 높이면서도 집체성을 보장하여, 계급투쟁, 혁명 투쟁 속에서의 삶을 그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집단창작의 이론을 실천할 본보기 단체로 내세운 것이 ‘4·15문학 창작단’이다.
4·15문학창작단은 수령과 가계 인물을 대상으로 한 전문 영화창작단인 백두산창작단과 함께 김일성 일가의 항일혁명투쟁을 정당화하고 김일성을 우상화한 작품만을 전문으로 창작하는 단체이다. 4·15문학 창작단의 작가인 최창학, 권정웅, 최학수, 김정, 이종렬, 진재환, 안동춘, 백남용, 박태수, 김정민 등은 북한에서 최고의 소설가로 평가받는 인물이며, 단장이었던 천세봉, 현승걸, 권정웅, 석윤기, 강능수, 김정(현 단장) 등은 작가로서 뿐만 아니라 문학예술 행정가로서 예술행정에 관여한 인물이다.
1970년대는 문학예술 창작에서 ‘종자론’, ‘속도전 이론’ 등의 이론과 함께 김일성 주석이 항일무장혁명투쟁 시절 창작 · 공연하였다고는 이른바 ‘불후의 고전적 명작’을 현대 작품으로 옮기는 작업을 통해 북한 문예의 전형을 완성한 시기이다. 김정일은 주도적으로 주체문예 이론을 발표하고 본보기적 작품을 완성해 나간다. 4·15문학창작단, 백두산창작단과 같은 문학과 영화의 본보기 단체를 만든데 이어, ‘불후의 명작’을 발굴하여 ‘성황당식 혁명연극’, ‘피바다식 혁명가극’과 같은 전형을 완성한다. 동시에 1973년『영화예술론』을 시작으로 문학예술 각 분야의 이론서를 발표하기 시작한다.
1970년대를 지나면서 김정일의 위상이 강화되면서 김정일을 주제로 한 작품의 창작이 활발해지고, 문학에서의 소재가 상대적으로 다양해졌다. 1980년대에 이르면 북한의 후계구도가 안정되고, 경제가 나아지면서 문학의 소재도 다양해져 생활영웅 찾기나 역사를 주제로 한 작품 창작이 활발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1980년대 제기된 사회주의 현실 문제인 ‘도시와 농촌의 사회문화적 격차’, ‘세대간의 갈등’, ‘남녀간의 애정’ 등의 변화를 작품에 수용한 것이다.
1990년대 들면서 북한의 경제가 어려워지고, 고난의 행군을 지나면서 체제위기가 심화되자 북한문학은 다시 경직되기 시작한다. 정치적 종속이 강화된 북한문학은 선군정치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2000년을 즈음하여 혁명문학에서 선군문학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북한이 주장하는 선군문학은 군인을 주인공으로 하거나 군대용어를 문학에 접목하여 사용하는 것 외에 분명한 창작 방침이나 이론이 있는 것이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선군문학을 강조하지만 실체적 내용이나 이론적 체계가 갖추어진 것은 아니다.
북한문학의 주제는 몇 가지로 선명하게 제한된다. 북한문학의 주제는 ‘위대한 수령님의 혁명 활동과 혁명가정을 내용으로 한 작품’, ‘혁명전통을 주제로 한 작품’, ‘6·25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 ‘사회주의 건설을 주제로 한 작품’, ‘계급교양을 주제로 한 작품’, ‘조국 통일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문제는 수령 일가를 중심으로 당의 유일사상체계를 올바로 세워가는 것이다. 이는 유일사상체계를 세우는 것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문학예술을 통한 유일사상체계를 세우는 과정은 작중인물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문학에서 인물은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기본이다. 이는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리얼리즘 문학에서 주인공은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당대사회를 대변해야 한다.
북한문학 창작에서 가장 이상적인 인물, 북한문학 창작의 기본이 되는 인물은 ‘공산주의적 도덕적 인간’이다. 공산주의적 도덕적 인간이란 ‘공산주의 운동 역사를 잘 알고 있으면서, 고상한 풍모와 높은 자질을 갖추고 수령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고 믿고 따르는 인물’, ‘수령에게 자신의 운명을 전적으로 의탁하고 주체 혁명 위업의 완성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 바쳐 투쟁하는 혁명가’, ‘주체사상을 신념으로 삼고 언제 어디서나 주체사상의 요구대로만 사고하고 행동하는 인간형’이다. 북한문학에서는 이러한 주체형의 공산주의적 도덕적 인간의 성격적 특징을 예술적으로 분명하게 부각시키는 것이 전형 창조 성공의 핵심이다. 문학예술 창작 과정에서 ‘혁명적 세계관이 어떻게 형성’되며, ‘어떻게 발전되어 가는 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나야 한다. 결론적으로 북한 문학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최고지도자에 대한 절대적 복종과 충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북한문학의 창작과 유통 과정은 우리와는 크게 다르다. 북한문학은 작품의 창작과 검열, 유통의 모든 과정이 국가에 의해서 관리된다.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의 심의와 지도를 거쳐야 한다. 작가가 된 이후에도 소속 단위에 배치되어 집필계획에 맞추어 창작하고, 창작 단위의 검열을 거쳐 국가검열위원회의 검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작품의 주제를 결정하고, 창작하고 발표하는 과정에 작용하는 당의 지도와 통제를 따라야 한다.
북한에서 문학예술인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기구는 조선문학예술총동맹이다. 조선문학예술총동맹은 근로자들을 공산주의사상으로 무장시켜, 공산주의적으로 교양 개조하는 것을 기본 임무로 한다. 조선문학예술총동맹은 이를 위하여 작가들에게 창작 방향을 알려주고 창작량을 배당하며, 당 주도 하에 작가, 예술인들을 ‘충실한 문예전사’로 키우기 위한 사상교양사업을 수행한다. 또한 당의 문예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조직사업을 비롯하여, 인민의 생활과 감정에 맞는 창작 사업과 새로운 세대 육성을 위한 사업, 국제적 연대 사업을 수행한다.
북한문학에서 창작의 자유는 상대적이다. 북한에서도 문학예술 창작의 개성과 독창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창작적 개성과 독창성은 어디까지나 당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개성과 독창성이다. 김정일은 1986년 5월 17일 문학예술부문 일군들과 한 담화 「혁명적 문학예술작품 창작에서 새로운 앙양을 일으키자」에서 “창작가, 예술인들은 문학예술작품창작에서 도식주의적 경향과 류사성을 없애고 당이 제시한대로 창작적 개성과 독창성을 잘 살려나가야 하겠습니다. 창작적 개성과 독창성을 살린다고 하여 당적 원칙을 떠나서 ‘창작의 자유’를 부르짖거나 자기의 창작적 개성에 대하여 무원칙하게 절대화하여서는 안 됩니다”라고 분명하게 규정하였다. 북한문학의 창작과정은 이처럼 엄격한 검열과정을 거치기에 개인적인 생각을 표현하거나 당 정책과 맞지 않은 작품은 발표될 수 없다.
문화예술 창작에 대한 국가의 영향이 작동하는 것은 공통된 사항이지만 북한의 경우에는 작품의 창작과 유통은 물론 작가의 양성에서부터 작가의 생활 모든 부분에 이르기까지 영향이 미치지 않는 부분이 없다. 문학의 정서적 기능 역시 당 정책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으며, 당 정책 수행의 부차적 기능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특성은 국가 소유물로서 북한문학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문학의 정서적 기능이 당 정책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북한 시를 보면 분명히 드러난다. 북한에서 시는 ‘인민대중의 투쟁을 고무하는 데 목적’을 두고 창작된다. 좋은 시란 곧 시의 전투적인 기능과 호소적인 역할이 잘 드러나야 한다.
북한문학 즉 주체문학의 관점에서 볼 때 정서는 계급과 관련된 것으로 파악한다. 사상과 감정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데, 그것은 사람의 감정이 현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즉 인간의 감정은 현실에 있는 대상 그 자체가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바라보는 인간이 느끼는 것으로 본다. 인간의 느낌이 같지 않기에 같은 대상을 보아도 사람마다 감정이 다르고, 같은 감정이라고 해도 느낌의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감정을 규정하는 것은 대상을 바라보는 사람의 세계관과 정신 상태로 설명한다. 다만 사물을 보고 느끼는 인간의 감정이 다르다고 하여서 시적인 감정을 개별적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시문학의 서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대의 주도적인 감정을 선택하고 선율을 통해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늘날과 같은 북한문학의 이론체계가 정립된 것은 1970년대 초였다. 광복 직후에는 카프를 중심으로 한 월북 작가들에 의해 주도되었던 북한문학은 1960년대 유일사상체계가 대두되면서 주체사상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하였다. 이후 북한문학은 주체사실주의를 기본으로 변함없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북한문학의 중심은 김일성 주석을 중심으로 한 최고지도자에 대한 찬양과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밝히는 데 있다. 이러한 북한문학의 주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 4·15문학창작단의 총서인 ‘불멸의 역사’, ‘불멸의 향도’ 시리즈이다. 북한을 대표하는 최고의 소설가들이 참여하여 집필한 총서 시리즈는 김일성의 항일무장혁명투쟁부터 광복이후 북한 현대사의 주요 사건과 김정일의 현지지도를 소재로 잡아 장편소설로 창작한 시리즈물이다. 총서야 말로 체제와 불가분으로 결합되어 있는 북한문학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